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반 10km, 직접 뛰고 기사도 썼다

‘제21회 대청호 마라톤’ 완주기

by 류재민

드디어 해냈습니다. 생애 첫 10km 마라톤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저는 어제 대전시 대덕구 대청공원에서 열린 ‘제21회 대청호 마라톤대회’에 회사 대표로 참가했습니다. (카톡의 먹통으로 브런치도 안 되는 통에 오늘 아침에 못다 한 이야기와 소식을 전합니다.)


이 행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정상적으로 개최됐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함께 뛰는 대회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습니다. 10km와 하프 코스에 2천 명이 넘게 참가했는데요. 그동안 달리고 싶던 분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실감했습니다.


‘10km 미니코스’. 말은 ‘10km’이고 ‘미니’인데요.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25리가 넘는 길입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이 10리도 못 가고 발병이 난다는데, 저는 25리를 뛰었으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무릎이 뻐근하고, 온몸이 쑤십니다. 연차를 내기 잘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대회장 가는 길부터 몸을 푸는 시간,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완주 기념사진까지 올렸습니다. ‘좋아요’와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그동안 핵심 지지층만 관심을 보였던 포스팅이었건만. 아, 이런 게시물을 올려야 관심을 끄는구나, 하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마라톤을 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끙)


누가 물었습니다. 왜 마라톤을 할 생각을 했냐고. 그러게요. 달리기라면 칠색 팔색 하던 제가 왜 그 먼 거리를 뛰겠다는 결심을 했을까요?


올해 저에게 있어 의미 있는 일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올해도 이제 두어 달밖에 안 남았잖아요. 그래도 머리털 나고 마라톤 완주 한 번은 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을 기자로서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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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km쯤 뛰었을까요? 갑자기 오른쪽 발가락이 따끔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불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출발 전부터 4번째 발가락 발톱이 잘 벼린 칼날 같았습니다. 이걸 깎고 뛰어야지 했는데 손톱깎이를 구하지 못해 그냥 달렸거든요. 결국 사달이 난 셈이죠.


뛸 때마다 옆에 발가락을 자꾸 찔러대니 상처가 났습니다. 어머니께서 사 주신 마라톤 완주 기원 흰 운동화 위로 빨갛게 핏물이 올라왔습니다.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시작인데, 포기를 해야 하나. 뛸 때마다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부터 준비해온 훈련의 나날을 떠올렸습니다.


포기하긴 싫었습니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이 악물고 뛰었고, 어느 순간에는 아픈 감각이 사라지더라고요. 완주 후에 보니 흰 양말은 버릴 정도로 꽃보다 진한 물이 들어 있었습니다. 재빨리 의무실에서 응급 처치했습니다. 복병만 아니었으면 더 좋은 기록이 나왔을 텐데. 최종 기록은 1시간 29분 56초. 하지만 완주했다는 기쁨과 자존감이 더 컸습니다. 저녁에는 대표님께서 주신 '금일봉'으로 맛있는 보양식도 먹었습니다. ㅋ


다음은 지난달 운동장 트랙을 8km쯤 뛰고 인조 잔디 위에 털썩 주저앉아 멀찌감치 앞서 나가는 ‘달림이’ 들을 보면서 든 생각을 페이스북에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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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후배들이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세상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그들의 멘토 혹은 롤 모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 그러려면 나부터 똑바로 해야 말이 먹힐 거다. 내 선배들한테 미안한 건, 그들이 한 얘기를 지금에야 알았다는 것이고, 헛되이 보낸 시간이 후회스럽단 거다. 부디 내 후배들만은 나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암만 뛰어도 따라가기 어려운 선배가 많다. 그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대회를 준비하고, 직접 참가하며 깨달은 게 있습니다. 기자 생활도 마라톤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타고난 기자는 없습니다. 꾸준함과 부단한 노력이 99%라고 생각합니다. 포기하고 싶고, 멈추고 싶을 때가 어디 하루 이틀이겠습니까. 그 모든 걸 견디고 단련했을 때, 비로소 실력이 쌓이는 것 아닐까요? 대회를 마치고 난 뒤 완주 체험기를 기사로 썼습니다. 어쩌면 이 기사를 쓰기 위해 달렸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http://www.dtnews24.com/news/articleView.html?idxno=733507


대청 호반길을 달리며 비로소 깨달은 것들. 그건 앞으로 내 남은 기자 생활에 커다란 좌표가 될 것입니다. 올해 얻은 ‘최고의 선물’이고요. 저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3주 뒤, 제 고향 천안에서 열리는 ‘제1회 이봉주 마라톤대회’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이번에도 10km입니다. 같이 뛸 분들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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