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_2. 동업
장천으로 돌아온 천왕은 ‘나카무라 가마소 2호점’ 개점 준비를 서둘렀다. 우선 그곳에서 일할 도공과 일꾼을 선발하는 게 급선무였다.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이국땅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 때문이었다. 아무리 나고 자란 나라가 망했다곤 해도, 왜국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건 결코 쉬운 결단이 아니었다.
“여러분, 여러분 심정이 어떤지는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우리가 평생 그곳에서 살진 않을 겁니다. 도저히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오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 돌아올 수 있습니다. 처음 몇 년 동안 정착에 필요한 인력이 필요한 겁니다. 현지인들에게 기술을 전파하고, 그들이 숙달할 시점이 되면 완전히 넘기고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겁니다.”
봉이 손을 들어 물었다.
“한, 3년이면 되려나요?”
“그 정도면 충분할 거요.”
“그럼 난 따라가겠소.” 봉이 제일 먼저 합류했다.
다음으로 미혼인 도공들이 합세했다. “우리야 처자식도 없는데, 여기 있으나 거기 있으나 다를 바 없소.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야.”
“돈은 여기보다 더 벌 수 있을 거요.” 천왕은 활짝 웃으면서 떠날 인력을 모았다. 도공 둘에 일꾼이 넷이었는데, 그만하면 족했다. 현지에서도 인력을 수급받기로 했으니.
“그럼 행수는 어떻게 할 거요? 여기 있을 거요, 같이 왜국으로 갈 거요?”
“……난, 일단 왜국에 함께 가야 하지 않겠소. 가마를 짓고, 자리를 잡으려면 아무래도 1~2년은 있어야 하지 않겠소?”
천왕이 왜국에서 몇 년을 체류한다는 소식에 가마터 사람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의 가족들 마음도 매한가지였다. 그렇다고 천왕만 빼고 나머지 인력만 왜국으로 보낼 순 없는 노릇이었다. 누군가 구심점은 있어야 하기에.
“아버지, 저도 같이 갈래요.”
성이 난데없이 무리 앞으로 나섰다. 주변 사람들 모두 그녀의 돌발행동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올해 열네 살이었다. 가마터에서 3년을 일했고, 여느 도공만큼 솜씨도 빼어났다. 하지만 천왕은 하나뿐인 딸을 왜국에 데려가기를 주저했다.
“성아, 넌 아직 어려. 여기서 더 기술을 배워야 해.”
그러나 성 역시 아버지를 쏙 빼닮아 황소고집이었다. 누구도 그녀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결국 성은 아버지를 따라 왜국에 가기로 했다. 천왕으로서도 친딸을 데려가면 가마터 행수로서 영이 설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장천의 가마터는 장남인 월이 맡기로 했다. 부인 서 씨는 장천만에서 눈물 바람으로 딸을 배웅했다.
“성아, 너도 이제 철부지 어린애가 아니다. 행실과 몸가짐에 각별해야 한다. 아버지 말씀 잘 듣고, 부디 건강 하거라.” “아이고, 엄니! 걱정일랑 마세요.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호들갑이래요.”
천왕은 대범하게 배에 올라타는 성을 흐뭇하게 보며 아내에게 눈짓했다. “우리 딸이 저렇게 컸소. 왜국에서는 내가 잘 보살필 테니, 자네는 여기 식구들이나 잘 챙겨주소.”
“여기 걱정은 붙들어 매시오. 적어도 왜국만큼 말귀 못 알아먹는 사람도 없고, 물갈이할 일도 없으니. 이녁도 부디 몸조심하소.”
배에 올라탄 일행은 배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이들에게 손짓했고, 배 아래 사람들도 떠나는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작별했다. 양쪽을 내려보는 하늘은 바람 한 점 없이 깨끗했다. 에메랄드빛 하늘에 양털 구름이 소리소문없이 지나고 있었다. 목선이 물살을 가르며 망망대해로 나아갔고, 갈매기 떼가 끼룩거리며 멀리까지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