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가 뭐라고

민간인도 타는 걸 출입 기자는 7년 넘게 구경도 못했다

by 류재민

저는 청와대 마지막 출입 기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그쪽’으로 출입하고 있습니다. 제가 청와대를 출입한 건 지난 2015년 2월부터입니다. 올해로 만 7년 5개월째로 접어들었습니다.


박근혜 정권 말기부터 문재인 정권을 거쳐 윤석열 정권까지 3명의 대통령의 국정을 취재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별의별 일을 참 많이 겪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국정농단 사태와 그로 인한 촛불시위, 그 결과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청와대 출입 기자로서 지켜봐야 했습니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라며 너는 뭘 했느냐”라는 욕도 먹었고, “그러니까 기레기 소리 듣는 거 아니냐”는 조롱과 멸시도 온전히 감당했습니다. 무슨 변명과 핑계가 통하겠습니까.


최근 해외 순방을 다녀온 대통령 전용기에 민간인이 동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말이 참 많습니다. 저는 3명의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대통령 전용기는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습니다. 안 탄 게 아니라, 못 탔습니다. 타보기는커녕 구경도 못 했습니다. 해외 순방 때 전용기는 보통 서울공항에서 뜨니까요.


7년 넘게 출입하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그런 일이 있습니다. 제가 당사자이니까요.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라고 부릅니다)는 기자라고 해서 모두 탑승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 근접 취재가 가능한 풀(POOL) 단 소속 기자들만 해외 순방에 동행할 수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때 비로소 비(非) 풀단 기자들에게도 전용기 탑승의 기회가 주어졌는데요. 그것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습니다. 전용기에 기자들에게 할애된 좌석은 약 80석 정도인데요. 풀단 기자들에게 우선권을 부여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순방 취재 신청을 많이 하면, 자리가 없어 탈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가냐고요? 민항기를 타고 가야 했습니다.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순방 취재를 떠나는 기자들은 모두 항공료를 냅니다. 숙박료를 포함한 현지 체류 비용도 다 냅니다. 그렇게라도 다녀오면 되는 것 아니냐고요? 글쎄요. 저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 민항기를 탈 바에야 아예 안 가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현지에 가서도 근접 취재는 전적으로 풀단에만 기회가 주어집니다. 비 풀단 기자들은 프레스센터나 브리핑룸에 머물면서 그들이 전달하는 내용을 ‘받아쓰기’하는 정도입니다.


첫 해외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공군 1호기에서 기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간담회가 진행된다는 겁니다. 기내 기자간담회는 대개 귀국할 때 한 차례 정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출국 직후에도 합니다. 민항기로 이동하면 그런 취재 기회마저도 얻지 못하는 겁니다.


보통 1회 출장에 1천만 원가량의 경비가 듭니다. 영세 언론사는 출장비 제공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비 풀단 기자들은 비싼 돈 들여 민항기를 타고 고생하며 따라다니느니, 청와대 기자실에 앉아 기사를 쓰자고 체념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물론 저도 그렇고요.


문제가 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대통령실 인사 업무를 다루는 인사비서관의 부인이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를 이용했고, 대통령 부부가 묵었던 마드리드 숙소에 함께 머무르는 등 해외 일정에 동행한 것 자체가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비판이다. A씨는 유명 한방의료재단 이사장의 딸로, 한방 관련 회사 대표를 지냈으며 윤 대통령 취임을 앞둔 지난 4월 30일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A씨가 스페인 방문 기간 수행한 업무가 김 여사 일정 관련이었는지 여부다. 민간인 신분으로서 사실상 제2부속실 역할을 수행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민간인인 A씨가 현지에서 김 여사를 수행한 적이 없었다”면서 “A씨는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은 기타 수행원 신분”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은 A씨가 대통령실에 근무한 적이 있었으며 채용 절차가 추진됐었다는 점은 확인했다. 2022년 7월 6일, 세계일보, <尹 대통령 순방에 ‘민간인’ 인사비서관 부인 동행…해명에도 논란 확산> 중

정말 ‘내가 이러려고 청와대와 대통령실 출입 기자를 하나’ 자괴감이 듭니다. 민간인도 전용기를 타고 대통령 일정을 동행하는데, 출입기자는 7년을 넘게 전용기 근처도 못 가봤으니. 그저 쓴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이 심상치 않습니다. 국정 수행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역전현상(데드크로스)’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정작 대통령은 “지지율은 의미 없다”라고 합니다. 집권 두 달 밖에 안 된 정권이 벌써 이러니 참 걱정입니다. 그리고 두렵습니다. “용와대(용산+청와대) 출입 기자라며 넌 뭘 했느냐” “그러니 기레기 소리 듣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또다시 들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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