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책 내자고 연락이 왔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어뜨케 어뜨케

by 류재민

지난주 금요일 아침 있었던 일입니다.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원고를 보낸 출판사 중 한 곳이었습니다. 처음 받아본 출간 제안에 얼떨떨하면서, 어안이 벙벙하면서, 심장이 벌렁벌렁했습니다. 10여 분 뒤, 또 다른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게 웬일인가. 200군데 투고해도 연락이 올까 말까 하다는데. (참고로, 저는 160군데 투고했습니다.)


연거푸 걸려 오는 전화에 꿈인지 생시인지 몰랐습니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2년 동안 자가 출판으로 두 권의 책을 냈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전문 출판사가 작업에 참여해 제 글을 옥같이, 보석같이 다듬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정 교열은 물론, 표지와 디자인, 홍보까지 말이죠. 그보다 좋은 건, 제 돈이 10원 한 장 들어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계약금까지 ‘n십만 원’을 준다네요. 물론 나중에 인세에서 까겠 제하겠지만. 그게 어딥니까. 우힛.


내가 태어나서 출판사와 기획출판 계약서를 쓸 줄이야. 아, 어무이~

주말과 휴일 동안 어느 출판사와 계약할지 고민했습니다. 그사이 이메일로도 한 곳 더 제안이 와 3곳을 놓고 ‘무지무지 행복한’ 고민을 했더랍니다. 그리고 최종 결심한 곳은 바로 ‘도서출판 푸른영토’입니다. 사실 ‘푸른영토’의 계약조건은 아주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의 대표님 말씀에서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제 글을 한 권의 멋진 책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신뢰의 기운이 와 닿았습니다. 제가 혼자 냈던 책도 보시고, 저에 대해 나름의 검색을 해 본 것 같았습니다.


제가 돈을 벌자고 책을 쓰려는 건 아니니 인세 7%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인세는 많아야 10%인데요. 그거 몇백 원 더 받는 것보다 제 글에 확신과 신념 갖고, 믿음을 준 곳을 택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2005년 5월 설립했으니 어느 정도 노하우를 지닌 출판사라는 생각도 듭니다. ‘푸른영토’ 이름도 얼마나 따듯하고 희망적입니까. ‘붉은 영토’도 아니고. 제 꿈의 영토를 확장하는데 길잡이가 되어주리라 믿슙니다.


제가 선택한 출판사는 '도서출판 푸른영토'입니다. 이르면 다음 달 말쯤 출간 예정입니다. 푸른영토 홈페이지.

오늘 저녁 이메일을 통해 정식 계약을 했습니다. 제목은 ‘기자도 먹고 살아야 합니다만’ 입니다. 가 제목이고요. 최종 제목은 바뀔 예정입니다. 출간 시점은 이르면 다음 달 말입니다. 1쇄는 1,000~1,500부 정도 찍을 것 같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브런치에 쓴 글이 제 꿈을 이뤄주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두드리니 열리네요.


17년 여 기자로 생활하면서 느낀 점을 솔직 담백하게 담았습니다. 금쪽같은 제 새끼 글들이 얼마나 많은 독자에게 분양받을 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식만큼 귀하고 정성껏 키운 아이들이니 많이 예뻐해 주고, 잘 키워 주길 바랍니다. 류재민, 고생했고 축하해. 결국, 또 하나의 꿈을 이뤘구나. 수고했어. 2023. 1. 커밍쑨~~

“길모퉁이를 돌면 뭐가 있을진 모르지만, 전 가장 좋은 게 있다고 믿을래요”
<빨강머리 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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