댄 헐리 지음 * 류시화 옮김
아는 지인을 통해 댄 헐리 작가의 '60초 소설가'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런 재밌고 유쾌한 책을 읽게 된 계기를 만들어 주어 감사하다. 나는 소설과 같은 책을 읽을 때 흐름이 깨지는 것을 싫어하고 읽게 된다면 적어도 하루 이틀 동안 다 읽어야 했다.
그런 편식을 일삼는 나에게 60초 안에 소설을 쓰는 소설가의 이야기라는 너무나 달콤하게 느껴졌다. 책 속의 수많은 짧은 소설로 부족했던 생각의 갈증은 해소되었다. 다양한 사람, 색다른 시선, 영화보다 더욱 영화 같은 그들의 이야기가 나를 '소설'의 재미가 무엇인지 다시 알려주었다.
작가 댄 헐리는 세계에서 단 한 사람밖에 없는 60초 소설가로 활동했던 그는 여러 대학과 각종 행사의 초청을 받아 글을 써왔다. 16년 동안 미국 전역을 돌면 22,613편의 소설을 썼던 그는 1995년 미국 언론인 및 작가 협회(American Society of Journalist and Authors)에서 도널드 로빈슨 문학상을 수상한다.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가 존재하기 이전에 오프라인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이뤄 소통했던 그의 마음은 '60초 소설가' 속에 어떤 마음으로 듣는지 알 수 있었다.
책을 옮긴이는 류시화 작가였으며 그의 책을 시작으로 시가 좋다는 것을 접한 나로서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록 옮긴이로서 댄 헐리의 '60초 소설가'라는 책을 옮겼지만 보일 듯 보이지 않은 그의 문체는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책을 읽을 때 짧은 드라마를 무수히 몰아보는 기분도 들었다. 너무 이쁜 이야기로서 해피앤딩이 있다면 새드 앤딩을 더욱 은은하게 만들어 생각에 잠기게 한다. 온전한 감정과 이야기 속 인물들의 시선을 생각하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 속 메마른 감정을 적셔줄 좋은 운동이다.
'착하다', '진국이다', '순수하다'라는 말과 같이 좋은 의미의 표현들이 퇴색되어가고 있을 때,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감정을 표현해내는 것은 현재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불리한 행동이기도 하고, 내 약점을 들키는 행동이란 것을 말이다.
직업들이 각 분야 별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 개인이 갖기 위한 노력과 전문성 자체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점점 직업 및 역할 세분화되어가고 있는 현대에 사는 사람으로서 생각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고도의 전문화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지성과 감성의 영역보다 방대한 지식의 영역 속으로만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점점 기계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정해진 일의 무한한 반복이 되는 일상인 현대에 '감정'이 건강하게 작용할 수 있을까?
끝으로, 글을 쓰다 보면 왜 이런 제목으로 책을 냈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긴다. 이번 책 또한 " 60초 소설가"에서 많은 말 중 왜 60초라고 하였는지 궁금했다. 이런 나를 보면서 저런 생각을 왜 하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작용이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된다.
초는 일상에서 쓰이는 가장 작은 시간 단위이다. 시간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은 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초'이기도 하다. 그리고 소설의 주된 소재는 한 개인의 과거이다. 미래를 이야기하며 쓴 소설은 없고 현재의 내 상황을 말하는 순간도 이미 과거가 돼버린다.
책 제목을 보며 "모두가 갖고 있는 과거 위에 놓인 말을 들어준 소설가"라는 표현도 제목을 통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 1953년식 타자기는 아닐지라도 이야기를 기록할 도구와 앉을 의자 그리고 이야기의 주인공인 자신만 있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아직 작가는 아니지만 이 책을 빌어 작가라는 꿈을 옅게 그리고 길게 바라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