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팅시티 Floating city

낯선 유대

by jaycoach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3764728



뉴욕을 바라보는 시선


뉴욕은 멋지고 부유하고 화려하며 바쁜 도시라고만 생각했다. 전혀 모르고 지났을 수도 있는 뉴욕이다. 비단 뉴욕만 그런것이 아닐지도. 어쩌면 서울 어느 한 지점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닐까.



불법
불법 거래는 태생적으로 남의 눈을 피해서 일어나기 때문에 누가 불법적으로 돈을 버는지 파악할 길이 없었다. ... 인지하고만 있으면 된다. 그렇다고 영원히 미룰 수는 없었다.


살면서 불법을 저지를 경우가 몇 번이나 있을까? 심지어 그 불법으로 돈을 벌 경우는?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 봤을 때 나에게 아주 어려운 일이다. 폭력, 마약, 섹스로 유대를 형성하는 삶이라니. 단 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다. 정말 영화같은 삶인데 실제 일어난 일들이라니. 내가 보는 세계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



공동체


뉴욕에서는 사람들이 도시 곳곳을 다니면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낯선 사람들과 유대를 형성했다.

요즘 여러 곳에서 낯선 유대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디지털화 되는 삶에서 얼굴은 몰라도 아이디는 알고, 전화는 하지 않아도 @으로 소환해서 코멘트를 달면서 만드는 어떤 유대. 책을 좋아하는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나이도 직업도 묻지도 않고 낯선 사람들과 유대를 형성했는데 그게 나에게는 트레바리다. 물론 책에서는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 사이의 어떤 유대를 얘기하는 거다.


지하세계는 그 세계를 지키는 방향으로 적응하면서 즉석에서 공동체를 이루었다. 어떤 유대감이나 공통의 무언가, 심지어는 인종이나 성정체성 같은 그 어떤 것에도 기반하지 않은 그냥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다들 고백하고 싶어 하고 누군가 들어주기를 바라고 그들의 욕구를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를 이루고 싶어 했다.

그런데 읽다보면 그들의 유대도 평범한 사람들이 원하는 유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챕터를 읽을 때는 정말 읽히지가 않아서 계속 읽어야 하나를 고민했는데 막상 2번째 챕터부터는 딴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크게 보면 불법, 마약, 섹스로 돈을 버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지만 읽으면서 계속 든 생각은 그 어떤 공동체 형성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공동체는 꼭 돈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개인의 성장과 타인의 필요,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도움이 되는 그런 목적에 의한 것이 더 큰 것 같다.


늘 맺는 어떤 관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서의 공동체를 만들고 유대 관계를 형성해 가는 것을 보는 것은 새로웠다. 그 방식이 불법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말이다. 인간의 삶이란 결국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도움을 받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삶을 유지하는 의미를 찾는 것 같다.



자아찾기


책의 저자는 컬럼비아 대학 사회학과의 교수다. 그 역시 이주민으로 미국에 정착했고, 대학원 시절 논문을 통해서 지하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비리그의 휘장이 보장하는 지위와 도전이 필요해 컬럼비아 대학의 교수로 지원했다. 아무런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그가 왜 지하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나는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을 원했다. 나 스스로 외롭고 다르다고 느끼면서, 나처럼 낙인찍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고 그들에게서 지혜를 구하려 했다.


책에 나오는 마고, 아날리스, 샤인, 안젤라는 수디르 교수에게 같은 얘기를 했다. 타인에게서 자신을 찾지 말라고. 너는 정작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고. 그의 학문을 위한 글인 것 같지만 읽을 수록 수디르 교수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어느지점부터는 나역시 수디르 교수의 고민에 동화되었다. 관찰자의 역할로 실제로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타인의 삶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불법적인 일을 하지 말라고 권유해야 하는 것인지 관찰을 더 하기 위해서 어떤 삶들을 방관해야 하는 것인지 그는 답을 찾지 못했다.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책의 다른 사람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삶을 살지만 정작 수디르교수는 결국 아무와도 제대로 된 유대를 맺지 못했다. 나 역시 그런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삶으로 스며들지 못한 관찰자의 삶. 상처 받을 것이 두려워서,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것 같아서, 그 다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늘 어느 정도의 경계를 가지고 사람들을 대했다. 스스로 만든 경계 때문에 외롭지만 그렇다고 그 경계를 허무는 법도 모른다. 저자는 연구라는 변명을 대지만 나는 어떤 변명을 해야 할까.




어떤 자료가 컴퓨터에서 그래프의 한 점으로 찍히면 거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야기가 엮여서 드러난 양상 안에서 보면 점 하나는 가치관과 사회적 역할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하나의 즉흥적인 이야기가 된다.

이번 트레바리가 그랬다. 정말 아무생각 없이 신청한 한 점일 뿐이었는데 내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고 삶의 한 이야기가 되었다. 삶에 대한 시각을 훨씬 더 넓힐 수 있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모뉴먼츠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