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듯 선을 넘는 대통령과 기자들

대통령실 ‘MBC 전용기 탑승 거부’ 사태에 부쳐

by 류재민

대통령실이 해외 순방을 앞두고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거부해 비판받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미국 순방 때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이 XX’라고 한 걸 ‘미국 의회’라고 자막을 달았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당시 대통령실은 ‘날리면’을 ‘바이든’이라고 못 박은 것도 문제 삼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두 귀로 ‘바이든’이라고 똑똑히 들었는데 말이죠. 또 우리나라 국회든, 미국 의회든 ‘이 XX’라고 욕을 한 잘못에 사과는 대통령이 해야 옳습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입니다.


이번 대통령실의 ‘MBC 탑승 거부’는 정권에 찍힌 언론을 어떻게 다루는지 똑똑히 보여주겠어, 라는 심보가 강합니다. 언론단체, 야당까지 나서서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했는데요.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전체가 순방 취재를 거부하며 단체행동에 나섰어야 합니다. 연대를 통해 정권의 언론탄압을 초장에 막았어야 합니다. 하지만 반나절 ‘특별총회’ 결과 실질적인 ‘보이콧’은 없었습니다. 관련 기사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6856


그마저 비 풀 기자단 의견은 묻지도 않았습니다. 그래 놓고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의 ‘공동 대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래 놓고 다음 날 대통령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동남아로 날아갔습니다. MBC는 민항기로 순방지로 향했고, 대통령실 결정을 부당하게 여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스스로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고 민항기를 타고 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의 출근길 약식 회견 모습.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언론사들이 공동대응 방침을 내놓고도 제대로 된 행동을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모씨(30)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전날 대통령실을 상대로 규탄하는 입장문을 내지 않았느냐”며 “그런데도 대통령실이라는 핵심 취재원과의 관계 때문에 전용기 탑승 거부 등 적극적 대응을 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데, 언론사들의 소극적 대응이 아쉽다”고 했다. 2022년 11월 11일, 경향신문, <시민들도 “대통령이 정무에 사사로운 감정 대입한 것” 비판> 중


일반인들은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기자라면 ‘다 같은 기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안에서도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고, 기득권과 카르텔이 존재합니다.


현재 대통령실 단톡방에는 300여 명(298명)이 들어와 있는데요. 이 중 대언론 분야를 담당하는 대통령실 직원 50여 명을 빼면, 기자는 250여 명 안팎입니다. 여기서 ‘선(線)’이 그어집니다. 이른바 풀(pool·대표 취재) 기자단에 속한 기자와 그렇지 않은 기자.

풀 기자단은 200여 명에 달하고, 나머지는 50여 명은 비(非) 풀 기자입니다. 이 선은 마치 ‘결계(結界)’와도 같아서 쉽게 넘나들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각종 회의와 행사, 해외 순방까지, 풀 기자단이 근접 취재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임에도 비 풀 단이 동등한 취재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그랬습니다. 다만, 문재인 정부 땐 해외 순방의 경우 전용기 탑승 기준을 완화한 적이 ‘잠깐’ 있습니다. 적어도 탑승 신청자를 받긴 했으니까요. 전용기 좌석이 부족하면 민항기를 이용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물론, 전용기 좌석은 매번 부족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양해는커녕 신청조차 받지 않습니다. 전용기는 풀 기자단 '전용'입니다.


보이콧은 한 매체라도 반대하면 사실상 불가능해. 관련해 중앙풀사에서 투표를 진행했는데 보이콧 반대 의견이 30% 이상으로 나와서 무산됐다고 해. 또 대통령실 기자단은 크게 3가지로 나뉘어 있어. 대통령 공식일정 근접 취재 및 해외순방에 동행할 수 있는 중앙풀사 49개사. 중앙풀사와 사실상 동등한 대우를 받는 지면이 있는 지역지가 모인 지방풀사 38개사. 풀 취재 및 해외순방 동행을 불허하는 비풀사 40여 개가 있지.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이전까지는 비풀 청와대 출입기자에게도 순방 동행의 길을 열어줬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선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이외에도 비풀사에 대한 차별이 더 있지만,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아무튼 대통령실 기자단 내에 이번에 전용기 탑승을 거부당한 MBC보다 이미 더 심한 취재 제한, 차별을 받고 있는 매체도 많아. 애초부터 대통령실 기자단은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적인 측면도 있어. 2022년 11월 12일, 더 팩트, <[주간政談<상>] ‘MBC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도대체 누구 생각?”> 중

이 정부는 툭하면 밥 먹듯이 선을 넘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을 감시·견제할 기자들은 기득권(일명 ‘밥그릇’) 유지를 위한 ‘선 긋기’에 매몰돼 있습니다. 그 결과 공적 감시의 사각지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http://www.dtnews24.com/news/articleView.html?idxno=735211


대통령실에는 ‘보이지 않는 섬’이 있습니다. 섬 기자들은 말할 기회조차 없습니다. 그 섬에 사는 저는 말 대신 글로 씁니다.
‘언론탄압 중단하고,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해체하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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