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아이 학교 보내겠다는 ‘발칙한 발상’

아직 어린 나이에 돌봄은 어쩌고, 학교 현장 혼란은?

by 류재민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만 5세로 낮추냐 마느냐를 놓고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정부는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학교에 들어가면 나라에서 제공하는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마다 교육이 제각각이다 보니 격차를 좁혀보겠다는 건데요.

교육단체와 학부모는 난리입니다. 아직 학교를 보내기 어린 나이라는 얘깁니다. 만 5세까지는 의자에 앉아서 글자나 숫자로 된 수업을 듣기 어렵다고 합니다. 또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라도 1월생과 12월생 발달 정도가 달라 교육 내용을 받아들이는 속도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돌봄의 문제도 있습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은 죽어납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온종일 아이들을 봐주지만, 초등학교 1학년은 점심만 먹으면 사실상 수업이 끝납니다. 그럼 누가 봐주냐는 거죠. 결과적으로 학원을 돌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글이나 숫자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다고 뭘 알아듣겠습니까. 공교육을 강조하면서 사교육만 배 불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올해 5학년인 제 큰아이는 1학년 때 점심만 먹으면 집에 와서 돌봄 부담이 컸던 기억이 있습니다. 작은 아이는 코로나19 세대로, 초1을 집에서 원격수업으로 보냈고요. 그러니 엄마 아빠가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학교 현장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5세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는 2025년이면 만 6세까지 더해 입학생이 확 늘어날 텐데요. 그 수요를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거죠. 이런 것에 대책이나 계획도 없이 입학 나이만 낮추는 게 능사일까요?


정부 계획대로면 76년 만에 초등학교 입학 나이가 바뀐다고 합니다. 그런 큰 제도적 변화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으니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요.
아이들도 함께 나와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인터뷰: 정세인 / 초등학교 4학년
“유치원에서 더 놀아야지 왜 학교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7살을 생각해 보면 친구들이랑 놀고 또 놀아서 재밌었습니다.”
인터뷰: 허탁 / 초등학교 6학년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 당장 7살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7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가야 한다면 7살이 되기 싫습니다.” 2022년 8월 5일, EBS, <초등 만 5세 입학 반발 계속…장관 사퇴 요구까지> 중

정부 계획대로면 76년 만에 초등학교 입학 나이가 바뀐다고 합니다. 그런 큰 제도적 변화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으니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도 무색할 정도고.


이처럼 민감한 정책을 공론화 과정 없이 불쑥 내놓은 데 대한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보수 성향인 한국교총도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학제개편 추진에 반대한다"고 밝혔고, 사립유치원 연합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공약을 미리 했다면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홍경란/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부회장]
“이런 정책을 편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허튼소리) 아니에요. 어떻게 교육정책을, 대통령이 된 지 불과 몇 달도 안 돼서 이런 정책을 펼 수가 있어요.” 2022년 8월 1일, MBC뉴스데스크 <갑작스런 ‘5세 입학’에 시위 잇따라‥“졸속 정책 파기하라”> 중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학부모·교육계 의견을 듣겠다고 합니다. 전문가 의견도 참고하겠다고 하는데, 왜 진작 못하고 뒷북을 치고 있는 걸까요? 이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한국갤럽 24%)를 기록했습니다. 이제 20% 대도 위태위태합니다. 취임 100일도 안 됐는데, 정말 왜 이러는 걸까요?


어디 만 5세 입학 문제만이겠습니까?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였잖습니까. 코로나19 재유행에 확진자는 나날이 늘고, 민생 경제는 파탄 지경인데, 정부는 대체 어디에 정신이 팔려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정부에게 국민은 안중에 있기는 할까요? 날씨도 더운데 열을 올렸더니 더 덥습니다. 아그들아, 선풍기 좀 3단으로 올리려무나.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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