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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May 26. 2024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는 정다운 흥신소

꿈바꼭질 재단

꿈바꼭질 재단은 첫 사업으로 상철의 꿈을 돕기로 했다. 독립출판사를 만들어 상철의 작품을 책으로 엮기로 했다. 상철이 쓴 원고는 이미 책 몇 권 분량이 나올 정도로 여유가 있었고, 재단과 상철은 첫 번째 책에 집중했다. 상철과 달래 대학 후배이며, 편집 경험이 있는 영숙이 독립출판사 사장을 맡아 편집과 디자인 등 전체적인 작업을 주도했다. 3월까지 모든 작업을 마친 뒤 드디어 첫 책이 나왔다. 상철은 자신이 쓴 글이 책이라는 옷을 입고 세상에 나온다는 자체에 들뜨고 설렜다. 그래서 파주 출판단지 내 인쇄소를 직접 찾아가 작업 과정을 직접 확인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인쇄기 소리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드디어 처음 나온 책을 받아 든 상철의 눈에는 눈물이 담뿍 고였다. 언제 왔는지 다운과 달래, 쾌한이 상철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출간을 축하합니다, 최 작가님.”

다운이 감격에 겨워하는 상철에게 인사를 건넸다. 상철은 책 출간을 도와주고, 인쇄소까지 직접 찾아와 준 사람들이 무척 고마웠다.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상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찰랑거렸던 눈물이 기어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달래는 상철에게 손짓 몸짓하며 무슨 말을 전했지만, 인쇄기 소리에 묻혀 정확히 들리지는 않았다. 무슨 소리인진 몰라도 상철은 달래의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는 말만 했다.      

상철의 책은 전국의 독립서점에 깔렸다. 재단 직원들이 발품을 판 결과였다. 동네 책방을 비롯한 독립서점에서 상철의 책 판매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출간 일주일째, 상철의 신간은 공중파에 소개됐다. 곧이어 북 콘서트와 유튜브 등으로 홍보가 이어지면서 서점가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재단의 역할이 컸다.       

그의 작품은 인기 도서 인플루언서와 각종 SNS에 해시 태그와 주요 키워드로 검색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출간 한 달 만에 유명 서점 매대에 놓이기 시작했고, 단숨에 베스트셀러 차트에 올랐다.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꿨던 상철의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그의 책이 에세이 분야 첫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올릴 순간, 재단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누구보다 꿈 같은 꿈을 이룬 상철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상철은 탈탈거리는 자가용을 굴려 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추모 공원을 찾았다. 그는 아버지의 납골함 앞에 책을 올려놓고 무릎을 꿇었다. 소리 없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아버지, 드디어 제 꿈이 이루어졌어요. 이제 제 걱정은 마시고, 편히 쉬세요. 사랑합니다.”

납골함 옆 작은 액자 속 아버지는 상철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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