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되어 있는 포트폴리오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저는 제품 디자이너라서 포트폴리오를 잘 못 만들어요.
저는 UX 디자이너라서 포트폴리오가 없어요.
이건 변명일 뿐이다. 아니면 게으르거나.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제품 디자이너도 해야 한다. 내가 디자인한 제품을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게 그래픽적으로 디자인하는 것. 그것도 무척 필요한 작업이다.
UX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다. 정말 많은 포트폴리오를 받아 본 결과 UX 디자이너들도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가 있다. 자신이 어떻게 그런 일을 기획해 왔는지, 어떤 회의 과정을 거쳤는지, 심지어 간단하게 스케치한 것을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결과물 페이지를 캡처하여 나열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전 UX 디자이너라서 포트폴리오 없어요' 라는 말은 하지 말자.
그래픽 디자이너들 중에 경력이 5년 미만인 경우는 좀 드물지만,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지원자들 중에 과거의 영광을 포트폴리오에 나열하는 경우도 많다. 소비재의 경우 제품이 리뉴얼되어 지금은 찾아볼 수도 없는 디자인이지만 지원자 입장에서는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여 1번으로 놓는 경우도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결과물이 10년 전 결과물이라면 더 읽어 보기도 전에 매력이 없다.
인테리어나 공간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완성한 공간을 반드시 사진으로 남겨 두자. 일에 쫓기고 바빠서, 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뭐에 또 쓸 일 있을까 싶어서, 매번 똑같은걸 뭘 또 찍나 싶어서, 그런 건 신입들이나 하는 거지라는 핑계로 사진 찍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 SNS에서 #을 달고 여러 번 올라오지 않을 공간이라면 포트폴리오를 만들려고 아무리 뒤져도 온라인상에서 남이 찍어 놓은 사진도 한 장 건지기 힘들다. SNS에 많이 올라온 공간이래도 그걸 막상 포트폴리오에 넣으려면 화질이 떨어져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까, 괜히 바쁘다고(AKA 부끄럽다고) 넘기지 말고 꼭 중요한 부분들은 사진으로 남겨놓자!
제일 많은 변명 중에 하나. 회사 프로젝트라서 오픈할 수 없습니다.
아직 회사에서 오픈하지 않은 프로젝트라도 포트폴리오에 넣고 불러 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프로젝트를 굳이 넣을 이유가 있느냐고 묻는 경우도 많은데, 그래도 굳이 넣으라는 건 인터뷰 자리에서 포트폴리오로 보여 줄 수는 없었으나,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는 무엇입니다 라는 얘기라도 꺼내는 게 인터뷰에서 유리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포트폴리오를 PDF로 제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 아무리 커도 꼭 10MB 안 쪽으로 용량을 맞추자. 화질을 좋게 하려고 고화질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다 보면 용량 초과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상태로 보내지면 담당자의 이메일에 들어가지 못해 검토조차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엔 웹사이트 주소로 제출하는 경우도 늘었다. 본인이 직접 만든 포트폴리오 사이트라든지 기존에 많이 사용하는 포트폴리오 사이트들에 올려놓고 주소를 보내면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있다. 파일로 제출하면 용량 때문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보여 줄 내용들을 선별해야 하지만, 웹사이트의 경우에는 보는 사람이 선택해서 볼 수 있다. 대신 잘 관리해야 한다. 업데이트 날짜가 지나치게 오래되었다거나, 제대로 정리해 놓지 못했다던가, 호스트 비용을 내지 않아 사이트가 없어지지 않았는지 늘 체크해야 한다. 아, 또 한 가지! 웹사이트든, PDF든 비밀번호가 있다면 메일 내용에 미리 알려 주자. 비밀번호를 물어보려고 다시 전화해 주는 친절한 담당자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검토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과정들이 귀찮게 느껴진다면 이력서 작성 때에도 얘기했지만 이직은 그냥 남의 얘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잔소리까지 들어가며 굳이 굳이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야 할 수 있는 것이 '더 좋은 곳'으로 이직이다.
쓰다 보면 잔소리 같기도 하고,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같아서 쓰면서도 이래도 되나 싶은 순간이 있다.
그렇지만 잊지 말자! 이 글의 목적은 언니의 조언쯤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