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2022’

나 홀로 떠난 광주 여행기

by 류재민

난생 첫 광주를 다녀왔습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고 난 뒤 여행 겸 민심도 들어볼 겸이었습니다. 13일 오전 6시 28분 차를 타고 KTX 천안아산역을 출발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걸려 광주 송정역에 도착했습니다. 송정역 앞 전통시장인 ‘1913 송정역시장’을 둘러볼 예정이었는데요. ‘가는 날이 장날’이 아니라 ‘휴무’였습니다.

택시를 타고 금남로 인근 ‘양동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소머리 국밥으로 아침을 먹었는데요. 전북에서 시집와 광주에서 수십 년을 사셨다는 국밥집 아주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대선도 져 부렀고, 누가 돼도 이 짝은 다 민주당 잉게 투표를 안 해분 것이제.”


그랬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의 투표율은 37.7%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지난 3월 대선에서는 81.5%로 전국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보면, 가히 충격적입니다.


그래도 민심은 민주당에 완전히 등을 돌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윤석열 정부 반감에 투표는 하지 않았지만, 다음 총선에서는 민주당을 지지하겠다는 시민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민주당은 그야말로 ‘뼈저린 반성과 성찰’을 해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광주라도 ‘미워도 다시 한번’은 없을 테니까요.


펭귄마을에서.

국밥을 먹고 나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갔는데요. 거기도 휴관이었습니다. 여행을 가려면 월요일은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택시를 타고 ‘펭귄마을’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양림동 주민센터 뒤에 펭귄 모양의 이정표를 따라 좁은 골목길을 들어가면, 70, 80년대 마을이 전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무릎이 불편한 어르신이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펭귄 같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마을. 마을 주민들은 과거에 화재로 타 방치되어 있던 빈집을 치우고 버려진 물건을 가져와 동네 벽에 전시하기 시작했다. 마을 담벼락에는 ‘그때 그 시절 살아있음에 감사하자’고 새겨 놓았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펭귄 주막은 주민들의 사랑방, 조그맣지만 필요한 물건들이 다 있다. 공방 앞에는 마을 소식지도 붙어 있다. <오매광주> 홈페이지.


펭귄 모양으로 만든 ‘펭귄 빵’도 한 봉지 사 먹었습니다. 슈크림이 들어있어 달콤하더라고요. 생각난 김에 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를 만나면 선물하려고 한 박스를 샀습니다. 광주시당은 바빴습니다. 회의도 길었고요. 14일과 15일 당선인 워크숍이 있어 준비에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당직자와 10여 분 ‘짧은 취재’ 겸 이야기를 마치니 정오가 가까웠습니다.


용아 박용철 생가에 있는 '떠나가는 배' 시비입니다.

택시를 타고 소촌동에 있는 용아(龍兒) 박용철 시인 생가를 찾았습니다. 광주시 기념물 제13호입니다. 혹시 가수 김수철이 부른 ‘나두야 간다’라는 노래 아시나요? 저도 그저 노래인 줄 알았는데, 시였더라고요. 박 시인의 ‘떠나가는 배’라는 시에 ‘나두야 간다’라는 시구가 있습니다. 해설사께서 친절하게 생가 소개와 안내를 도와주셨습니다. 시인의 생애도 들려주셨고요.

시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택시를 타고 무등산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기사분도 점심을 안 드셨다며 ‘아는 식당’에 데려갔습니다. 도토리묵과 더덕구이에 막걸리 한잔 들이켜니, 맛이 끝내~주더라고요. 시원한 바람과 골짜기 물 흘러 내려가는 소리로 운치를 더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습니다.


원효사에서 바라본 무등산.
옛 전남도청사 앞에서.
민주의 문 앞에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쉰아홉 광주의 택시 운전사는 개인택시도 아닌 법인 택시를 끌고 반나절을 저를 위해 쓰셨습니다. 원효사를 둘러본 뒤 담양으로 넘어가 ‘소쇄원’과 ‘죽림원’을 구경시켰습니다. “온 김에 보고 가야죠”라면서요. ‘찍사’도 자처하셨습니다. 기사분과 대나무 숲길을 함께 걸으며 가족이며, 건강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오는 길에는 망월동 묘역에 같이 가서 참배도 했습니다.

“그래도 사납금은 채워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더니요. “그럼 10만원만 주소”라고 합니다. 제가 저녁에 삼겹살과 소주 한 잔 샀습니다. 가성비 좋은 ‘모텔 같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조식까지 챙겨 먹었습니다. 전날 휴무라 못 갔던 송정시장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옛 전남도청사, 아시아문화전당도 둘러봤습니다.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나 홀로 떠난 여행이지만, 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모두 소탈했습니다. 친절했고, 솔직했습니다. 정치만 정신 똑바로 차리면 되겠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여행을 갔다가 ‘취재’를 하고 왔습니다. 그럼 기사는 언제 쓰냐고요? 일단 오늘까지 휴가라.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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