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톰 크루즈는 '탑(Top)'이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소신, 팬 서비스에서 얻은 교훈

by 류재민

제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극장을 다니기가 어려웠습니다.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가지 않는 한, 영화관에 발을 들여놓긴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학원을 가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시네마 키드’의 본능은 숨길 수 없었습니다. ‘비디오 세대’라면 아시겠지만, 주말이면 비디오테이프 빌려다 보는 게 취미였습니다. 그때 인상적으로 본 영화 중 하나가 바로 ‘탑건’입니다. 꽤 오래전에 본 영화라 스토리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요. 선글라스에 오토바이를 타고 활주로를 질주하는 톰 크루즈의 멋진 매력과 전투기들의 박진감 넘치는 고공비행이 인상에 남아 있습니다.


2022년 6월, 톰 크루즈가 36년 만에 속편(탑건: 매버릭)을 들고 우리 곁을 찾아왔습니다. 부푼 기대와 설렘 속에 극장에 앉아 그를 만났습니다. 영화 구성이나 스토리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하지만 환갑의 톰 크루즈가 직접 전투기를 모는 모습을 보면서 ‘엄지척’을 했습니다. 20대 못지않은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자기 관리에 철저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CG 기술이 발달한 요즘이지만, 블록버스터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는 액션 장면의 핵심은 단연 리얼리티에 있습니다. 저는 2D로 봤지만, 실감 나는 비행 전투 장면을 느끼고 싶다면 아이맥스나 4D 또는 사운드 특화관에서 관람을 권합니다. 그 옛날 까까머리 녀석들과 집에 둘러앉아 비디오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겁니다.

영화에서 직접 전투기를 조종하고 모든 액션 장면을 대역 없이 연기하는 등 남다른 열정을 보인 점에 대해 그는 “저는 영화를 그냥 만들지 않는다. 영화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며 “영화를 만드는 일의 아름다움은 협동에서 나온다. 같은 목표를 위해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헌신·노력했고, 그것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으로 믿는다”라고 했다. 2022년 6월 20일, 한겨레, <톰 크루즈 “중년들, ‘탑건 2’ 보며 울어도 된다”> 중

톰은 우리나라에서 ‘톰 아저씨’라고 불립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를 자주 방문했고, 팬들에게도 자상하고 친절했기 때문입니다. 톰은 지난 17일 영화 홍보를 위해 입국했습니다. 10번째 한국 방문이었는데요.

이번에도 입국한 순간부터 특급 팬 서비스를 했습니다. 입국장에 마중 나온 팬들을 향해 천천히 포토라인을 걸으면서 눈을 맞추고 손 하트를 했습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팬들에게는 뒤로 돌아 자신이 함께 나오도록 찍으라고 ‘코치’까지 해주는 모습을 봤습니다.

19일 기자회견에서도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퇴장 직전에는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2박 3일 방한 기간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여준 톰이었습니다. 돌아가면서도 “한국은 30번, 40번도 더 오고 싶다”라고 특별한 애정을 보였습니다.


영화나 음반 홍보를 위해 방한하는 외국의 유명 배우와 가수들은 여럿 봤지만, 그만큼 우리나라에 깊은 애정을 갖고, 팬들에게 깍듯한 배우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니콜 키드먼과 부부 관계가 오래가지 못해 아쉬움은 남지만, 배우로서의 톰은 ‘탑 오브 더 탑’이라고 생각합니다. ‘발 킬머’와 ‘제니퍼 코넬리’에게서 유수와 같은 세월을 확인했지만,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습니다.


영화를 보던 중 제 가슴에 콕 와서 박힌 대사가 있는데요. 드론 등 무인기 개발로 인해 “파일럿들은 곧 사라질 것이다”라는 상관의 말에 ‘매버릭’은 이렇게 말합니다. “Maybe so, sir. but not today.”(그럴지도요. 그러나 오늘은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발달로 인간은 과학기술의 대체재나 부속품으로 전락할지 모릅니다. 기자도 이미 AI가 기사를 쓰기 시작했으니, 얼마 남지 않았다는 비관적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다른 기자의 기사를 베껴 쓰지 않고, 발품을 팔며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이 있는 한.


톰 크루즈도 더 노쇠하면 액션 연기를 하기 어렵겠죠. 그보다 더 잘생기고, 몸이 좋은 액션 스타도 지금 할리우드에는 차고 넘치니까요. 그래도 ‘오늘은 아닙니다.’ CG가 아닌, 진짜 ‘리얼’로 영화를 만드는 그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는 한. 내년 여름 ‘미션 임파서블’과 함께 또다시 한국을 찾을 톰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향수를 느끼자는 차원에서. 옛날 탑건 O.S.T 올려 드립니다. <Take My Breath Away>

*영상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4JTuot3vcQo

*이미지 출처: <탑건: 매버릭>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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