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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May 12. 2024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는 정다운 흥신소

꿈바꼭질 재단


“이번에 저희 호텔에서 재단을 하나 내려고 해요. 거기 이사장을 정 소장께서 맡아주셨으면 해요.”

“재단 이사장이요? 무슨 재단인가요?”

백 대표의 제안에 다운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꿈을 되찾아 주는 재단이에요. 명칭은 ‘꿈바꼭질’이고요.”

“꿈바꼭질이요?”

“그래요. 어릴 적 자주 했던 놀이였던 숨바꼭질에서 따온 건데요. 술래가 된 사람이 꼭꼭 숨어있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처럼 숨겨진 꿈이나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려는 겁니다. 정 소장께서 그 술래가 되어 주셨으면 해요.”

다운은 백 대표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사무실 임대료를 대주고 있는 것도 감사한데, 재단 이사장직까지 제안했으니. 더군다나 사람들에게 꿈을 찾아주는 일은 다운이 늘 갈망하는 일이었기에 내심 기뻤다. 다운은 열기가 살짝 가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백 대표에게 대답했다. 

“대표님, 정말 고맙습니다. 우선 대표님의 가치와 철학에 존경합니다. 그런 뜻깊은 일을 저에게 맡겨주시겠다는 제안도 고맙습니다. 얼마나 성과를 낼 진 모르겠지만, 대표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운영해 보겠습니다.”

다운의 승낙을 받은 백 대표는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제주도에서 송년의 밤 행사가 있어서 바로 내려가야 해요.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호텔로 초청해 공연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나누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에요.”

“그렇군요. 역시 대표님다운 아이디어입니다. 저도 시간이 되면 함께 했으면 하지만, 해결할 일이 하나둘 아니라서요. 오늘 대표님께서 주신 선물도 어떻게 보기 좋게 풀어낼지 검토도 해야 하고요.”

다운의 넉살맞은 대답에 백 대표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알았어. 정 소장 바쁜 거 나도 다 알아요. 연말인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제 부탁도 흔쾌히 들어주셔서 고마울 따름이에요.”

백 대표는 핸드백을 열어 봉투 하나를 꺼내 다운에게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눈이 휘둥그레진 다운이 물었다. 

“연말인데 흥신소 직원들이랑 식사나 한 끼 하세요. 사무실 사정이야 제가 뻔히 알고 있고, 직원들 연말 보너스도 못 줬을 거 아녜요? 소장 자존심이 있죠. 이걸로 소고기 파티라도 하세요.”

엉겁결에 봉투를 받아 든 다운은 어쩔 줄 몰라 했다. 

“대표님, 그래도 이건 좀 부담스럽습니다만…”

“어차피 꿈바꼭질 재단에 흥신소 직원들도 참여해야 할 테니 잘 봐 달라고 드리는 뇌물입니다. 그러니 부담은 조금만 갖고 고기는 실컷 드셔도 됩니다. 호호호.”

자리에서 일어난 백 대표는 다운에게 가볍게 손짓하면서 출입문 쪽으로 걸어 나갔고, 다운은 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깊게 허리를 숙였다.

백 대표가 제안한 ‘꿈바꼭질’ 재단은 새해부터 정다운 흥신소에서 운영하기로 했고, 흥신소 사무실을 같이 쓰기로 했다. 재단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전부 백 대표가 운영하는 호텔에서 지원했고, 필요 인력으로 3명을 모집했다. 다운은 교사 출신인 60대 남성인 소문난 씨를 사무국장에 앉혔다. 또 실무를 담당할 기획팀장으로 대기업 전략기획실장을 지낸 40대 기대감 씨, 경리 업무는 회계사 사무실에서 다년간 경력을 보유한 민들레 씨를 각각 채용했다. 이들과 함께 흥신소 직원인 유쾌한 사무장과 진달래 주임, 재단 이사장인 다운까지 6명이 재단 초대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재단 출범식은 저녁을 곁들인 상견례로 대신하기로 했다. 상견례 장소는 달래의 선배가 운영하는 삼천리 연탄구이에서 열렸다. 식당 사장 상철과 종업원 영철은 단골과 새로운 손님들 맞이에 낮부터 분주했다. 그래도 연초부터 단체 손님 예약에 얼굴은 싱글벙글했다. 식당 앞에서는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모를 커다란 눈사람과 열 마리의 눈오리들이 쪼르르 줄을 서 있었다. 새해 첫날의 해가 도시의 건물 뒤 편으로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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