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수에서 보고 배워온 것 (feat. 재팬구상)

몸에 밴 공중도덕과 안전 의식, 그리고 친환경

by 류재민

삼일절 이틀 뒤, 회사 동료들과 일본 오키나와 연수를 다녀왔다. 3박 4일 연수 기간 국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와 대일 외교 정책을 놓고 정치권이 충돌했다.


특히 정부의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두고 정부와 여야의 첨예한 공방이 이어졌다. 그런 즈음 일본에 갔고, 거기서 나는 그들의 생활방식과 태도에서 깨닫고 배운 점이 있다. 그건 바로 ‘기본과 원칙’이라는 거다. 대표적으로, 몸에 밴 공중도덕과 안전, 친환경 의식이다.


일본의 버스 기사는 승객이 앉기 전에는 출발하지 않는다. 앉을 때까지 기다린다. 운전자는 신호등이 없어도, 횡단보도가 아니어도, 행인이 길을 다 건널 때까지 미리 속도를 줄이거나 기다린다. 그러니 교통사고가 우리보다 많지 않은 것 같다.


실제 지난해 12월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OECD 회원국 교통사고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6.5명이었다. OECD 평균인 5.2명보다 1.3명 많은 수치고, 36개국 가운데 27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반대로 일본은 3.1명으로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적었으며, 전체 기록은 7위였다.


새벽 조깅을 마치고 상점과 식당이 늘어선 거리를 돌아봤다. 휴지조각, 담배꽁초 하나 없이 깨끗했다.

연수 첫날 저녁 무렵 호텔 근처 해변을 끼고 있는 식당과 상점 거리를 찾았다. 거리는 외국인과 일본인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나는 다음 날 아침 일찍 그곳에서 조깅을 했다.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오다 호기심에 거리를 죽 둘러봤다.

바닥에 휴지 조각, 담배꽁초 하나 없던 것이 놀라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후미진 골목까지 샅샅이 훑어봤지만, 그곳 역시 깨끗했다. 우리나라 관광지는 어떤 모습인가. 먹고 마시다 버리고 간 술병이며 물병이며 온갖 음식 쓰레기가 길가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은 너무나 익숙한 광경 아니던가.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 가이드 말을 들어보니, 거긴 시골에서도 폐비닐, 농약병 하나 뒹굴지 않는다고 했다. 마지막 날, 바닥이 투명한 보트를 타고 바다 근해를 구경했다.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은 봤어도, 폐어구나 플라스틱병 같은 해양쓰레기는 눈 씻고 봐도 없었다. 물이 맑으니 기분까지 맑아졌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받침용 종이 커버도 주지 않는다. 친환경을 고려한 처사라고.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인 환경과 문화 아닌가.


우리는 어릴 적부터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라고 배운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서 학교에서 배운 교육이 실생활에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나만 공중도덕을 잘 지키면 뭐 하나, 싶은 분위기와 환경 때문 아닐까.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따라한다.


일본 오키나와 해안. 물이 맑으니 기분까지 맑아졌다. 폐비닐이나 플라스틱 같은 해양 쓰레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나 더. 일본은 우리처럼 관광지라고 해서 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없다고 한다. 정확히 금액에 맞는 돈을 받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어영부영’ ‘대충대충’이란 없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라고.

이처럼 내가 직접 눈으로 본 일본은 우리와 확연히 다른 점이 있었다. 한국인 시각에선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고, 답답하기 짝이 없겠지만.

물론 우리가 그들에 비해 월등하게 앞서는 분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소한 실생활에서 마주친 그들의 삶의 자세와 태도는 우리가 그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무조건 적대시하고 감정적으로 대할 나라는 아니구나 싶은 생각도. 우리가 그들을 따라잡고 넘어서려면, 그래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느니 ‘일본은 조선을 침략한 적이 없다’라느니 하는 망언과 도발을 일삼지 못하게 하려면, 그런 기본적인 부분부터 바꿔야 하겠구나 싶었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일본으로 여행 가는 우리 국민들 숫자가 많아졌다고 한다. 멋진 관광지와 맛난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것도 좋겠지만, 더 중요한 깨달음을 얻어 온다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작심삼일 할지언정. 그런 걸 ‘발견’했다는 것만도 어딘가.


특히 정치하는 양반들. 툭하면 나가는 해외 연수에서 공이나 열심히 치러 다니지 말고, 술 먹고 추태 부리다 기사에 나지 말고, 이런 면을 더 많이 보고 배워왔으면 싶었다.


우리는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부른다. 그 가까운 나라를, 생전 처음으로 가서, 사흘 밤 나흘 낮 동안 머물며 얻은 ‘재팬 구상’은 바로 이것이다. 나부터 작심삼일이라도 실천하고 행동하리라는 결심. 그래서 생산적인 연수였다. 배움의 기회를 마련해 준 회사와 동행한 동료들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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