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대회에 참가할 결심
나는 뛴다, 고로 존재한다
저는 달리기에 재주가 없는 아이였습니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한 조에 대여섯 명씩 뛰는 달리기 시합에서도 꼴찌나 꼴찌에서 두 번째를 도맡아 했죠. 1등부터 3등까지만 손목에 찍어주는 도장도 6년 동안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습니다.
그래서 가을운동회가 싫었습니다. 부모님이 제 달리는 모습과 등수를 보며 얼마나 실망할지 어린 소년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대체 달리기 시합은 왜 하는지 화가 날 때도 많았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소위 ‘체력장’이라는 걸 하면, 턱걸이와 달리기가 제일 싫었습니다. 그걸 왜 입시에 반영하는지 또 화가 치밀었습니다. 군대에서는 구보 시간이 제일 고역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의 누적이었을까요. 성인이 돼서도 뛰는 건 절대 하기 싫었습니다. 횡단보도 보행 신호가 깜박거리면, 다음 신호를 기다렸습니다. 암만 급해도 뛰지 않았습니다. 버스가 출발하려고 하면 미련없이 보냈습니다. 다음 차는 또 올 테니까요.
10km 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해 담금질 중입니다. 그런 제가 지금 10월 중순으로 예정된 마라톤대회를 준비 중입니다. 그것도 10km 완주에 도전합니다. 갑자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냐고요? 그러게요. 저도 왜 그런 결심을 했나 모르겠습니다. 그저 올해가 가기 전에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에 무작정 질렀습니다.
기초체력이 없으면 완주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심장마비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도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미리 조금씩 뛰어 두자고 결심했죠. 8월 13일 첫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첫날 뛴 거리는 약 3km(3.2km)입니다. 시간은 27분 대였습니다.
다음부터는 3.5km, 4km, 4.5km, 5km. 이렇게 500미터씩 늘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5.5km를 뛰었습니다. 시간은 46분대였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반을 넘겼습니다. 이 정도 페이스면 10km는 1시간 20분대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완주한다면요.
지금 상태라면 충분히 완주할 것 같습니다. 몸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첫날과 두 번째, 세 번째까진 무척 힘들었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발바닥에선 불이 나는 듯했습니다. 다음 날은 잔뜩 알이 배겨 걷기조차 힘들었습니다.
6번 만에 절반을 넘겼습니다. 시작 보름 만인 오늘 5.5km 완주했습니다.그런데 며칠 전, 마라톤 풀코스 완주자로부터 ‘원-포인트’ 레슨을 받은 뒤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처음부터 속도를 올리지 말라.” “중간에 쉬면, 다신 못 뛴다.” 이 두 가지를 조언했습니다.
코칭대로 속도를 최대한 줄여서 시작했고, 중간에도 속도를 올리지 않고 페이스 유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5.5km를 뛰고 나서도 기진하지 않았습니다. 다리도 멀쩡하고 발바닥에 불도 나지 않았습니다. 심장도 벌렁거리지 않았습니다.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맘 같아선 몇 km를 더 뛰고 싶었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는 기록보다 완주가 목표니까요. 10번까지는 꾸준히 거리를 늘려나가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다음 서서히 시간을 단축하자는 전략입니다. 잘 될진 모르겠지만, 하는 데까지 해 보렵니다.
뛰는 걸 그토록 싫어하던 제가 어느새 이렇게 변했네요. 빈 트랙을 40분 넘게 혼자 달리고 있는 저를 보면 스스로 신기합니다. 사람 일은 정말 마음먹기에 달렸나 봅니다. 10km 완주에 성공하면 자존감이 무진장 커질 것 같습니다. (제 아내도 기특하다고 궁디팡팡 해줍니다.)
그동안 수고했다고 저 자신을 마음껏 칭찬하고 응원할 겁니다. 40대 중반에 생애 마라톤 10km 완주는 제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역사(歷史)’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 역사적인 순간이 이제 50일 남았습니다.
여러분, 올해가 가기 전, 의미 있는 일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작품 하나 만들고 싶나요? 그럼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참가 신청은 다음 달 19일까지 아래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당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인생이 달라집니다. 운동회 때 꼴찌만 하던 어린이가 40대 중반에 10km 마라톤을 결심할 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자, 같이 뛰어요. 단돈 3만 원(참가비)이면 됩니다.
저는 이미 대회 신청을 했습니다. 함께 뛰어요. 어서, 아래 홈페이지 꾹 누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