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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coach Feb 09. 2018

열심, 내 삶에 있는가?

2번째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왜 윤식당을 좋아하는가?

윤식당은 주말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이라고 표현하고 매 회마다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스토리는 알고 계시듯, 

해외 어느 지역에서 식당이 본업이 아닌 연기자들이 식당을 해 보는 것이다.

실제 식당을 하는 사람들은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괴리감을 느낀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열광하는가?


일단 내 관점으로 보자면.

나에게는 그들의 열심과 정성이 계속해서 그 프로그램을 보게 하는 힘이다

요리는 그들의 본업이 아닌 일이다. 심지어 윤여정은 평소에는 요리를 즐겨하던 사람도 아니다.

시즌1이 끝나고 인터뷰 기사를 보니 해야 해서, 맡은 일이라서 어쩔 수 없이 열심히 했단다.

윤여정은 평소 인터뷰에서도 그랬다.

잘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라도 열심히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학교에서 숙제를 해 오라고 하면 잘하진 못해도 늘 열심히 해 갔다고 한다.

그런 태도로 요리도 하고 있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일단 열심히 한다. 애를 쓴다.


툴툴거리는 이서진도 손님에게만큼은 신경을 쓴다. 소위 말하는 츤데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손님들에게도.

그러나 늘 관심을 쏟고 있다.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며 어떤 메뉴를 빼고 더할지,

어떻게 하면 더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 하다못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힘내게 하려면 어떤 메뉴를 준비해야 하는지. 세상에, 스페인에서 꼬리곰탕이라니!!!


정유미와 박서준의 열심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동료들과 손님들과 음식에 신경을 쓴다.


색깔은 제대로 나왔는지 메뉴의 프레젠테이션은 괜찮은지.

수고를 좀 덜기 위해서 미리 음식을 조금 해 놓는다던지,

아이스크림을 퍼놓고, 재료들을 손질하고 볶아 놓는다.

말 그대로 땀을 비 오듯 흘려가며 그렇게 일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열심을 보고 열광하는 것은 아닐까?

아침을 눈을 떠서 회사에 출근을 하고 어찌어찌 시간을 보내다가 퇴근을 하고,

혹은 상사의 눈치를 보며 야근을 하고 동료들과 친구들과 맥주 한잔 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잠드는 삶의 반복에서 빠져 있는 그것.


일을 향한 혹은 무엇인가를 향한 열정, 그리고 열심.



그게 빠진 삶을 텔레비전에서 보이는 타인의 열심으로 대리로 위안을 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드라마도 그렇다고 하지 않는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삶에 대한 대리 만족.

그런 대리 만족이 꼭 해외의 말도 통하지 않는 어느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더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일하고 있는 그들은 그 해외의 어느 지역에 대해서 잘 느끼지 못한다.

눈 뜨면 가게로 출근하여 돌아오면 저녁을 먹고 씻고 잔다. 방송 외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시청자에게 보이는 부분은 그게 끝이다. 그러다 어느 날 아주 잠깐 수영을 한다던지 외식을 한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열심을 다하는 것이든,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열심을 다하는 것이든 

어쨌든 그들은 내가 보기에는 무척 "열심"을 다해서 일한다.


일을 잘한다 못한다는 떠나서 열심히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열심히 하고 있다면 상관없지만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이 나와 맞지 않는데 억지로 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그 일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나의 자존감을 떨어지게 하는 사수나 상사와 일하고 있다면 그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그런데 그냥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지 않게 된다면 그건 수가 없다. 좀 쉬면서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찾으면 어떨까?


말은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실제 저 경험을 나는 가지고 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서 도저히 의미도 재미도 아무것도 찾을 수 없어서 일을 그만둔 적이 있다. 그리고 11개월 후 원래 일하던 그곳으로 돌아가서 똑같은 일을 다시 시작했다. 심지어 이전에 받던 월급보다 더 낮은 급여를 받고. 그런데 막상 쉬어보니 내가 그 일에 얼마나 잘 맞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후배가 일이 너무 재미없다고 하면 쉬길 권하는 편이다. 이제 정말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6개월 1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시간을 버틸 비용은 누가 주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때 나는 30살이었고 나보다 6살 어린 사수 밑에서 시간당 5000원 알바를 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열심을 찾을 수 있다면, 혹은 열심을 다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그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다는 게 내 결론이다. 


아, 쉬라는 게 이 글 전체의 결론은 아니다.

열심을 다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 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얘기다. 쉬는 것에만 꽂혀서 나는 쉬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언젠가부터 디자이너의 JOB 이라기보다는 일 하는 사람의 태도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글을 쓰고 있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잘하고 못하고 보다는 일에 대하는 태도, 동료들을 대하는 태도, 그런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2018년에 든다. 



아무튼, 정리를 하자면

맡은 일이니 그냥 일단은 열심을 다 해 보던지,

안 되겠다 싶으면 쉬면서 열심을 다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는

2018년 되시길!!

이미 새해는 지난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구정이라는 또 다른 새해가, 기회가 있으니.



그래서 다시 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그런데 나는 사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숨 막혀한다. 도대체 어느 정도 해야 최선을 다한다는 건가? 그게 늘 의문이다. 그래서 JTBC의 뉴스룸이 끝날 때 늘 손석희 사장이 하는 "즈희는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말에 때로는 눈물이 났다. '도대체 얼마나 더 최선을 다 하라는 것인가'  나에게도 최선을 다하라고 요구하는 것 같아서 숨이 막혔다. 뉴스도 좋고 손석희 사장도 좋지만 숨이 막혔다. 종종 장기하의 노래를 손석희 사장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장기하의 '새해 복'이라는 노래 가운데 외친다. 열심히 하지 마!!!!! (새해도 되었으니 한번 들어보세요. 진짜 좋답니다.)







이제 정말 꼰대가 되어가나 봅니다. 이렇게나 할 말이 많다니. 

지난 글을 읽고 나에게 꼰대 같다는 의견을 준 지인이 있었습니다.

할 얘기도 많아지고 잔소리도 늘어나면 그게 바로 꼰대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바로 그 꼰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바심이 납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런 글을 쓰고 있다니. 나는 태어나길 꼰대로 태어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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