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풀리는 날 엄마가 돌아온다

이 방에 엄마가 들어 있음

by 류재민

녀석이 결국 저희 집안까지 쳐들어 왔습니다. 글쎄 겁도 없이 제 아내의 몸속에 침투했지 뭐예요. 지난주 아내가 치료했던 아동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주말부터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토요일부터 목이 간질거린다고 하더니 일요일부터는 기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검사를 받으러 간 뒤 ‘양성’ 판정을 받고 왔습니다.


놀란 가슴 부여잡고 저와 두 아이도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가는 내내 불안 불안했죠. 한편으로는 ‘차라리 식구들 모두 걸리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식구 중 한 사람이 걸리면 차례대로 걸린다고 하더군요. 전날 두 아이 모두 아내와 같은 방에서 잤으니, 별수 없이 걸렸겠거니 했습니다. 저 역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셋 모두 ‘음성’이었습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잠복기일 수도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도 없었죠. 순간,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날부터 아내는 안방에서 격리를 시작했고, 저의 ‘홀아비’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아내가 받은 확진 문자입니다. ㅠㅠ

아이들은 일주일 동안 등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내의 일주일 격리가 끝난 뒤 서류를 제출하면 결석 처리는 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도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등교 거부를 선언했습니다. 2~3일이 고비였습니다. 그사이 누구라도 증상이 나타나면 격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더 힘든 건, 저까지 재택근무를 하면서 독방 수용자와 두 아이 삼시 세 끼를 책임지는 것이었습니다. 점심에는 뭘 해 먹지, 저녁은 또 뭘 먹나. 아 놔.


더구나 화요일은 아들 치과 진료가 예약돼 있어 데리고 다녀와야 했고요. 집에서 전화로 취재하고 기사 쓰랴, 끼니마다 처자식 먹이고 치우랴. 세탁기 돌리고, 청소하고. 성장기 어린이들 영양제 챙겨 먹이랴, 광합성을 위해 산책시키랴. (무슨 애완견도 아니고)


저희는 코로나를 이렇게 이겨냈습니다. 비법을 알려 드리죠. 코로나 환자가 집에 있을 땐, 무엇보다 ‘환기’가 중요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모두 열고 환기에 신경을 썼습니다. 물뿌리개 통 안에 에탄올 살균 소독제를 넣어 문고리와 책상, 거실과 방안에 소독도 열심히 했습니다.


아내 식사는 베란다에 달린 창문 아래에 놓으면 아내가 문을 열고 가져가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아내가 먹은 일부 식기류도 열탕 소독했습니다. 열탕 소독이 귀찮아 2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넣어주고 일회용품으로 바꿨습니다.

집에 있는 동안 아이들 영양제 챙겨 먹이랴, 점심 먹고는 산책시키랴. 아내의 빈자리가 컸던 일주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아내는 찬란한 봄을 만끽하지도 못했네요. ㅠㅠ

음성자들은 집에 있는 내내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대개 이런 경우 온 식구가 다 걸리기 마련인데요. 하느님과 부처님이 보우하사 저와 아이들 모두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혹시 몰라 저는 지난 화요일 오전 재검사했는데요. 음성이 나왔습니다. 검사를 받고 나와 대기소에서 기다리는 동안 무척 초조했습니다. ‘나까지 걸렸으면 어쩌나’ ‘애들 밥은 누가 해 먹이나’ ‘아빠들이 가장 나중에 걸린다던데’ 이런저런 망상에 정신이 아프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저보다 늦게 온 분들은 먼저 결과를 받고 가는데, 저는 10분이 넘어도 통보해주지 않으니 더 조마조마했는데요. 두 줄이 안 나오는 바람에 대기시간이 더 걸렸나 봅니다.


정부는 18일부터 거리두기 전면 해제를 발표했습니다. 코로나 발발로 인해 규제를 시작한 지 2년 1개월 만입니다.


거리두기 해제는 처음 규제가 시작된 지 2년 1개월 만이다. 정부는 2020년 2월 말 ‘사회적 거리두기’를 언급한 후 그해 3월 종교시설,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 운영을 중단토록 하면서 일상 규제를 본격화했다. 같은 해 9월 식당·카페에서 밤 9시 이후 포장·배달만 가능하도록 한 조치가 나왔고, 2021년 1월 전국 단위에서 5명 이상 모임을 금지했다. 이후로 ‘사적모임·영업시간’ 늘리고 줄이기를 2년여 반복했다. 백신 2차 접종률이 70%를 넘어서며 지난해 11월 거리두기가 대폭 풀렸지만 사적 모임은 10~12명으로 제한했다. 2022년 4월 15일 《경향신문》 <정부,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마스크 착용은 유지> 중


코로나 검사를 받고 나와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온갖 망상에 혼란스러웠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이 난국을 어떻게 견디며 살았을까요? 2년 넘게 몹쓸 병에 ‘안 걸리고’ 살아온 것에 감사해야 할까요? 아, 그래도 어쩌나요. 제 아내는 이미 걸렸고, 저와 아이들도 언제 걸릴지 모를 불안한 나날을 살아가야 하는 건 그대로인데.


아내의 빈자리가 컸던 일주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아내에게 ‘말로만’ “고맙다”라고 했는데요. 아내와 엄마가 가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인지 절감했습니다. 아내가 그리울 때는 편지를 쓰거나 카톡 ‘페이스톡’으로 달랬는데요. 그마저 아이들 차지였습니다.

아내는 내일 자정을 기해 풀려납니다. 그 안에서 얼마나 고역이었을까요. 하루가 일년 같았을 겁니다. 두부 한 모 들고 문 앞에서 기다릴 겁니다. 다시는 독방 신세 지지 말라는 뜻에서요. 여러분도 두부 먹기 싫으면, 코로나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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