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03 / 2015 ~ #089
2024년 9월 24일, 곧 1년에 끝인 10월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항상 멈추지 않은 시간을 보면서 나에 달라진 점을 찾거나 못한 점, 아쉬운 점을 반성하고 또다시 무엇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그런데 2024년에 몇 차례에 일들로 인해 진짜 나를 들여다보는 것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 그제야 보인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되었다.
이전에 썼던 글들을 보면 혼자인 게 참 의연했다. 젊음이라는 방패를 손에 들고 아직 오지 않은 '나'라는 사람에 대한 가능성에 기댈 수 있기에 오히려 더 아무렇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기대를 위한 나의 노력과 행동이 충분치 못하거나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이었거나 틀린 길을 걸었거나 결과적으론 그렇게 대단해지지 않았다.
이런 아쉬움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내가 나 스스로를 옭아매진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런 것조차 당연히 겪을 일이고 그렇지 않았다고 한들 다른 형태로 다른 감정으로 내게 다가왔을 것이다.
오늘 나의 2024년 3번째 시는 문틈이다.
문틈 / 제제
수천번을 드나들던 문
문을 통해 나는 컸다
문이 몇 십 번째 열고 닫혔을 때
작디작은 손으로 틈을 만들었다
만들어낸 틈을 통해 본 광경은
인생의 가장 위대한 남녀의 뒷모습이다
문이 몇 백 번째 열고 닫혔을 때
문을 여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다
틈을 보기는커녕 그 너머에 매료되어
눈과 귀를 닫아버렸다.
문이 천 번째 열고 닫혔을 때
새로운 문틈을 향해 떠났고
문이 수 천 번째 열고 닫혔을 때
작디작은 발로 문틈을 만들었다
까치발을 까지 세우며 만든 틈새로
따뜻한 빛을 비추어 앞을 밝혀준다
작은 발이 오래 버티고자 힘을 줄때도
틈 밖 뒷모습은 애써 뒤 돌지 않았다.
이미 바닥만 봐도 그 모습에 그림자는 없었고
가야 하는 방향으로 밝은 빛이 놓여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