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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Jun 02. 2024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는 정다운 흥신소

할머니의 꿈찾기

쾌한은 오늘도 폐지 줍는 노파의 리어카를 잡고 있었다. 노파는 요즘 들어 부쩍 무릎이 시큰거리고 아파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다. 그 사연을 들은 쾌한은 매일 아침 노파의 집으로 가서 리어카를 끌고 나왔다. 

“이놈의 다리가 얼른 나아야 할 텐데, 공연히 총각이나 부려 먹고 있어서 미안하네.” 

“에이, 그런 말씀 마세요. 아침 운동할 겸 하는 거예요. 자, 어르신. 저는 이제 출근합니다.”

쾌한은 리어카 손잡이를 노파에게 이어주며 말했다. 

“고마워요. 오늘도 수고하세요.”

쾌한은 오늘따라 주름이 더 깊게 파인 노파의 얼굴을 안쓰럽게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씩씩하게 걸어가던 쾌한은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듯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꿈바꼭질 재단 월간 회의가 열렸을 때, 쾌한은 아침에 떠올린 생각을 내놨다.

“제가 아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시는데요. 한글도 모르고 까막눈으로 살고 계세요. 죽기 전에 한글을 읽고 쓰는 게 꿈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우리 재단에서 꿈을 이루어 줄 2호 대상자는 그 할머니로 정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재단 직원들 대부분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다운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좋긴 합니다만, 할머니의 꿈을 어떤 식으로 이루어 드려야 할까요?”

쾌한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아이디어를 하나 제시했다. 

“한글을 무료로 가르쳐 주는 어학당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나쁘지 않은데요. 근데 어학당은 어떻게 만들까요?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할까요?”

다운은 새 건물을 지으려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소문난 사무국장이 손을 들고 나섰다. 

“제 의견을 말씀 드려보겠습니다. 이사장님 말마따나 건물을 새로 짓는 건 예산도 많이 들고 공사 기간도 길어질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 지역의 대학과 연계를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평생교육원도 좋고요. 저희 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해서 관련 학과를 신설하는 겁니다. 기관에서는 강사와 참여자를 선발해 무료로 가르쳐 드리는 겁니다. 대신 강의실 대여나 강사 인건비는 재단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거죠. 이 업무는 저와 기대감 실장이 맡아 진행해 보겠습니다.”

소문난 국장의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쾌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곤 소 국장 쪽으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덥석 끌어안았다.

“역시 교육자다운 발상입니다. 고맙습니다, 국장님.”

쾌한의 돌발 행동을 바라보던 재단 직원들은 한바탕 크게 웃었다. 쾌한은 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노파를 찾아가 소식을 전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노파는 크게 기뻐하며 쾌한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 하면서. 

소문난 국장과 기대감 실장은 마침 한 대학의 협조를 받을 수 있었다. 대학은 강의실을 무상으로 대여하기로 했고, 강사 인건비 역시 재단과 절반씩 분담하기로 했다. 재단으로서는 예산 지원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인 운영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재단과 대학은 5월의 마지막 날 대학 총장실에서 MOU(업무협약)를 맺었다. 총장과 다운은 업무협약 이후 악수를 나누며 공익활동을 통한 건전한 성장 의지를 확인했다. 

‘어르신 문해교실’ 첫 수업은 9월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폐지 줍는 할머니를 포함한 30명을 첫 학기 수강생으로 모집했다. 신입생은 참여도에 따라 점차 인원을 늘려가기로 했다. 쾌한은 마트에서 할머니가 메고 다닐 책가방을 샀고, 그 안에 연습장, 필기도구를 담아 선물했다. 할머니의 오랜 꿈이 쾌한의 따듯한 마음에 실려 영글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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