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영화는 어떻게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지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민주주의가 가장 우수한 정지 체제라는 당위적 주장은 하지 않는다. 12인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통해 보여주기만 할 뿐이다.
범죄 사건의 증거와 목격자 증인의 진술은 충분해 보인다. 아마 실제로도 높은 확률로 소년은 범인일 것이다. 배심원의 판결은 10분 안에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가해자의 목숨이 달린 일을 단 몇 분 안에 결정되는 현재의 상황이 거슬린다. 그래서 결과와 상관없이 딱 한 시간만 토론한 뒤 결론을 내자고 제안한다. 다른 이는 똑같이 특이한 문양의 다른 나이프의 존재가 거슬리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내가 칼을 써봐서 아는 데 피해자의 가슴에 남은 자상의 형태가 말이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아 나는 모르겠고 토론이 의미 없이 길어지는 사실이 거슬린다. 목격자는 분명히 안경을 쓰는 사람이었을 텐데, 한 밤중에 사건을 분명하게 보았다고 진술하는 것이 거슬린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저렇게 예의 없는 자가 하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 등등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의문점은 그 하나 하나로는 사소해 보인다.
이처럼 이유는 제 각각이지만 각자가 조금씩 거슬리는 점들을 모아보고 나면, 처음에는 확실해 보였던 증거와 목격자의 진술이 그제야 불투명해진다. 그렇다면 누군가 확신할 수 없고 선명하지 않은 추측들을 토대로 처음부터 하나의 명제를 향해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진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수 있다.
어떤 이슈가 터지고 나면 사실 관계 파악 이전에 즉각 네 편 내편을 구분하여 처음부터 결론을 짓고 논리를 맞추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경우 그 논리는 오만과 편견으로 허접하게 구성된 추측 들일뿐이지만 목소리는 제일 크다. 인간이 가진 본성이 그러할지인데 어쩌겠는가.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극단적으로 호도되지 않고 굴러갈 수 있다. 그런 목소리는 결국 이성을 잃고 다양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저만의 정의감을 건드리고 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