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달이 형! 10km 마라톤 완주했슈”

‘제1회 천안 이봉주 마라톤대회’ 완주기

by 류재민

‘제1회 천안 이봉주 마라톤대회’ 10km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무릎이 안 좋고, 감기까지 걸려 컨디션이 최악이었습니다. 완주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습니다.


왼쪽 무릎에 보호대를 두 개나 하고 나섰습니다. 연신 나오는 콧물에 호흡이 곤란했습니다. 날씨가 맑고, 바람도 많이 불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이번 대회는 5km부터 10km, 하프 코스에 4,5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하프 코스가 가장 먼저 출발했고, 10km와 5km 순으로 진행했는데요. 친구와 연인, 가족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대로변을 뛰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누군가는 길 위를 걷고 뛰며 저렇게 행복한데, 누군가는 길 위에서 생을 마감했으니.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시인 최승자가 그랬던 것처럼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20년 후에, 지芝에게')인가 봅니다. 그들 몫까지 열심히 살려고, 부지런히 뛰고 달렸습니다.


5km 반환점을 돌아 6km 구간을 통과하는 중입니다.

천안의 자랑, 마라토너 이봉주. 1995년 동아마라톤대회 우승과 이듬해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따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2년 뒤 열린 방콕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며 황영조 후계자로 급성장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마라토너 반열에 올랐죠. ‘봉달이’라는 별명도 붙었고요. 이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마라톤 금메달, 2007년 서울 국제마라톤에서 우승하며 우리나라 마라톤을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물론 그의 후계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부분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은퇴 후에도 ‘국민 마라토너’로 불리던 그는 최근 난치병인 ‘근육 긴장 이상증’으로 투병 중입니다. 이 병은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지속적인 근육 수축으로 신체가 비정상적으로 꼬이거나 반복적인 운동을 보이는 질환이라고 합니다.


왼쪽부터 뛰기 전, 뛰는 중, 뛴 다음 간식 타임~!

이봉주 선수는 2020년 1월 발병 이후, 원인 모를 복부 경련과 함께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 사연을 접한 천안시체육회에서 그를 기념하는 대회를 처음 기획했습니다. 코스는 이봉주 선수가 직접 설계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대회 뒤에는 이봉주 선수와 사진을 찍는 시간도 마련했는데요. 줄이 얼마나 긴지 저는 그냥 포기하고 돌아왔습니다.


사실, 저는 이봉주 선수의 초등학교(성거초)-중학교(천성중) 후배입니다. 같은 시기 학창 시절을 보낸 건 아니지만, 제 고향으로 가는 길에는 그의 이름을 딴 길(이봉주로)이 있고, 모교인 중학교 입구에는 그가 달리는 사진이 새겨진 입간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봉주로를 지날 때나 모교를 지나칠 때마다 이봉주 선배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부디 쾌유를 빕니다. 그래서 다음 대회에는 저를 비롯해 참가자들과 함께 달리는 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불과 3주일 전 ‘대청호 마라톤대회’ 10km를 완주했는데요. 마라톤은 여전히 힘든 운동입니다. 이번에도 '엄마, 아버지, 자기야, 얘들아, 봉주 형'까지 애타게 부르짖으며 뛰었습니다.


3주 전 출전했던 대회보다 무려 12분을 단축했습니다. 완주 메달도 근사하고 멋집니다. 아주아주 칭찬해 칭찬해!

결승선 통과 시간은 1시간 17분 43초. 대청호 마라톤 대회(1시간 29분 56초) 보다 무려 12분여를 단축했습니다. 완주 메달을 받고, 기록지를 확인하니 저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뭐든 하면 되네요. 시작을 하니, 끝이 오네요.


차로만 다니던 8차선 대로변을 두 다리로 맘껏 질주하며 달리기의 즐거움을 만끽했던 하루였습니다. 선수들 뛰다 다칠까 비상대기했던 의료진,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애쓴 경찰과 모범 운전자회, 물과 음료를 나눠 주면서 "파이팅!" 해준 자원봉사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올해 두 번의 마라톤 대회를 참가했는데요. 이제 달리기의 묘미를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올겨울 몸 관리 잘해서 내년 봄에 또 나가볼까 합니다. 내년에는 하프에 도전하냐고요? 아이고, 엄마, 아부지, 여보야,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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