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충남 천안에서 열린 연찬회 기간 취재기자들과 술자리를 해 논란입니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과 나눈 일명 ‘내부 총질 당대표’ 텔레그램 메시지 사건 이후에 또 한 건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먼 거리를 취재하러 와주신 기자단 만찬 자리를 찾아가서 감사 인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천안이 먼 거리면, 제주도로 가면 양주라도 깔 꺼낼 태세군요. 기자들도 무슨 캠핑 간 줄 아나 봅니다.
대변인은 또 “기자 분들이 권 원내대표에게 격려 차원에서 노래를 한 곡 해줄 것을 권유했고, 권 원내대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그 권유를 거절할 수 없어서 요구에 응한 것일 뿐”이라고 했는데요.
집권 여당 원내대표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한 기자들이나 부르란다고 소주병에 숟가락 꽂고 흥얼거린 대표나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제가 다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사진 출처: 김동하 전 국민의힘 서울시당 부대변인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권 원내대표에게 노래를 시킨 것은 기자들이었다. 해당 기자들이 권력감시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략) 기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권 원내대표와 지나치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경우 제대로 된 감시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022년 8월 26일, 미디어스, <권성동 노래시키고 환호한 기자들…“권력 감시 가능한가”> 중
원내대표는 감정에 취했는지, 술에 취했는지, 권력에 취했는지, 우수에 젖은 표정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그걸 본 기자들은 환호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는데요. 국민들은 그걸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한바탕 ‘쌍욕’을 퍼붓지나 않았을까요?
권력을 감시할 기자들과 권세가의 술자리는 비단 이번만이 아닙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찬에서 술을 마셨다가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이날은 수도권 일대 집중호우가 쏟아진 날이기도 합니다.
이 폭우에 서울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이 참변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그날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울시청 인근에서 기자들과 술자리를 한 겁니다. 술을 마신 것을 두고 뭐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폭우가 내려 인명 피해가 속출하는 등 국가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그 집중호우에 수해를 입은 지역 인근에서,고위 공직자와3 기자들의 술자리가 적절하지 못했음을 지적하는 겁니다.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를 뛰어넘어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과 권력의 부끄러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행태, 아니 추태였습니다. 기자들은 기록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번 두 사례가 권언유착의 대표 사례로 ‘기록’될지 모르겠습니다.
천안에서 1박 2일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는 저도 취재를 신청했습니다. 다만, 집이 천안이라 숙박 신청은 하지 않았는데요. 당일 선약이 있었던 걸 깜박해 부득이 연찬회 취재에 불참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선약을 미루고 현장 취재를 갈 걸 그랬습니다. 이런 사달이 날 줄은 꿈에도 몰랐죠. 단독 기사 하나 놓쳤습니다. 어쩌다 권력자들뿐만 아니라 기자도 ‘기자’의 감시 대상이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