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왜 사라졌는지 알 것 같다

정부와 정치권의 각성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

by 류재민

저는 얼마 전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갑작스럽게 꿀벌이 사라진 이유를 몇 가지로 추려 봤는데요. 물론 저는 꿀벌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관계 전문가나 양봉업자들 얘기에 근거해 추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꿀벌의 실종사건을 다루었습니다. 방송을 보니 꿀벌이 왜 사라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꿀벌이 사라졌을 이유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이나 전자파의 영향, 신종 바이러스, 드론 방제로 인한 농약 중독 등 가설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농약 중독과 기생 진드기(응애) 방제 실패에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농약 중독의 경우부터 볼게요. 양봉 농가 인근에 있는 논과 밭에 드론으로 농약을 주는 게 최근 트렌드라고 합니다. 고령화와 일손 부족을 겪고 있는 농촌에서는 현대화와 기계화가 가져온 신(新) 방제법인 셈이죠.

그런데 이 농약은 거의 ‘원액’ 그대로 살포한다는군요. 특히 이 농약 성분(네오니코티노이드)은 유럽연합에서는 살포를 금지한 살충제라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갑자기 월남전 때 다량으로 살포된 고엽제가 떠오릅니다.


벌은 꽃가루나 꿀만 먹는 게 물도 마신다고 합니다. 따라서 논 인근에 고인 물을 마신 벌이 농약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신경계 이상을 일으킨 벌들이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했을 수 있다는 주장에 신빙성을 가졌습니다.


“농약 성분들도 대부분 작용 기작이 신경계에 작용을 하거든요. 기억력에도 영향을 주게 돼요. 그래서 집을 나갔다가 못 들어오는 경우, 또는 집에서 나가지 말아야 되는 시점인데도 나가게 되는 경우 이런 이상 행동들은 충분히 나타날 수가 있어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전문가 설명 중


논밭에서 떨어진 곳에서 벌을 키운 양봉업자가 피해는커녕 "만루홈런을 쳤다"는 증언도 일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또 다른 주장인 ‘응애 방제’ 실패는 꿀벌이 사라진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응애는 앞서 설명한대로 꿀벌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말합니다. 한 양봉 유튜버는 응애를 견디지 못한 일벌이 탈출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응애 방제약이 진드기가 아닌 여왕벌에게 해로운 영향을 줬을 거라고도 했습니다.


정부(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양봉 농가에 응애 방제를 위해 약제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글쎄, 몇 년째 같은 성분의 약제만 쓰다 보니 응애에게 약발이 안 통하는 겁니다. 저항력이 극도로 강해진 거죠. 그러니까 아무리 뿌려대도 죽지 않고, 꿀벌을 괴롭히는 겁니다.


방송에서는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일본은 주기적으로 응애 방제 약제를 바꿔 지원하고, 2억 엔(약 19억 6천만 원)의 예산을 세워 신약을 검증하는 지원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양봉협회 회장과 관계 공무원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꿀벌 응애 자체에서 ‘플루발리네이트’에 대한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적어도 2~3년에 한 번씩 방제약 성분을 바꿔 써야만 효과가 생깁니다. -미즈타니 슌스케 미에현 양봉협회장
“꿀이 나는 식물들이 어디에 있는지, 벌통을 어디에 놓아두었는지 데이터를 철저하게 수집해 지자체가 양봉 농가들의 벌통 위치를 원활하게 조정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가와치노 신야 농림수산성 축산국 축산진흥과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관련한 법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군요. 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습니다. 결국 꿀벌 실종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 기저에는 ‘게으른 정치’가 숨어 있었습니다.


꿀벌이 없으면 딸기나 멜론, 참외 생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양봉 농가만이 나이라 과수 농가, 고추 농가까지 피해를 입는다고 합니다. 어디 그것뿐이겠습니까. 우리 생활과 삶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올해 전국 꿀벌 피해 가구는 30%(29.9%)에 달합니다. 추정 피해 꿀벌 수는 약 100억 마리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경제적 가치로는 5조 9천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미즈티니 양봉협회장은 “정말 힘든 일일지라도 ‘꿀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꿀 없으면 설탕 먹으면 되지, 하는 ‘무뇌충’ 같은 생각일랑 마시고요.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양봉 농가와 손잡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 ‘집 나간 꿀벌’이 돌아오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배 화접 봉사만 하러 다닐 게 아닙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꿀벌과 함께 살 수 있는 올바른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선회하도록 하는 변화의 ‘시그널’이 될 수 있기를 빌었습니다. 꿀벌아, 우리가 잘못했다. 다시는 안 그럴게, 제발 돌아와 주렴. 난 딸기가 먹고 싶ㅇ


*이미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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