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보존의 법칙
인버스(Inverse). 네이버에 검색하면(아, 다음에 검색했어야 하는 것인가!) '(양,위치가) 역[반대]의'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소설에서 인버스는 주식시장의 여러 파생상품중 하나인 인버스 상품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인버스는 특정 지수 수치와 반비례하여 수익을 가져가는 상품이다. 흔히 나스닥이나 코스피라고 하는, 주식시장 지수가 대표적이고, 소설 속 주인공이 투자했던 기름(유가)이나 광물(구리)같은 지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일단 기본적으로 코스피같은 지수는 경기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 즉, 경기가 좋아 회사가 번창하면 주가는 당연히 오르는 것이 옳다. (주가는 그 회사의 가치를 반영해야 하는 것이므로)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주가가 하락하고, 심지어 그것이 전 국가적인, 혹은 세계적인 흐름인데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돈을 벌어가는 시스템. 과연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주인공이 묻고 싶은 것이 그것이었을까.
주인공은 그다지 화목하지 못한 서민 가정에 태어나서 별고 없이 자란다.(오타 아니다.) 물론 주인공 스스로 평가하는 자신의 모습이지만. 사업에 번번이 실패하고 이제 무엇인가 법인을 어머니 명의를 빌려 겨우겨우 연명해 나가는 신용불량자인 아버지. 번역가로 활동하며 아버지의 사업 실패 속에서 대출을 얹은 작은 아파트 하나를 겨우 버텨낸 어머니.
주인공은 대학을 진학하고, 날마다 소리를 질러대는 아버지를 피해 방을 얻어 나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하지만 그런 아르바이트로는 등록금에 월세까지 마련하기 빠듯하다. 고액알바라고 알아본 것은, 몸을 파는 일. 그러던 중, 주식투자에 눈을 돌리게 되고, 그 파생상품 중 적은 종잣돈으로 더 큰 레버리지가 가능한 선물, 그것도 해외선물에 눈을 돌린다.
나름 언변과 타고난 감으로 블로그와 함께 거시적인 뷰를 제시하며 선물에서 상당한 성공을 이룬다. 그러면서 알게 된 정운채. 거의 불법도박장과 다름없는 대여계좌거래를 중개하는 성공한 남자. 정운채는 주인공에게 관심을 갖고 인터넷방송을 이용한 리드방 운영을 제안하지만, 주인공은 알 수 없는 양심에 기대 거절한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언변으로 감춰도 결국 감으로 투자한 것에 불과했던 주인공은, 일순간 거의 5억 원에 달했던 수익을 한 순간에 잃고 만다. 대학생이라는 신분과 함께.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수업이라는 핑계로 본가에 들어간 주인공. 모든 것을 체념한 체 사는 어머니의 모습과 언제나와 다름없이 고함치는 아버지를 보며,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뇌한다. 하지만 결국 무엇인지 알 수 없고, 그저 돈을 벌자고 생각해 결국 다시 정운채에게 연락하여 돈을 빌려 투자를 시작한다.
거의 유일한 친구라고 할 만한 민우에게나 겨우 마음의 일부를 털어놓지만, 민우는 투자를 이해해주지 못한다.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고깃집 사장인 '섭리와운명'이 자신을 좋게 봐주며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에 약간의 죄책감과 함께 뭔지 모를 안도감을 느낀다.
나스닥 인버스로 시작해서 구리 선물까지. 결국은 뭔지 모를 감으로 끝까지 성공을 이뤄낸 주인공은 뭔지 모를 허탈감에 한동안 공허한 나날을 보내다가 결국 지방에 작은 아파트를 사기로 한다.
소설은 어찌 보면, 최근 이슈가 된 '영끌'투자의 단면을 보여준다. 조금 다른 부분이라면, 주인공은 '성공'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설상 시기에 계획도시에 아파트를 매입했으면 부동산 투자도 역시 성공이다. 뭐,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소설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이 좋은 것은 주인공이 성공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고뇌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고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결국 '부의 보존법칙'과 비슷하다.
위에 언급했지만, 선물이나 인버스 상품에서 수익이 나는 것은 상당히 이상한 구조다. 애당초 처음 저런 상품들이 생겨난 것은 미래의 불확실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 자본주의는 선의의 제도를 오로지 이익을 위해 악용한다. (엄밀히 악용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악용에 대해서는 대비하지 않고 만든 제도이기 때문에, 그런 악용으로 인한 폐해, 즉 한쪽의 수익은 새로이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에서 오는 것이 문제다. 주인공이 고뇌하는 것처럼, 내가 오늘 번 돈이 결국은 누군가가 잃은 돈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주인공은 그런 고뇌라도 하지만, 현시대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 등에 굴러다니는 슈퍼카와 반짝이는 명품시계는 전혀 그런 고뇌를 하지 않는다. 오로지 성공, 부의 축적, 과시만 남아있다.
그 반대편에, 그 화려함을 밑에서 받치고 있는 주검더미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본인 역시 그런 주검더미에 속할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달까지 가자'였던가. '투자는 본인의 책임'이라는 문구가 있던 소설이. 하지만 '투자는 본인의 책임'이라는 문구는 단지 소설이 아니라, 현실의 모든 금융상품 약정서에 적혀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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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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