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오랜만에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고 또 해야 하는 일이라 한동안 커리어 관련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요즘 좀 색다른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일을 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일들을 하고 있다. 헤드헌터로 10년이 넘게 일하면서 세상에 내가 모르는 직업도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스스로에게 부끄럽기도 하다. 처음 들어보는 업무의 종류와 형태가 이렇게 많다니!!!
그래서 요즘 많이 생각하는 것은 '협업하기'이다. 너무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모르는 일이 있으면 배우면 되고, 동료가 모르는 일이 있으면 알려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내가 한 가지 일만 해 왔기 때문에 했던 착각이었다. 내가 이미 하던 일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알려 주면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전혀 모르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물어보는 것도 배우는 것도 쉽지 않다. 경력이 3년 이하라면 언제 누구에게든 물어봐도 아무렇지 않다. 오히려 그 연차라면 물어보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경력이 10년이 넘어가니 누군가에게 물어본다는 상황 자체가 약간 어색하다. 그리고 내가 배우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도 상대방의 태도도 문제였다. 친절한 사람들도 많지만 '너는 이것도 모르냐?'라는 태도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게다가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모두 모아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분야에 따라서 같은 말도 다른 언어로 표현했다. 그 단어를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그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고 누군가에는 물어야 하고 누군가에게는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럴 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쉽게 협력을 끌어낼 수 있을까?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인지한다.
늘 동일한 사람과 프로젝트를 한다면 그건 정말 행운이다. 대부분은 프로젝트마다 다른 사람들과 일하게 된다. 디자이너를 예로 들자면 포토그래퍼와 기획자와, 전략 담당자와 하다못해 원가 관리 부서와도 얘기해야 한다. 그나마 내부와만 일하는 것도 행운이다. 외부 업체에 견적을 받고 비교해야 하는 경우에는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사람이 10명을 훌쩍 넘는다. 프로젝트마다 같은 업체나 사람과 한다면 모를까 대부분은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사람과 일해야 한다. 그런 환경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기획자의 손과 발이 되는 것 같아서 짜증 나고, 어떤 경우에는 외부 업체에서 아무것도 하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짜증 난다. 올해 초에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멘토가 딱 100만 원이 있는데 제품 디자인을 잘 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두말하지 않고 팀 워크숍이라고 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고, 사람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고 어떤 업무를 어떤 방향으로 누구와 어떻게 해 나갈 건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나는 아 하는데 너는 어 하고 있으면 어렵다. 우리는 가자고 하는데 누군가는 멈추자고 하면 그것도 어렵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늘 염두해 두자. 사람은 원래 내 맘대로 안 되는 거다. 나 자신을 스스로 통제 못할 때가 많은데 하물여 다른 사람이야 오죽하랴.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고 스스로 내 마음에 들게 행동해 줄 것이라는 기대부터 버려야 한다.
질문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질문은 어떤 질문이든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사람은 네이버에 검색해서 답이 나오는 것은 묻지 말라고 강하게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는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서로 가진 차이를 알고 그 간격을 점점 줄여 나갈 수 있다.
어떤 질문이든 잘 받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서 나를 멍청하다거나 스마트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대로 된 질문이 무엇인지는 상황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니 예시를 제시하기는 어렵다. 어떤 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엉뚱한 질문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상황에 적절한 질문을 해야 한다.
이렇든 저렇든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상대가 뭐라고 나를 평가하는 것과 상관없이 내가 일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질문하자.
적절한 상황에 얘기해야 한다.
모든 것이 끝나고 사실 나는 이랬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라는 의견은 의미가 없다. 진행 중에 의견이 있다면 얘기해야 한다. 나는 얘기하고 싶은데 우리 회사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에요. 말 못 해요. 선배들이 하자는 데로 따라 해야 해요.라는 분위기에서 일한다면 한 번쯤은 용기를 내어보자. 모두가 있을 때 의견을 말하기 어렵다면 누군가 가장 신뢰하거나 의견을 검토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 부분을 나 역시 가장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회의 시간 중에 저건 아닌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말들이 있다. 혹시 이 말을 하는게 상사의 의견을 반대하는 것은 아닐까, 괜히 말 꺼내서 일만 더 생기는 것은 아닐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 결국 말하지 못하고 회의를 마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요즘 느끼는 것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라 누군가 뛰어난 역량을 가진 한 명이 전부를 진행할 수 없다는 거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과 의견 조율을 잘 해나가는 사람이 더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위의 3가지는 최근 들어 내가 생각한 부분이지만 다른 여러 가지 방법들이 더 있을 것이다.
혼자 일하는 프로젝트는 어디에도 없다. 결국 누군가와 함께 일 해야 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기도 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더 잘 협력하여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 때때로, 종종, 가끔, 혹은 늘, 자주, 여러 번 생각하고 고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