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휴일 산책

너와 함께여서 아빠는 설렜다

by 류재민

저는 일요일 저녁이면 집 앞 산책로를 찾습니다. 조용히 걷다 보면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상쾌합니다. 바람결에 일주일 동안 묵었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합니다. 한발 한발 걸으며 앞으로 시작할 일주일을 계획합니다. 그리고 맞는 월요일 아침은 그다지 무겁지 않습니다. 휴일 산책은 저만의 '마인드 컨트롤'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사색을 하기에 산책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딸과 함께 걸었습니다. 산책하러 간다는 말을 듣고 언제 준비했는지 옷을 차려입고 현관 앞에 나와 있더라고요. 모처럼 딸과 함께 휴일 산책을 할 생각을 하니 설렜습니다. 아빠와 함께 산책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딸에게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밖에 나왔습니다. 비가 와서 쌀쌀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따듯했습니다. 10월의 첫 휴일, 대체공휴일(개천절) 저녁 공기는 잔잔했습니다. 딸의 손을 잡고 산책로로 향했습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추억과 기억'

가는 동안 딸은 다음 주 일정을 설명했습니다. 화요일은 소방 글짓기에서 우수상을 타서 반 아이들이 모두 피자를 먹게 되었다고 하네요. 점심시간 전 간식으로 피자와 콜라를 먹을 예정이라는데요. 콜라는 액상과당이 많아 먹지 않겠답니다. 한두 잔은 괜찮다, 고 했지만 딸은 괜찮지 않나 봅니다. 몸에 좋지 않은 건 안 먹는 게 좋죠.


수요일은 체육활동이 있는 날이랍니다. 딸은 체육시간을 좋아합니다. 요즘 학교는 저희 학창 시절과 달리 체육시간이 많지 않아 걱정입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살이 덜 찌고, 체력도 길러질 텐데. 교실에서 앉아만 있다가 점심을 먹고, 하교 후에도 학원에 가서 앉아만 있으니 아이들 건강이 걱정됩니다. 딸은 학교가 끝나면 피아노와 줄넘기 학원을 보내는데요. 둘 다 재밌게 즐기고 있어 다행입니다.




딸아, 오지 않을 걱정은 미리 하지 말거라.

목요일은 아기 다리 고기다리 '체험학습 가는 날'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소풍'입니다. 코로나19로 지난 3년 동안 발이 묶였다가 오랜만에 나들이를 간답니다. 행선지는 용인 민속촌입니다. 민속촌이 옛날 민속촌이 아닙니다. 자이로드롭 같은 놀이기구가 있고, 공포의 귀신의집도 있답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친한 친구들끼리 5명이 한 조를 이뤘는데 '환상의 조'라나요.


그런데 남학생들로만 꾸려진 조가 내부 갈등으로 공중분해되면서 불가피하게 각 조마다 1명씩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딸이 속해 있는 조에 남학생이 1명 들어와야 하는데, 누가 같이 앉으려고 할지 걱정이라네요. 한숨을 퍽퍽 쉽니다. 버스 좌석에 2명씩 앉아서 가야 하는데 서로 앉지 않겠다고 미룰 게 뻔하다면서.


아직 오지 않은 걱정은 미리 하지는 마,라고 했습니다. "선생님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실 거야. 아빠가 우리 딸 조는 불편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할게"라고 안심도 시켰습니다. 안심이 됐는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지만, 표정은 썩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 체험학습을 다녀온 다음 날은 금요일이고, 줄넘기 학원에서 피구를 하는 날이랍니다. 피구는 딸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입니다. 피구를 하고 오면 다시 주말이 찾아올 테니, 행복한 하루겠지요.


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사위가 어둑해졌습니다. 산책로에 있는 단골 커피숍에 들러 테이크 아웃으로 커피와 차를 한 잔씩 들고 나왔습니다. 커피숍 사장님께서 "따님인가 봐요?"라고 묻기에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옆에 있던 딸은 사장님께 공손하게 인사도 잘하네요. 집에 돌아오는 길은 깜깜했지만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습니다. 딸이 제 옆에 착 달라붙어 있었으니까요. 딸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겠죠.


널 품기 전 알지 못했다/내 머문 세상 이토록/찬란한 것을
작은 숨결로 닿은 사람/겁 없이 나를 불러준 사랑
몹시도 좋았다/너를 지켜보고 설레고
우습게 질투도 했던/평범한 모든 순간들이
캄캄한 영원/그 오랜 기다림 속으로
햇살처럼 니가 내렸다 -에일리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중

딸이 오늘부터 블로그에 주간 일기 쓰기를 같이 하자고 해서 반강제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오늘 브런치는 블로그에 쓴 글 재활용합니다.

딸이 오늘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주간 일기 쓰기'에 도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거의 반강제적으로 참여를 했습니다. 블로그에 들어가 봤더니 얼마나 오랜만에 왔는지 먼지가 폴폴 날리네요. 그중에 '블챌' 카테고리에 주간 일기 쓰기가 자동으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얼마나 자주 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날 때마다 쓰려고 합니다. 브런치 글쓰기도 어려운데, 일기까지 써야 하니 쉽지 않겠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딸이 얼마나 자주 쓰나 확인할 게 뻔한데. 그래서 오늘 첫 일기는 딸과 함께 휴일 산책 이야기를 써 봤습니다. 그럼 이만, 총총.


추신: 딸, 나 오늘 한 편 썼다! 도장도 하나 받었다.


*영상출처: 에일리 -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유희열의 스케치북/You Heeyeol's Sketchbook] 20200410 - YouTube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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