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박물관 다음 행선지는 가우도 출렁다리. ‘청자다리’라고도 불린다. 청자박물관에서 차로 얼마 걸리지 않는다. 가는 길에 ‘강진만 해안도로’라고 적힌 이정표가 나왔는데, 현 위치에서 시점과 종점을 합쳐보니 총거리가 50km였다. 가우도 출렁다리 주차장은 한산했다. 방문객 몇 팀이 더러 보였지만, 손에 꼽을 정도였다. 주차를 마치고 출렁다리 입구에 섰다.
가우도 출렁다리 입구 포토존.
포토존 뒤편으로 설치된 물고기 모양 조형물. 막걸리 병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물빠진 강진만에 소형 선박 한 척이 휑뎅그렁하니 정박해 있었다.
커다란 텔레비전 모양에 ‘가고 싶은 섬 가우도’라는 글귀가 붙은 포토존이 맨 먼저 보였다. 그 앞에는 물 빠진 강진만에 소형 선박 한 척이 휑뎅그렁하니 정박해 있었다. 그 뒤로는 대형 물고기 모양의 조형물이 있었는데, 빈 막걸리 통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구미를 당겼다.
강진만은 내 소설에서 ‘장천만’으로 묘사된다. 마천왕이 가마에서 빚은 도자기를 싣고 왜(일본)로 가는 수로(水路)가 바로 이곳인 셈이다. 청자박물관에서 본 목선이 개경에 청자를 실어 나르던 배였다면, 장천만의 목선은 사람도 태우고, 도자기도 실어 나르던 규모가 더 큰 선박이었다. 강진 읍내에서 점심을 먹었던 강진 토박이 사장님은 “내가 어릴 적 들은 얘기로는, 실제 강진만에서 일본으로 배가 다녔다고 하더라”라고 '고오급' 정보를 일러줬다.
가우도는 산책과 트레킹 코스로 유명하다. 1시간 정도면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집트렉과 전망대 모노레일도 즐길 수 있다. 애석하게도, 나는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흔들리는 물체 앞에서 무력하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현기증이 일기 때문에 웬만해선 오르거나 접근하지 않는다.
다행히 출렁다리는 출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중간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다리 중간에서 먼바다를 바라본다. 마천왕이 타고 다녔던 목선의 동선이 대략 어떻게 됐을까 상상하면서. 천왕이 왜에서 타고 오다 침몰한 뱃길을 떠올리면서. 그 길은 천왕의 아들 월과 딸 성이 오간 길이기도 하다. ‘달’과 ‘별’을 따 지은 오누이의 질곡의 삶도 바닷바람에 아른거리며 실려 오는 듯했다.
출렁다리는 다행히 출렁거리지 않았다. 멀리 보이는 섬이 가우도.
출렁다리 중간에서 바라본 강진만. 소설에는 '장천만'으로 묘사한 저 바다로 마천왕과 그의 아들, 딸이 왜국(일본)을 오갔다.
가우도는 강진만의 8개 섬 가운데 사람이 사는 유일한 ‘유인도’이다. 강진읍 보은산이 소의 머리에 해당하고, 섬은 소의 멍에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한다.
나는 소의 머리와 멍에 중간쯤에 서서 소설 속 ‘장천만’의 느낌을 한껏 들이마셨다. 바람은 시원했고, 날은 맑았으며, 하늘은 파랬다. 하늘을 뒤집어 놓은 것이 바다인지, 바다를 뒤집어 놓은 것이 하늘인지 모를 만큼. 장천만, 아니 강진만은 그렇게 나를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