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강진기행 03화

가우도에서 바라본 강진만

‘가고 싶은 섬’ 가우도, 그리고 ‘바다의 전설’

by 류재민

고려청자 박물관 다음 행선지는 가우도 출렁다리. ‘청자다리’라고도 불린다. 청자박물관에서 차로 얼마 걸리지 않는다. 가는 길에 ‘강진만 해안도로’라고 적힌 이정표가 나왔는데, 현 위치에서 시점과 종점을 합쳐보니 총거리가 50km였다. 가우도 출렁다리 주차장은 한산했다. 방문객 몇 팀이 더러 보였지만, 손에 꼽을 정도였다. 주차를 마치고 출렁다리 입구에 섰다.


가우도 출렁다리 입구 포토존.
포토존 뒤편으로 설치된 물고기 모양 조형물. 막걸리 병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물빠진 강진만에 소형 선박 한 척이 휑뎅그렁하니 정박해 있었다.

커다란 텔레비전 모양에 ‘가고 싶은 섬 가우도’라는 글귀가 붙은 포토존이 맨 먼저 보였다. 그 앞에는 물 빠진 강진만에 소형 선박 한 척이 휑뎅그렁하니 정박해 있었다. 그 뒤로는 대형 물고기 모양의 조형물이 있었는데, 빈 막걸리 통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구미를 당겼다.


강진만은 내 소설에서 ‘장천만’으로 묘사된다. 마천왕이 가마에서 빚은 도자기를 싣고 왜(일본)로 가는 수로(水路)가 바로 이곳인 셈이다. 청자박물관에서 본 목선이 개경에 청자를 실어 나르던 배였다면, 장천만의 목선은 사람도 태우고, 도자기도 실어 나르던 규모가 더 큰 선박이었다. 강진 읍내에서 점심을 먹었던 강진 토박이 사장님은 “내가 어릴 적 들은 얘기로는, 실제 강진만에서 일본으로 배가 다녔다고 하더라”라고 '고오급' 정보를 일러줬다.


가우도는 산책과 트레킹 코스로 유명하다. 1시간 정도면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집트렉과 전망대 모노레일도 즐길 수 있다. 애석하게도, 나는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흔들리는 물체 앞에서 무력하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현기증이 일기 때문에 웬만해선 오르거나 접근하지 않는다.


다행히 출렁다리는 출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중간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다리 중간에서 먼바다를 바라본다. 마천왕이 타고 다녔던 목선의 동선이 대략 어떻게 됐을까 상상하면서. 천왕이 왜에서 타고 오다 침몰한 뱃길을 떠올리면서. 그 길은 천왕의 아들 월과 딸 성이 오간 길이기도 하다. ‘달’과 ‘별’을 따 지은 오누이의 질곡의 삶도 바닷바람에 아른거리며 실려 오는 듯했다.


출렁다리는 다행히 출렁거리지 않았다. 멀리 보이는 섬이 가우도.
출렁다리 중간에서 바라본 강진만. 소설에는 '장천만'으로 묘사한 저 바다로 마천왕과 그의 아들, 딸이 왜국(일본)을 오갔다.

가우도는 강진만의 8개 섬 가운데 사람이 사는 유일한 ‘유인도’이다. 강진읍 보은산이 소의 머리에 해당하고, 섬은 소의 멍에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한다.


나는 소의 머리와 멍에 중간쯤에 서서 소설 속 ‘장천만’의 느낌을 한껏 들이마셨다. 바람은 시원했고, 날은 맑았으며, 하늘은 파랬다. 하늘을 뒤집어 놓은 것이 바다인지, 바다를 뒤집어 놓은 것이 하늘인지 모를 만큼. 장천만, 아니 강진만은 그렇게 나를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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