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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coach Mar 13. 2018

야! 나도 하기 싫어.

어떻게 매일 열심히 일하냐?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몸이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는 날이 있다. 보통 흐리거나 비가 오기 직전의 날씨에 그런 경우가 많다. 그냥 휴가 쓴다고 하고 계속 잘까?라는 생각이 파도같이 밀려왔지만, 피 같은 휴가를 이렇게 쓸 순 없지. 꾸역꾸역 몸을 일으켜 출근 준비를 했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솔직히 최근 몇 주간 그랬다. 



평소 디자이너나 기획자를 만나서 얘기를 해 보면 대충 나뉜다. 일을 좋아서 하는 사람과 억지로 꾸역꾸역 하고 있는 사람. 그런데 그 두 부류가 늘 그런 건 아니다. 어떤 때는 일을 좋아서 하다가도 어떤 때는 꾸역꾸역 하게 되기도 한다. 그건 클라이언트의 문제일 수도 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문제일 수도 있고, 그냥 개인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심지어 열심히 하는데도 좋은 성과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좋아하는 윤여정님이 그랬다. 열심히 하는 티 내지 말라고. 

그래서 반성문처럼 쓰는 글이다. 지난 글들에서 너무 열심히 하라고 강조한 거 같아서. 



아무리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지칠 때가 있다. 하기 싫을 때도 있고 그냥 시간을 흘려 '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까? 


내가 그런 시기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일이 잘 안되고 계속 지치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시간을 흘려버려야 하는 타이밍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예민해져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평소와 달리 까칠하게 대하고 뭐든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든다면 그때가 바로 시간을 흘려버려야 하는 때다.


이건 주로 내가 하는 방법들이다. 아마 비슷한 사람도 있고 그런 걸로 되겠어? 싶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정말 아무 방법을 모르겠다 싶은 사람들이 한번 해 보면 좋을 방법들이다. 


일단 회사에서의 시간은 버려야 한다. 일하는 척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서 일하는 "척"만 해야 한다. 자료 서치, 트렌드 서치 등 그냥 웹서핑을 하는 거다.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거나 미팅을 해야 한다면 영혼은 놓아두고 그냥 참여만 하고 앉아만 있어보자.


시장 조사라는 근사한 이름을 붙여 평소에 못 봤던 전시회도 가서 보고,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세미나도 참여해 본다. 거기서 옆에 앉은 사람에게 어떻게 이 세미나에 오시게 되었는지 같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그런 말을 걸어 보는 거다. 


서점도 가 본다. 책을 꼭 살 필요는 없다. 그냥 저 책은 표지가 참 예쁘구나, 저 책은 잘 안 팔리나 봐, 재고가 제일 많네. 뭐 이런 생각만으로도 충분하다. 평소에 좋아하던 책을 집어 든 사람이 누군지 한번 보거나, 스타일이 멋진 사람이 선택하는 책은 무엇인지를 슬쩍 보고 한 권 구입해도 좋다. 김영하 작가의 명언이 있지 않은가, 책을 읽으려고 사는 게 아니라 사놓은 책 중에 읽는 거라고. 꼭 읽으려고 사라는 게 아니다.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 거기 가서 멍 때려 보는 것도 좋다. 내가 멍 때리기 좋아하는 장소는 덕수궁, 종묘, 어린이대공원이다. 그 장소들은 어디에 가서 앉아도 높은 건물이 보이지 않고 하늘이 바로 보이는 곳이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는 조용하다. 사람도 별로 없다. 쇼핑몰을 좋아한다면 쇼핑몰에 가서 아무 생각하지 않고 앉아 있어 보는 것도 좋다. 그런 장소가 어딘지 모르겠다면 우선 집과 회사 근처가 아닌 평소에 갈 일 없는 장소에 가서 아무 데나 앉아서 시간을 흘러 버려보자. 


슈퍼에 가서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코너에 가서 이것저것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먹을 일도 없는데 패키지가 예뻐서 사놓은 소스는 유통기한이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냉장고 속에 있다. 


움직이는 게 귀찮다면 가만히 앉아서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핸드폰 게임을 해 보는 거다. 예를 들어 마이 리틀 셰프 같은. 아니면 프리셀의 왕이라는 게임도 있다.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가수나 연주자의 공연 실황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MP3로 듣는 것과는 다른 재미가 있다. 나는 곽진언이라는 가수를 좋아하는데 예전 그의 공연들을 찾아보면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 맥주잔을 탁자에 놓는 소리,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도 다 들어 있다. 화장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뷰튜버들이 올려놓은 GRWM 영상들을 보는 것도 좋다. 


이런 방법들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누군가는 동네 골목골목을 걸어 다니는 것에서 휴식을 느끼고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좀 지나치다 싶게 운동을 하기도 한다. 연필을 사거나, 노트를 사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자신에게 맞는 소확행을 찾아 두자.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쓰다 보니 결국 이 글도 일하기 싫을 때 다시 일하고 싶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주제인 글이 되고 말았다. 지난 몇 개의 글을 읽은 지인들이 물었다. "넌 뭐 얼마나 열심히 일하냐?"

어쨌든 일을 계속해야 한다면 억지로 꾸역꾸역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게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평생 일 안 해도 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우리 대부분은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처음에 말한 것처럼 나도 오늘 아침 출근하기 싫었다. 그래서 이제 그간 봐 두었던 어디에 신고 나갈 일이 없는 15CM쯤 되는 굽을 가진 레몬 옐로 색에 꽃 프린트가 들어간 구두를 사러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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