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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 Dec 12. 2018

#04. 하노이에서 꿀맛 카페 찾기

현지 친구가 알려준 <카페 딘>의 에그커피는 맛있었다


구글맵은 친절하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그곳이 뭐하는 곳인지, 언제 열고 닫는지, 언제 붐비는지, 평판은 어떤지 등등을 깨알처럼 알려준다. 발품 팔아 만든 가이드북들이 머쓱해지는 동안, 우리의 맛집 찾기는 쉬워진다. 구글에 트립어드바이저, 포털 블로그만 몇 번 스크롤하면 웬만한 맛집들은 다 걸려든다. 멸치잡이 같은 느낌. 파닥파닥, 꽉꽉.


막상 현지에 가면 마음이 동한다. 괜한 호기심.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느낌. 기껏 검색해서 찾아갔더니 관광객 손님만 우글거리는 상황도 탐험 의지를 부추긴다. 서울에서 관광객이 많은 식당을 우리는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도 할 줄 모르면서 한 번쯤 말도 통하지 않는 식당에 들이대고 싶어진다. 그건 구글도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몇 년 전, 이스탄불에서 호텔 직원을 붙잡고 물었다.


“너, 친구 있지?”

“그렇지.”

“만나면 밥 먹지?”

“응.”

“어디 가서 먹어?”

“음, 그게 말이야. 내가 가르쳐줄게. 맛있는데, 양이 정말 많아.”


그렇게 찾아간 식당은 관광 구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관광객의 발길이 드문 동네. 가격도 쌌고, 맛도 좋았고, 그 친구 말대로 양도 많았다. 식당 직원들도 친절했다. 그 다음부터 항상 그 방법을 써먹는다. 유명한 곳 말고 꼭 ‘평소 네가 가는 곳’이라고 묻는다. 광화문으로 치면 ‘매일분식’ 같은 곳. 맛있는 김밥과 라볶이, 떡볶이를 먹을 수 있는 곳.


하노이 현지 친구에게 물었다. 하노이에서 가볼 만한, 네가 자주 가는 카페가 어디냐고. 친구는 여러 곳을 말해줬다. 그중에서 <카페 딘(Café Dinh)> 이야기에 끌렸다. 에그커피가 정말 맛있다고 했다. 친구는 말하면서 에그커피의 맛을 떠올린 것 같은 표정이었다.


사실 <카페 딘>은 유명한 곳이었다. 구글에도 정보가 많다. 에그커피로 제일 유명한 <카페 지앙(Café Giang)> 창업주의 딸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에어비앤비의 ‘하노이 커피’ 가이드 메뉴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곳을 소개하는 한글 정보는 적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괜히 이득을 보는 기분이다.


<카페 딘>은 간판이 따로 없다. 가방가게의 간판 아래에 작게 카페명이 병기되어있을 뿐이다. 가방가게 주인의 눈빛은 무심했다. 오랜 세월 가방가게보다 <카페 딘>으로 가는 통로로서의 운명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가방가게를 지나 어두컴컴한 끝단에 좁은 계단이 나왔다. 조심조심 올라가니 흰 고양이가 멀뚱멀뚱 이방인 손님을 바라봤다. 그리고 목조 목욕탕 의자와 테이블이 놓인 공간이 나왔다.



에그커피의 맛은 일품이었다. 예쁜 장미꽃까지 딸려왔다. 오전의 한적함 덕분에 아줌마의 솜씨를 구경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부드러운 계란 거품이 커피와 섞여 고소함이 폭발했다. 어두운 실내에 현지인 손님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 큰 만족감을 줬다. 카운터 위 다락방에서 주인 할머니가 휴식을 취하신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서 이방인 손님이 점점 많아졌다. 한 단체 관광객 무리가 우르르 들어와 실내를 점령했다. 조금 전까지의 낭만은 사라졌다. 단체로 주문한 에그커피에는 장미꽃이 피어 있지 않았다. 현지인 손님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조금 전에 추가 주문했던 ‘카페 덴 다(아이스 블랙커피)’를 다 비우지 못한 채 나도 짐을 챙겼다. 다음에는 좀 더 일찍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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