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오십에는

by 류재민

정부에서 ‘만 나이 통일법’을 시행했다. 한 살 어려지긴 했지만, 사십 대는 마찬가지다. 마흔의 딱 중간. 이제 5년만 지나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40대의 터널을 벗어난다. 더 있고 싶어도 머물 수 없다. 나는 나이 오십에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내일 일도 모르는 게 사람 인생이라는데, 5년 뒤 일을 어떻게 장담할까. 별일이 없는 한, 지금처럼 기자로 살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할 따름이다.


대신 기사가 아닌 취미로서의 글쓰기와 독서는 게을리하지 않으리라. 그래서 작가의 삶도 충실히 살아볼 작정이다. 달리기도 부지런히 할 생각이다. 마라톤대회를 얼마나 더 출전할진 모르지만, 꾸준히 달릴 계획이다. 정신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 걸 확인했으니. 그렇게 살다 보면, 50대나 60대가 40대처럼 두렵거나 무섭진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 등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45년을 살면서 저금처럼 모아 온 ‘사람’이란 재산도 두둑하다. 그동안 나는 그 재산을 모을 줄만 알았지, 쓸 줄을 몰랐다. 그래서 혼자 힘들어하고, 외로워하고, 갈등했다. 이제는 내가 가진 인적 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참이다. 대화하고, 어울리며 연대할 것이다. 때로는 도움도 받기도, 주기도 하면서 공동체의 삶을 영위하고 싶다.


나이 오십이 되면 지금보다 신체적 변화는 심해질 것이다. 주름이 늘어날 것이고, 똥배가 나올 것이며, 체력도 떨어질 것이다. 게으름도 늘어날 것이다. 그래도 건강하게 살려고 발버둥 치리라. 나태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움직이리라. 열정과 용기, 도전하려는 마음만 잃지 않으면 오십이란 나이가 무슨 대수랴. 무서운 건 습관이다. 40대에 습관을 잘 들여놔야 50대, 60대 이후까지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너는 활을 당기고, 올바로 호흡하고, 표적에 집중하고,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고, 우아한 자세를 유지하고, 표적 앞에서 겸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세상 무엇도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알아야 한다. 때가 되면 네 손을 펼쳐 네 의도가 제 운명을 따라가도록 놓아주어야 한다. *


이 글을 쓰면서 든 생각은 ‘마흔’이라는 나이는 아직 활을 쏠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 100세 인생이라는 노래도 있지 않나. 그렇다고 하면 40이란 나이는 이제 막 활시위를 끌어당기고 있는 위치가 아닐까.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표적을 제대로 바라봐야 하는 나이. 그게 바로 40대의 시간이라고 본다.

단단하게 활을 쥐고 화살을 시위에 겨누리라. 그리고 화살이 표적에 제대로 날아갈 수 있도록 몸을 단련하고, 잡념이 들지 않도록 마음도 다잡으리라. 그런 다음 ‘50’이라고 적힌 표적을 향해 자신 있게 쏠 것이다. 나의 40대는 이미 절반이 지났으나, 아직 절반이 남았기 때문이다. (끝)


* 파울로 코엘료 소설, 김동성 그림, 민은영 옮김『아처』(문학동네, 2021)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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