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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coach Apr 05. 2022

구직 중인데 과제까지 해야 하나요?

요즘 왜 다들 과제를 내주지?


요즘 취업 시장을 살펴보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외에도 기업에서 내주는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꽤 많은 기업들이, 아니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과제를 내줍니다. 사실 이건 요 몇 달간 제가 겪은 일들에 대한 화풀이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알려 달라.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서 고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냐? 우리 회사 서비스 중에 본인의 역량을 잘 펼칠 수 있는 서비스를 골라 피티를 해 봐라, 우리 회사에 더하고 싶은 서비스는 없는가? 당신의 만약 우리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면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고 싶은가?



예전에는 이런 과제를 내주고 인터뷰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막상 그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은 뽑지 않아서 이슈가 된 적도 있었다. 그 이후로는 원래 우리가 하려던 사업이다. 우리가 계획하던 것인데 생각의 방향이 비슷하다와 같은 대답을 하기로 한 듯 하지만 팩트는 알 수 없다. 사실 사람 생각이야 거의 비슷할 것이고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회사에 지원하기보다는 스스로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창업을 하려고 하지 않을까? 



왜 기업들은 지원자들에게 과제를 내어줄까? 그것도 이렇게 사람 구하기 어렵다는 시대에 말이다. 그 과제를 했다는 자체만으로 회사에 대한 지원 열망을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종종 내부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드리지 못하니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예산은 고려하지 않고 하고 싶은 제안을 해 주세요 등의 단서를 붙이기도 한다. 막상  피티에서는 이런 것은 생각해 보았나? 저런 것은 우리 회사 사정에 맞지 않다는 피드백을 하기도 한다. 물론 아이디어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과제 자체로 지원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었다면 그런 피드백을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하긴. 그렇게 과제를 제출하고도 인터뷰조차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때론 과제로 에세이를 작성해서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들이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고 그것에 대한 답을 작성하게 하는 에세이다. 가치관을 묻기도 하고, 사소한 습관이나 평소 버릇, 관심사, 트렌드에 민감함 등을 묻는 질문을 돌려서 하곤 한다. 자기소개서에 충분히 담을 수 있는 내용들을 왜 다시 물어보는 걸까? 아마도 지원자들의 자기소개는 어떤 유행하는 양식에 따라 비슷한 내용으로 작성되다 보니 거기서 차이를 찾기 어려워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해서 지원자의 생각을 조금 더 파악해 보려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차라리 자기소개서에 이런 내용을 포함해 주세요가 더 적당할 것 같다. 



과제를 통해서 정말 훌륭한 인재를 가려낼 수 있을까? 과제 자체를 원하는 방향으로 훌륭하게 해왔다고 해서 그 사람은 정말 확실한 인재일까?  과제가 좋으면 인터뷰를 진행하게 될까? 결과적으로는 이력도 좋고, 그에 더해 아이디어나 기획력, 프레젠테이션 능력까지 좋은 사람을 뽑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소수의 이력은 볼 것이 없지만 아이디어니 기획력이 좋은 사람이 뽑힐 수도 있겠다. JD에는 늘 함께 성장하는 조직원을 찾는다면서 과제를 제출하고 그것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완성된 인재를 찾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기업들은 사실 과제를 통해서 지원자들의 어떤 노동력을 이미 가져가고 있습니다. 과제에 대한 어떤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는 그야말로 경쟁피티입니다. 경쟁피티면 포트폴리오라도 쌓이지 과제는 다른 기업에 포트폴리오라고 제출할 수 있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어떤 기업들은 경쟁피티는 참여하지도 않는다는 의지를 불태우기도 하는데, 지원자에게는 왜 그런 요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구직자들은 약자입니다. 구직자들에게 과제를 요구하는 것은 좀 과장하면 착취입니다. 구직자들의 시간과 아이디어를 무보상으로 제공하니까요. 



물론 과제 자체가 어떤 역량을 보여주는 과제인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 과제를 해내지 못하는 역량을 가진 사람은 뽑을 이유가 없는 그런 과제들도 있기 마련이죠. 예를 들어 1+1=2 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확인하기 위한 과제라면 당연히 해야겠지만 제가 마주한 과제들은 그런 과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탈락 통보를 주는 메일에 당신의 역량이 우리 회사에 필요하니 언젠가 꼭 함께 일하고 싶다 등의 인사말은 그만 썼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일주일 안에 연락할 것이 아니라면 저런 인사말은 우리는 이런 근사한 기업이야라는 이미지를 주려는 것이고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희망고문인 느낌입니다. 제가 너무 답장에 의미를 두는 걸까요? 차라리 저런 멘트를 쓸 시간에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해 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각각의 구직자들에 대해서 소중한 마음으로 메일을 보내는 것이라면 말이죠. 하긴 구직자들도 인터뷰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등의 답장으로 회신을 할테니 도찐개찐입니다. 



늘 기업의 입장에서 글을 쓰다가 오랜만에 구직자의 마음이 되어서 글을 써보았습니다. 처음에 밝힌 것처럼 약간 화풀이 글인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가 탈락 통보를 받은 메일의 문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작성한 글입니다. 그 메일을 받았는데 우리 회사는 너의 지원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느낌보다는 우리는 좋은 기업 이미지로 남고 싶어의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뭐 제가 탈락 통보를 받아서 기분이 별로여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다면 탈락 통보를 받는 다른 분들의 마음도 비슷하지 않을까 해서 쓴 글입니다. 과제를 제출해도, 인터뷰에서 피티를 해도 탈락 통보를 받는 여러분들에게 응원을 전합니다!!! 혼자만 그렇게 부글부글 끓는 마음은 아니라고, 저도 그런 마음이라고 비슷한 마음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기만 해도 왠지 위로가 되지 않나요? 


이제 벚꽃이 피는 계절입니다. 과제를 하다가 마음이 지치면 잠깐 나가서 봄을 만끽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좀 더 부드럽고 따듯한 마음으로 이력서를 작성하고 과제를 진행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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