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피디님, 한시간만 만나 보고 싶습니다!!
산책을 하다가 문득, 송은이는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를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만나서 물어볼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어서 그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아래에 이어지는 글은 제가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전 글에서 저는 요즘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고 맡고 진행하고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12년이 나한 헤드헌팅과는 조금 다른 어떻게 보면 완전히 다른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헤드헌팅도 하고 있지만요!
처음 해 보는 일이 너무나 많고 매번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어서,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내 자존심이 아팠습니다. 뭐든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적어도 중간은 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걸 처음 해 봐서요 좀 봐주세요.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그렇게 마음이 힘들더라고요. 누군가에게 민폐가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나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점점 떨어졌습니다. 그럴수록 더 자신을 다그치며 더 열심히 노력하고 몰아세웠고, 정말 너의 최선을 다 한 것이냐고 묻고 또 물었습니다. 완벽주의자는 아니었고 그렇게 될 수 없지만 계속해서 스스로를 몰아세웠습니다.
그러다가 송은이를 생각하게 된 겁니다. 어땠을까? 새싹 피디라는 별명으로 이영자에게 나영석과 비교되며 안 하던 일을 시작했을 때의 각오는 무엇이었을까? 이렇게 잘 될 줄 알고 시작했을까? 나는 왜 이렇게 밖에 안 되는 것인지 고민한 적은 없을까? 너무너무 궁금한 게 많아졌습니다. 언젠가 꼭 한번 만나서 물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사람들은 원래 네가 하던 일을 계속해. 그게 더 편하잖아. 더 잘할 수 있잖아.라고 얘기합니다. 제 친구들도 그랬습니다. 그냥 원래 하던 일을 다시 시작해. 그러다 제가 그냥 눈만 깜박이고 앉아 있으니 그런데 넌 왜 그 일을 하려고 하는데?라고 묻습니다. 저는 그 말에 대한 대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저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고 그냥 어쩌다 보니 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하다 보니 이러고 있더라' 이게 제 입버릇이었습니다. 그러데 막상 또 예전으로 돌아가자니 새로 시작한 일들이 재미있습니다.
다행히도 대학 전공을 언론영상을 한 덕분에 무슨 소린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헤드헌팅 일은 생각해보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해 낼 수 있는 직업이었습니다. 세상에 많은 직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고 있었고, 일을 하면서 이 직무는 이런 사람이 하면 좋겠사람이 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시키지 않아도 해 둔 덕분에 어떤 일을 하든지 아주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기보다는 기본은 알고 있더라고요. 대신 어느 정도 해야 일을 잘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알기 때문에 기준이 자꾸 높아져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하게 되니 딱 죽기 직전까지만 최선을 다해보자. 그게 매일매일의 결심이었습니다. 못해도 실수해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라도. 그걸 자존심 상해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말고. 그저 제가 해야 되면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의 마음으로 그냥 열심히 해보자. 알고 보니 제가 저를 오해하고 있었더라고요. 아무도 저에게 얼마만큼 해내야 한다는 범위를 정해 준 적이 없는데 혼자서 그냥 제가 잘하는 줄 알고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었더라고요. 사실 이제 처음 시작하는 모든 사람이 다 겪는 일일 텐데, 혼자서 더 못한다고 생각하고 그 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서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하면 된다고 매일 결심했습니다. 할 수 있는 것보다 아주 조금만 더 하자라고 다짐했습니다. 예전에 같은 팀에 있던 신규 직원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야근을 하더라고요. 집에 가라고 해도 안 가고 앉아있길래 넌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니?라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돌아온 답이 저를 반성하게 했습니다. 자기는 이 일을 새로 시작하고 잘 모르니,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을 더 들여야 하기 때문에 사무실에 더 오래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그 직원에게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설명하고 가르쳤습니다. 물론 혼내는 것도 많이 혼냈지만요. 아마도 그 직원은 본인의 그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엄청 발전할 겁니다.
김동률은 '노래'에서 얘기합니다. 내 안의 움찔거리는 그게 뭔지는 몰라도 적어도 더 이상 삼키지 않고 악을 쓰듯 노래를 부른다고. 저도 요새 그런 기분입니다. 제 안의 움찔거리는 그게 뭔지는 몰라도 재미있는 일을 해 보기 위해 어려움들을 악을 쓰듯 이겨내 보자. 그런 기분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