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문자 폭탄’ ‘전화 테러’를 당해야 하나
자꾸 그러면 안 찍을 겁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왔습니다. 지역의 일꾼이 되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후보자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는데요. 선거 때만 ‘반짝 읍소’ 말고, 당선 이후에도 공약 이행을 위해 ‘구두 밑창 닳도록’ 일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곧 지역민과 유권자에 대한 예의고, 정치인의 책무 아니겠습니까.
말은 늘 ‘그러겠노라’라고 하지만, 당선되고 나서는 쌩까 언제 그랬냐는 듯 올챙이 적을 ‘순삭’하는 게 또 개구리가 된 정치인들의 ‘DNA’입니다. 전문용어로 ‘사기’라고 하죠.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시·도지사)부터 기초단체장(시장·군수), 광역의원(시·도의원), 기초의원(시·군·구의원), 광역 비례대표, 기초 비례대표, 교육감까지 7장의 투표를 해야 합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는 지역은 최대 8장까지 투표용지를 받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당선도 전에 유권자에게 무례한 후보자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들은 한 번에 ‘단체’로 보낸다지만, 받는 유권자는 미칠 지경입니다.
전화번호는 어떻게 귀신같이 알아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국에서 다 옵니다. 충청도에 사는 사람들은 수도권과 강원도, 전라도에서 오고, 경상도에 사는 사람들은 전라도에서도 오고, 서울에서도 오고, 제주도에서도 옵니다. 핸드폰 번호로도 오고, 일반 유선 전화로도 옵니다. 문자메시지 지우는 것도 일이고, ARS로 녹음된 ‘아재 목소리’ 듣는 것도 고역입니다.
기자들은 더 심합니다. 핸드폰 번호든, 일반 전화든 안 받을 수가 없으니까요. 저 같은 경우는 국회를 출입하다 보니 의원실에서 기자들 연락처를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그걸 각 지역의 후보자들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큰데요. 뻥 안치고 솔직히 각 정당과 의원실, 국회 사무처 등 출입처에서 오는 문자까지 합하면 하루 수십 통에서 백통 넘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짜증은 둘째 치고,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도 이럴진대,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일반 유권자들은 어떻겠습니까? 오죽하면 ‘전화하고 문자 보내는 후보는 절대 안 찍겠다’라고 할까요?
천안에 사는 저는 구로에 일가친척이 없습니다. 사돈에 팔촌도 살지 않습니다. 킁!그런데요. 후보자들도 전화를 돌리고 문자를 보내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 그것도 다 돈이 들어가는 건데, 아무런 이유 없이 돈을 쓰겠습니까. 그렇게 욕 먹고 핀잔을 들으면서도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욕을 하든 화를 내든, 짜증을 내면서도 후보자 이름 석 자가 유권자의 머릿속에 각인되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인 셈이죠. 이런 행위들은 선거법으로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위해 ARS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합법이다. 횟수에도 큰 제약이 없다. 문자의 경우 문자 발송 시스템을 이용해 대량으로 발송할 경우 유권자 1명에 최대 8번까지 문자를 보낼 수 있으나, 한 번에 20인 이하에게 문자를 보내는 경우엔 횟수 제한이 없다. ARS 홍보 전화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지방선거는 다른 선거보다 상대적으로 출마 후보가 많아 그만큼 홍보 전화도 늘어난다. 2022년 5월 27일 시사저널 <사실상 공해 된 '선거 홍보' 전화…해결 방법은?> 중
언제까지 이런 구시대적인 방법으로 선거를 치러야 할까요? 이렇게 해야 지역 일꾼이 되고, 정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걸까요? 국민들의 정치 수준은 높아졌는데, 정치는 새마을 운동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법적으로 가능하고, 전략적인 홍보 수단이라고 해도 도가 지나친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어떻게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 정도면 ‘공해’를 넘어 ‘테러’ 수준입니다. 투표하고 싶지도 않고, 정치에 대한 혐오만 키울 따름입니다.
전화번호는 어떻게 귀신같이 알았는지, 전국 각지에서 걸려 옵니다. 끙!사실 가장 큰 문제는 문자를 보내는 횟수가 아닌 개인정보 침해 우려다. 지역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발송된 문자는 시민의 개인정보가 동의 없이 무작위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개인정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선거운동이란 명목으로 간과하긴 어렵다.(중략) 선거운동 명목으로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활용할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고 법조계는 경고했다. 2022년 5월 27일 쿠키뉴스 <'내 번호 어떻게 알았지'…'띠링' 스팸 수준 선거 문자> 중
인스타나 페북으로 소통하고 홍보하면 돈도 안 들이고 효과적일 겁니다.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려면 SNS만한 것도 없으니까요. 욕 먹을 일도 없습니다.
오늘로 지방선거가 5일 남았습니다. 뭐라고요? 닷새만 참으면 되겠다고요? 천만에요. 2년 뒤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4년 뒤에는 또다시 지방선거가 있고, 그 다음해는 대선이 치러집니다. 우리가 이 나라에서 사는 한, 또는 선거제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 시스템은 반복될 것이고, 문자폭탄과 전화 테러를 당할 겁니다.
왜 그때마다 주권자들이 짜증과 불만과 욕을 토해내야 합니까. 인상적인 기사 댓글이 폭발 직전인 저와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심리를 날 것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법이 지랄 맞네!’
*상단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