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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coach Nov 29. 2018

능력 밖의 일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멈췄습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뭐든 열심히 하면 다 되게 되어 있어.라는 생각으로 산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간절하고 절실한 만큼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면 결국 다 된다. 이게 인생의 모토(였)다.


그런데 요즘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게 있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못해서라기 보다는 능력 밖의 일을 내가 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건 핑계일까? 뭐 이런 생각들.

능력 밖의 일은 내가 못하는 일이다.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그냥 보니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으로 그냥 해보지 뭐.라고 시도하는 일들을 이제는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마다 능력치가 다르다. 사실 난 그걸 늘 인정하고 살았다. 그렇지만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는 열심히 하니까 어쨌든 결론 지을 수 있는 프로세스로 일하면서 지내왔다. 아마도 힘들었지만 그 일들은 내 능력 안의 일이었던 것 같다.


요즘 하는 일들은 저번에 말한 그간 해왔던 일과는 다른 일에서 또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이젠 다른 일을 한다고 말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이 정도 했으면 그냥 이게 내가 하는 일이지 않나 싶지만 세월로 따졌을 때 10년이 넘게 하던 일이 있으니 이 일은 나에겐 계속해서 새로운 일처럼 느껴진다. 계속해서 새로운 일을 하고 거기에 적응하고 일을 해 내는 것이 나에게는 잘 맞아 라고 생각했지만 매번 모르는 일, 새로운 일을 하다 보니 이게 과연 잘 되고 있는 건지, 맞게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오면 항상 흔들린다.


그냥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뿌리부터 흔들린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이 의미가 없게 느껴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런 일이 생기겠지 라고 예상한 일들이 생기는 것 외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계속 생긴다. 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구나, 이런 것도 신경 써야 하는 건가? 심지어 그 일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10분이면 할 일을 나는 며칠을 혼자 붙들고 끙끙대고 있었다. 능력 밖의 일이란 이런 거다. 이래서 경력자 경력자 하나보다.


이 경험을 쌓아서 다른 일을 할 때 또 사용할 수 있거나, 이 경험을 계속 이어 나갈지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고민은 계속된다. 이렇게 계속해도 되나? 저렇게 하고 있어도 괜찮은가? 

사실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문제니까.


오히려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타이밍에 어떤 일을 시켜야 할지, 부탁해야 할지,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는 업체, 디자이너, 영상 제작자, 기획자, 마케팅 담당자, 나의 보스, 나의 보스의 보스,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해야 하는 사람들까지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문구 하나 이미지의 색 하나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심지어 메일 한 문장을 쓰는데도 어느 날은 3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아침이면 득달같이 뭔가를 결정해 달라는 카톡이 오기 시작했다. 메일 창을 열어 놓고, 카톡 창을 열어 놓고 내가 내린 이 결정이 맞는가?라는 의문을 수도 없이 던졌다. 


미팅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1시간을 떠들고 나서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옥상에서 가지기도 여러 번. 연필을 쥐고 노트에 화살표를 그려가며 이런 프로세스로 진행해야지를 고민하기를 수십 번. 그랬는데 결국 프로젝트는 멈췄다. 


쓰다 보니 대 놓고 신세한탄이 되고 있어서 이 글을 어떻게 마무리지어어야 하나 싶다.


내년 2월 말까지로 기약한 일이어서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나는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나는 무엇을 남겨야 하나? 이 경험을 통해서 내가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 아직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배우긴 뭘 배우나 결국 이 일은 나한테 안 맞는 일이라는 걸까?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맞나? 이 생각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글이라도 적으면 정리가 좀 더 될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다. 어떤 배우가 책을 냈는데 거의 걷기 예찬의 수준이라던데. 난 이런 일이 생기면 걷는다. 2시간이고 3시간이고 걷는다. 걷다 보면 정리가 되겠지. 이런 마음으로. 


오늘은 집까지 걸어갈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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