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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의 삶에 묻다
가을밤 산책로를 걷다, 문득
시를 썼다
by
류재민
Oct 23. 2022
가로등 옆 소나무 세 그루, 반짝이는 별 하나.
오랜만이구나.
풀벌레 소리만 간간이 들리는
내가 걷는 길은, 고요하다.
하천 변 청둥오리 몇 마리
목 축이다 놀라 날아갈까
가만히 가만히 걷는다.
그네 타던 아이들은 엄마 손 잡고
집으로 돌아갔을까.
휴일 내내 기계를 돌리던 인부들도
집으로 잘 들어갔을까
우람한 쇳덩이들만 공사장 한쪽에서 숨 돌리네.
산책로는 1년 넘게 정비 사업 중이다.
돌을 깨고, 흙을 나르고, 물을 막고, 다리를 헐었다.
새 돌과 흙과 물과 다리를 들이고 있다.
공사장 가림막에는
‘소형아파트 수익률 10%(1억에 2채) 중도금 무이자’
분양 전단이 바람에 나부끼고
개발과
환경의 공존, 그리고 시민의 행복한 삶.
꽃나무와 풀벌레와 청둥오리들이 꺾이고 다치지 않기를
부디 바라며 걷는다.
소나무 옆 가로등, 그 위로 빛나는 별 하나.
그 아래 걸어가는 한 사내의 뒷모습.
단골 커피숍 베란다 의자에 앉아
마음씨 좋은 사장님한테 종이와 펜을 빌려
한 글자 몇 글자 끄적여놓고,
‘시(詩)’라고 쓴다.
오랜만이구나.
집으로 오는 길에
빵을 만들다 기계에 끼여 죽은 청년,
계열사 공장에서 40대 중년이 손가락이 잘렸다, 는 뉴스를 봤다.
내 이웃이 다치고, 깨지고, 죽지 않기를
바라고 빌며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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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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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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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기자입니다. 소소한 일상부터 언론관, 취재 현장 에피소드를 쓰고 있습니다. 아 참, 소설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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