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 크래프트 세계로 들어서다

갤러그 세대의 AI 시대 ‘적응기’

by 류재민

우리 집 어린이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태블릿 PC로 하는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마인크래프트’입니다. 줄여서 ‘마크’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어떤 게임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생소한 분들을 위해 설명 들어갑니다.


마인크래프트는 2011년 정식 발매된 모장(Mojang) 스튜디오샌드박스 형식 비디오 게임으로, 이름처럼 채광(mine)과 제작(craft)을 하는 게임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모든 것이 네모난 블록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생존하면서 건축, 사냥, 농사, 채집, PvP , 회로 설계, 또는 직접 게임을 제작하는 등 정해진 목표 없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2020년 기준 모든 플랫폼에서 2억 장 이상 판매된 역대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 게임이며, 2019년 9월 기준 활동하는 평균 유저 수가 1억 1,2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전 세계 최고의 인기 게임 중 하나이다. -나무위키 백과사전


3차원 세상에서 다양한 블록을 부수고 만들면서 즐기는 게임에 아이들이 푹 빠졌습니다. 책으로도 나와 판매 중입니다. ‘도티’와 ‘잠뜰’이란 크리에이터는 이 세계의 ‘대통령’, 'BTS'로 불릴 만큼 유명 인사입니다. 제 아이들도 이들 캐릭터에 열광하며 유튜브와 TV를 빠짐없이 챙겨 봅니다.


급기야 아들 녀석은 초1이던 지난해 받아쓰기 100점을 내걸고 태블릿 PC에 ‘마크’ 깔기에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두 살 위 누나와 함께 숙련자급입니다. 다만, 온라인 게임 중독을 우려해 매주 토요일 30분씩만 허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제 휴대폰에 마크 앱을 깔고 함께 하자는 거 아니겠어요? 지난해 태블릿 PC에 마크 앱을 처음 깔고 아이들이 하는 걸 지켜보긴 했는데, 별 흥미는 못 느꼈습니다. 그런데 아들의 얘기를 듣고 보니 배워두면 나쁠 건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마크 세계에서는 집을 짓거나 농사를 지을 때 나무도끼와 나무칼을 사용합니다. 그러다 차츰 기술이 쌓이고 도구가 발전하면 청동검과 칼을 쓸 수 있습니다. 철로 만든 방패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나이 마흔 넷에 마크를 영접했습니다.

구석기시대에서 청동기, 철기 시대로 이어지는 것처럼 일련의 시대 변화를 체득하는 학습효과가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AI(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려면 게임을 통해 체험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들이 저더러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면 아주 친절히 사용법을 알려준다고 꼬입니다. 냉큼 구글 플레이스토어 들어가 지르고야 말았습니다.


나무를 캐서 건물을 짓고 현관과 창문을 달고, 침대와 의자, 식탁을 만들고, 어둠(밤)을 대비해 횃불을 걸고, 동식물을 수렵·채집하는 과정은 고되고 힘든 작업입니다.


이동키 조작부터 어려워서 진땀이 날 지경인데요. 결국 30분 만에 GG를 선언하고 휴대폰을 딸아이에게 넘겼습니다. 3차원 공간을 벗어나고 나서야 마크의 세계가 얼마나 심오하고 난공불락인지 절감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요 녀석들이 태블릿 PC와 제 휴대폰을 이용해 ‘친구 초대’를 하더니, 멀티 플레이를 하는 거 아니겠어요? 태블릿만 있을 땐 차례를 기다려야 했는데, 이제는 같은 공간에서 ‘팀플레이’가 가능해진 겁니다. 암만 생각해도 아들한테 속은 기분입니다.


1970년대 갤러그 세대가 마크 유저 세대에 완패했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시대가 변화하고 과학이 발전하면 그 세대가 시대를 주도하는 건 당연하니까요.


다만 그 세대와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마크 사용법’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꼰대 소리 듣기 싫으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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