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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Mar 24. 2023

코로나 시대를 보내며

에피소드 17.

지금은 실내에서도, 대중교통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2019년부터 시작했다고 붙여진 코로나19(COVID-19)에 인간은 옴짝달싹 못했다. 전 세계의 사회, 경제,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움츠러들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둬야 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어느 곳도 가기 어려웠다. 마스크를 유일하게 벗을 수 있는 장소는 ‘집’뿐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은 별도 시설 또는 자택에서 일정 기간 격리 생활을 해야 했다. 답답하고 갑갑한 격리를 마친 뒤에는 피로감과 건망증, 두통 같은 후유증을 겪는 이들도 있었다. 감염병의 시기가 길어질수록, 사망자 수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는 커져만 갔다. 동시에 수많은 이들이 우울증과 무기력을 호소했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이다.     


나는 세 차례에 걸쳐 백신을 접종했다. 출퇴근 때마다 KTX와 버스,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는 시간은 더 길었다. 하지만 가족과 동료들을 위해 힘들어도 참아야 했다. 용케도 3년 가까이 확진의 늪에 빠지지 않았다. 가족 중에는 아내만 확진됐고, 나와 두 아이는 버텼다. 잦은 술자리와 매일같이 붐비는 대중교통을 이용함에도 끄떡없는 걸 보니 ‘슈퍼 면역자’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자만과 방심은 결국 병을 불렀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모두 해제되기 직전, 확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내 안에 있던 바이러스는 아이들에게까지 옮겨 갔다. 다행히 나와 아이들 모두 특별한 증상 없이 격리 생활을 마쳤다. 하지만 나는 그 이후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만사가 귀찮고, 글도 쓰기 싫었다.      


모든 외부 활동을 중단한 채 집에서 핸드폰만 끼고 살면서 느낀 답답함과 그와 함께 따라온 무기력증. 기저질환이 있는 탓에 중증으로 악화하는 건 않을까 하는 불안과 우울. 일주일 동안의 ‘집콕 생활’은 어쩌면 내 우울증의 기폭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후유증이 어쩌면 지금까지 이어져 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 산산이 부서지지 않는 감염병이여. 여전히 허공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여.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무기력하게 무릎 꿇는 모습에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약한 동물인지 실감했다. 서점가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격리기간 동안 몇 권의 책을 사서 읽었다. 전 세계의 일상을 하루아침에 360도 뒤집어놓은 코로나, 그 이후의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우두커니 앉아 막연한 걱정과 상상만 할 게 아니었다. 일어나 움직이며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특히 지금 내가 밥을 벌어먹는 일, 언론과 미디어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지가 가장 궁금했다.      


코로나19 이후 미디어의 미래는 결코 낙관적이지 못하다. 국가적 정체성에 균열이 생길수록 미디어는 악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악의적인 이용이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을 봐서는 사회를 하나 되게 하는 힘 역시 점점 더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와 SNS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감추어졌던 것들을 활짝 드러냈다. 수면 아래에는 합의편향, 사이버 심리전의 위험, 주관화된 진실 등이 숨어 있었고, 이것들 중 어떤 것도 긍정적이지 않다. *      


한 연구자 혹은 한 저널리스트가 지정학적인 변화를 획기적으로 이뤄내기란 어렵죠. 그렇지만 저는 각자가 조금이라도 다른 행동을 취한다면, 세상은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중략) 궁극에는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거버넌스 능력을 갖춰야 하고 그것을 지속해야 합니다. **       


잘못된 정보들은 SNS 등의 매체를 타고 일방적으로 온라인 확증 편향을 가속화한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들이 열린 시각과 다양한 의견들을 수용하게 해준다고 여기기 쉽지만, 오히려 편향적 이념과 사상을 왜곡되게 형성시킬 위험도 높다. 자신이 속한 반향실안에서만 공유된 정보를 제한된 시각에 얽매인 채 편향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     


* 제이슨 솅커 지음, 박성현 옮김코로나 이후의 세계(미디어숲, 2020) 123

**제러미 리프킨 외 인터뷰, 안희경 지음오늘부터의 세계(메디치, 2020) 184~185

***김난도 외트렌드 코리아 2022(미래의창, 2021)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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