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_1. 동업
천왕은 주변을 물리고 나카무라 행수와 독대했다. 그리고 이번 방문의 목적을 밝혔다. 가마소 주변에 직접 가마를 짓고 싶다는 뜻을 전했을 때, 나카무라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렸다. ‘상도덕이란 게 있는데, 어찌 내 가마터 주변에 새 가마터를 지으려는가!’ 나카무라는 상심했다. 그래도 천왕의 말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나카무라 행수! 우리 백제인들이 직접 여기서 기물을 만들면 지금보다 이문이 더 남을 겁니다. 운반비부터 인건비까지, 저나 행수에게 절대 손해 볼 일은 없습니다.”
천왕은 장담했다. 나카무라는 넌지시 그의 눈빛을 살폈다. 천왕의 눈은 맑게 빛났다. 첫날 가마소에 찾아왔을 때처럼. 한여름 햇살만큼 강렬했고, 가을바람보다 깊었다. 누가 들어도 신뢰할 수 없는 당당한 어조를 갖췄다. 특유의 겸손한 태도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사내였다. 천왕의 사업 구상을 들은 나카무라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실은, 여기 인력이 과할 만큼 넘칩니다. 마 행수께서 보내온 물건이 워낙 좋으니, 다들 그것만 찾지 뭡니까. 여기서 만든 물건은 상대적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없으니, 남는 인력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소. 그렇다고 이제껏 동고동락한 일꾼들을 비정하게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천왕은 수심이 가득한 나카무라를 바라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진지한 말끝에 비웃음이 섞인 것처럼 보였는지 나카무라는 다소 불쾌했다. “아, 기분이 언짢으셨다면 용서하십시오. 행수를 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소. 다만, 내게 좋은 수가 있소.”
나카무라의 낯빛이 달라졌다.
“좋은 수가 있다니? 대체 그게 무슨 방법이오?”
“여기서 남는 인력을 새로운 가마터로 보내는 거요. 어차피 장천에서도 많은 인력을 데려오진 못할 테고, 여기 말을 할 줄 아는 이도 필요합니다. 그간 가마터에서 일한 경험도 있으니 기술도 빨리 익힐 것이고. 행수님 고민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으니, 어떻습니까?”
그제야 나카무라의 표정이 밝아졌다. “자네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었길래 그런 신통방통한 생각을 다 한단 말이오. 정말 존경스럽소. 좋소! 내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리다.”
나카무라는 자신의 가마소 주변에 천왕의 가마터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새 가마터가 지어지면 자신이 데리고 있던 일꾼 다섯 명을 보내기로 했다. 대신 천왕은 새 가마터에서 만든 기물 판매량의 절반을 나카무라에게 주기로 약속했다. 또 하나, 새 가마터 이름은 ‘나카무라 가마소 2호점’이라고 지었다. 나카무라와 천왕은 사실상 ‘동업(同業)’을 시작한 셈이다. 천왕은 왜국에 자신이 직접 만든 가마터를 운영하리라는 부푼 꿈에 설렜다. 천왕 일행은 이틀을 묵은 뒤 들뜬 기분으로 장천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