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가듯이 아니라 끌고 가는 글

오늘은 무얼 쓸까 고민하는 나와 당신에게

by 류재민

매일은 어려워도 이삼일에 하루는 뭐라도 쓰자고 다짐했습니다.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린 작년 8월 말부터. 반년 남짓 그 다짐을 지키려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하루의 소소한 일상부터, 기자라는 직업인으로서 삶까지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건, 참 힘든 작업입니다. 시간을 할애하는 건 둘째 치고, 무얼 쓸까 고민하는 시간이 고됩니다. ‘아무거나 대충 때우고 말까’ 싶다가도, 제 글을 볼 독자들을 떠올리면 정신이 번쩍 듭니다.


21세기 독자들을 우습게 봤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입니다. 끌고 가며 쓴 글인지, 끌려가며 쓴 글인지 단번에 알아차리기 때문입니다. ‘아무거나’도 ‘대충 때우고’도 안 통합니다. 솔직히 그런 글은 저 자신도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하물며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속임수가 통하지 않습니다. 속임수를 쓰려면 기사가 아니라 ‘소설’을 써야 합니다.


‘꾸준히 글쓰기’란 저를 살게 만드는 보약입니다. 무얼 쓸까 고민하고, 머리를 잔뜩 쥐어뜯다가도 소재를 정하고, 한 글자, 한 문장, 한 문단을 만들다 보면 속이 시원해집니다.


마침내 하나의 글이 완성되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낍니다. 저 스스로를 칭찬하기도 하고, 대견하다며 혼자서 머리를 쓰담 쓰담하기도 합니다. 글은 본 독자들이 ‘좋아요’라고 응답하면 안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일정이 바쁘거나 몸이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매일 원고지 50매 분량의 글을 쓰고 하루를 마감하는 나의 방식과도 닮아 있었다.(중략) 누군가에게 “그것을 왜 하느냐?”라고 묻지 말라. 거기에 그의 경쟁력이 있고, 그가 살아가는 이유가 녹아 있으니까. 당신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다면, 그 일로 돈을 벌어 자유를 얻고 싶다면, 무엇이라도 좋으니 하나를 잡고 꾸준히 반복해보라. -김종원 <매일 인문학 공부>

좋은 글을 쓰고 싶은데, 세상에 좋은 일이 없는 걸까요? 아니면 제 눈에만 좋은 일이 안 보이는 걸까요? 오늘도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사건 사고 소식에 맘이 쓰리고 아픕니다.


성 정체성의 혼란보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야유와 혐오의 시선이 힘들었을 그 여자,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7개월 앞둔 결혼식만 생각하며 눈물을 참고 버텼을 그 남자.


분명 그들도 각자 좋아하는 일이 있었을 것이고, 그 안에서 자유롭고 싶었을 겁니다. 그들의 극단적인 선택에 슬픔조차 차마 삼킬 수 없어 겨우 글로 풀어놓고 애끓습니다. ‘안타깝다’는 말조차 미안해서, 고인의 명복만 빌 수밖에 없는 오늘입니다.


부디 내일은, 좋은 일이 하나라도 더 많은 날이면 좋겠습니다. ‘프라이데이 나잇’은 ‘불금’이어야 합니다. 아, 코로나가 있었네요. ㅠㅠ


일기예보가 부릅니다. <인형의 꿈>

*영상출처:일기예보 - 인형의 꿈 (1996) - YouTube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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