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책을 기부하기로 했다
어느 언론사의 아주 특별한 20주년 캠페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전화로 대신합니다.”
형식적인 새해 인사를 주고받는 동안 저쪽에서는 ‘무슨 용건이냐’라는 느낌이 수화기 너머로 팍팍 전해져 옵니다. 그제야 저는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이어진 워딩은 “부탁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였고, 상대는 “그래, 그럴 줄 알았다”라는 식입니다. 뭘 얻어내려고 전화했겠지, 하는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게 언론사 기자들이 출입처에 하는 부탁은 '뻔할 뻔'자이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부탁에 들어갑니다. “올해 저희 신문사가 창간 20주년을 맞았는데요.” 이 말에 십중팔구는 이렇게 단정했을 겁니다. “옳거니, 신문사에 광고를 도와 달라는 소리겠군.”
저는 이제부터 당당해집니다. “명사들에게 책을 기부받아 지역 서점과 함께 책 읽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연말에 기부받은 책을 필요한 단체에 일괄 기부하는 캠페인을 펼치고자 합니다.” 수화기 너머 숨소리가 달라짐을 느낍니다.
“뭐라고요? 책을 기부한다고요?” 목소리뿐만 아니라 두 눈도 놀란 모양입니다. 저는 더 당당하게 말합니다. “1권만 부탁드립니다.” “정말요? 정말 1권이면 됩니까?”놀란 두 눈이 커다래졌나 봅니다. 이내 상대는 초반의 오해가 미안했는지, 아니면 부탁의 강도가 약해 다행인지 목소리에 생기가 돕니다.
흔쾌한 답변이 고맙게 들리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함을 느낍니다. 그동안 언론이 얼마나 출입처를 못살게 굴고, 갑질을 해 왔으면 이런 취급을 받을까.
제가 일하는 <디트뉴스24>가 올해로 창간 20주년을 맞습니다. 대전과 충남, 세종을 아우르며 1세대 인터넷신문으로 출발했는데요. 사람으로 따지면 이제 성인이 됩니다.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론지를 표방했지만, 부족함도 많았습니다.
저는 이 회사에 13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밀물과 썰물처럼 많은 이들이 들어오고, 떠나고를 반복했습니다. 질곡의 역사에 온몸으로 부딪치고 깨지고, 그 상처를 온전히 새기며 단단해지는 중입니다. 이제는 성숙한 언론과 언론인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초심을 지킨다거나, 지역 언론을 선도한다는 거창한 수사보다 주변에 민폐 끼치지 않고, 더 겸손해지겠다고 구성원 모두 다짐했습니다. 치사하지 않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언론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하려고 합니다.
20년 동안 독자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조금씩 조금씩 갚아가려고 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시작한 것이 책 기부 캠페인입니다.
책 기부하기는 지역 명사에만 자격이 있는 건 아닙니다. 디트뉴스를 응원해주는 분들이면 모두 환영합니다. 진심을 담아 진실을 쓰겠다는 각오를 되새기며 오늘 하루 마감합니다. 저(희)는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장덕철의 <그날처럼> 들려드리면서 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