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아졌습니다. 바람결도 달라졌습니다. 대단했던 더위의 위력이 한풀 꺾였습니다. 선선한 바람은 계절의 변화를 예고하며 붑니다. 다시 한 계절이 가고, 다른 계절의 시간이 옵니다. 가을입니다.
여러분은 ‘가을’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황금 들판, 황금 들판을 지키는 허수아비, 그 위를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가 있습니다. 또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 아람 불어 벌어지는 밤송이, 국화와 코스모스, 단풍, 소풍이 떠오릅니다.
그저 떠올리기만 해도 정겨운 가을 풍경이죠. 특히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은 그야말로 가을을 대표하는 상징과 같습니다.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올해 가을에는 단풍놀이 가는 분들이 꽤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곱고 고운 단풍도 한두 달만 지나면 끝납니다. 봄의 벚꽃이 그러하듯,낙엽이 되어 떨어집니다. 언제 고운 자태를 뽐냈던 적이 있었냐는 듯.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처럼, 꽃이든 단풍이든, 좋은 시절은 짧습니다.
그 짧은 시간을 위해 겨울을 이겨내고 봄여름을 참고 견딥니다. 단풍은 인내하며 몸을 갈고닦고, 색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붉고, 노란 강렬함과 멋을 발산합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계절이 가을입니다.
절정의 시기를 지나고 조용히 떨어질 줄 아는 자세. 그 겸손한 태도는 단풍과 낙엽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욕심이 끝이 없습니다. 부와 명예, 권력을 좇는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합니다. 남보다 더 갖겠다고 악을 씁니다. 그 과정에서 죄를 짓기도, 선량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습니다. 생명을 가진 생물은 모두 소멸하기 때문입니다. 부와 명예, 권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등바등 살 이유는 있겠지만, 사회에 해와 폐를 끼치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좋았던 때는 ‘순간’이나 ‘찰나’에 불과하거늘.
아름다운 계절과 자연에서 ‘겸손’과 ‘배려’를 배워야겠습니다. 책도 많이 읽어 마음의 양식을 채워야겠습니다. 그런 것을 다 이룰 수 있는 계절이 왔습니다. 덥다며 핑계 대고 미뤄 놓은 일이 있다면, 슬슬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무엇이든 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서리 내리고 찬 바람 불면 더 못할 테니까요. 이 좋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면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추수의 계절, 수확의 기쁨을 얻는 가을이기를 소망합니다.
한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편지 한 장 써도 괜찮을 초가을 오후입니다. 편지가 어렵다면 엽서 한장이라도. 저는 이 순간을 놓치지 싫어 브런치를 씁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어준 고마운 당신을 위해 시 한 편 소개합니다. 책읽고, 글쓰다, 놀러가기 딱 좋은 날입니다.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안도현 <가을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