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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Apr 14. 2024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는 정다운 흥신소

고인돌과 고우리

해안도로를 향해 달리던 차는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돌담집이 길게 늘어져 나왔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길이 이어졌다. 다운은 앞차에 들키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뒤를 쫓았다. 십여 분을 더 달린 차는 외딴곳에 지어진 펜션에 도착했다. 펜션 외벽은 흰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고,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유독 눈에 띄었다. 검은색 세단은 널찍한 펜션 앞마당에서 멈췄다. 차에서 내린 남녀는 정원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다운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두 사람이 집에 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오라, 이곳이 두 사람이 밀회를 즐기는 곳이로군.’

다운은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건물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실내가 보이는 창문 쪽으로 숨죽여 이동했다.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이 외투를 벗고 거실 소파에 앉는 모습이 창밖으로 보였다. 다운은 두 사람의 동태를 주의 깊게 살폈다. 여자는 주방으로 가 커피포트에 물을 담았고, 남자는 텔레비전을 켜고 뉴스 채널을 틀었다. 커피 물이 데워지는 동안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다운은 카메라를 무음으로 설정한 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 순간 다운을 기겁하게 만든 상황이 벌어졌다. 

“으악!”

다운은 급기야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다운의 카메라를 향해 검은 물체가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그건 다름 아닌, 고양이었다. 귀와 얼굴, 꼬리와 다리는 검은색이고, 몸통은 흰털로 덮여 있었다. 다운의 비명을 들은 남자가 깜짝 놀라 창문을 열었다. 다운은 풀밭에 털썩 주저앉은 채 안에서 자신을 내려보고 있는 남자를 향해 엉거주춤 인사를 건넸다. 

“누구신데 여기 있는 거죠? 지금 저희들 사진을 찍은 겁니까?”

남성은 험상궂은 인상을 쓰며 다운을 쏘아봤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자가 다운을 말을 걸었다. “그렇게 있지 말고, 안으로 들어오시죠.” 

그제야 다운은 엉덩이에 묻은 흙을 툭툭 털고 출입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다운을 공격했던 고양이도 다운을 따라 들어왔다. 그러더니 여자에게 쪼르르 달려가 품에 안겼다. 

“누구신데 여기서 우리를 엿보는 겁니까?”

남자의 다그침에 다운은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보였다. 

“정다운이라고 합니다. 흥신업을 하고 있습니다.”

“흥신소? 일은 누가 시켰소?”

“사장님의 부인이라고 했습니다. 이름은 백장미 씨고요.”

그제야 남자는 얼굴을 폈다. 여자도 대강 무슨 내막인 줄 알겠다는 듯 경계심을 풀었다. 

“하긴, 그 여자도 그럴 만하지. 내가 의심을 살 행동을 했으니까.”

다운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헛수고 하셨군요. 우리는 제 아내나 당신이 의심하는 그런 사이가 아닙니다.”

“그런 사이가 아니라면? 그럼 왜 아까 유채꽃밭에서 손잡고 사진을 찍고, 여기는 왜 두 분이 계신 거죠?”

“일단 내 소개부터 하죠. 저는 고인돌이라고 하고, 여기는 고우리라고 합니다. 저는 아내와 제주에서 호텔업을 하고 있고, 이 아이는 제 친동생입니다.”

“네? 친동생이라고요?”

다운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그런데 왜 사모님은 친동생도 몰라보고 불륜이라고 의심하고 있는 거죠?”

인돌은 동생과의 기구한 사연을 설명했다.

“이 아이는 세상에 없던 사람이었으니까요. 나와 같이 살지도, 같이 크지도 않았거든요. 친남매인 줄 모르고 살다가 얼마 전에 우연한 기회에 연락이 닿아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말을 이어갔다. 

“산부인과에서 실수로 아이가 바뀌었어요. 간호사 실수로 저는 다른 가정으로 가서 컸고, 그 집으로 갔어야 할 아이는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숨졌어요.”

산부인과에서는 산모가 노산이라 태아가 건강하게 나오지 못했다는 말을 전했다. 실제 당시 인돌 어머니의 나이는 오십을 넘겼을 무렵이었다. 

“부모님은 죽은 아이가 당신들 자식이 될 운명이 아니라며 가슴에 묻고 사셨어요. 그때 저는 대학을 다니다 군에 가 있을 때라서 두 분을 위로하지도 못하고 섭섭한 마음만 갖고 있었죠.”

“그럼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때 우리 품에 안겨 있던 고양이가 다운을 향해 날카롭게 울었다. 

“샴고양이예요. 고양이 계의 여왕으로 불리죠. 성격이 독특하면서도 감수성이 예민해요. 그래서 때로는 공격적이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요. 낯선 사람이 창밖에서 기웃거리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께 달려들 건 같은데,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을 것 같군요.”

우리가 고양이의 털을 쓰다듬으며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고양이 이름은 ‘순실’이었다. 다운은 고양이 계의 여왕치고는 이름이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커피포트에서 물 끓는 소리가 나자 우리는 커피를 준비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고, 인돌은 이산가족이 상봉한 사연을 다운에게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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