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책이란 걸 냈습니다. 지난주 브런치에서 POD 출판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POD는 ‘Publish on demand’의 약자로 ‘주문형 도서 출판’이라고 합니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책을 인쇄해 독자에게 발송하는 건데요.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 출판도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무료 출판’이라는 설명에 혹했습니다. 호기심도 있었고요. 제가 그동안 쓴 글을 내려받은 다음 원고 수정을 거치면 ‘부크크’에서 말 그대로 공짜로 책을 만들어 준다는 거였습니다. 이런 ‘착한 플랫폼’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물론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출간까지 근 8할이 제 몫이었으니까요. 먼저 원고를 워드 문서로 편집해야 하는데요. 저는 그 옛날 웬만한 사람들 다 땄다는 워드프로세서 자격증도 없습니다. 모든 걸 혼자 하려니 지난 주말엔 새벽 늦도록 작업해야 했습니다.
‘차라리 전문가한테 맡길까’ 하는 맘까지 들더라고요. 그래도 제 이름을 새겨 내는 첫 책이라고 생각하며 힘을 냈습니다. 졸린 눈을 애써 부여잡고 목차를 만들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썼습니다.
이틀에 걸친 편집을 마치고 워드 문서를 PDF 파일로 저장해 부크크 홈페이지에 등록했습니다. 승인 신청을 거쳐 비로소 오늘 오전 제 이름이 새겨진 전자책《나와 당신의 삶에 묻다》를 출간했습니다.
혹자는 그럽니다. 브런치를 보면 되지 누가 만원이나 주고 사겠느냐고. 그렇게 따지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도 안 사고 핸드폰으로 볼 수 있는 세상입니다.
솔직히 단가를 정할 때 많이 망설인 게 사실입니다. 올해 처음 산 책 《트렌드 코리아 2021》에 ‘소비에는 지불이 따른다’는 시장의 법칙이 떠오르더라고요. 글이나 책이나 모두 제 지적 재산이라는 일방적인 판단으로 확 질렀습니다.
다만, 기왕이면 브런치에 올라가지 않은 유료독자만의 콘텐츠 몇 개 더 얹었으면 할 걸, 하는 아쉬움이 뒤늦게 들었습니다.
5개월 남짓 ‘기사’가 아닌, 일기처럼 쓴 제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재밌었습니다. 책 첫 장에서 밝혔듯 3년은 써보겠다고 작심했는데요. 책 출간을 통해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더 좋은 글, 더 멋진 글을 독자들께 선물하고 싶은 게 제 바람입니다.
막상 책이란 걸 내보니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책은 안 사주셔도 좋습니다. 전문가 손길을 전혀 거치지 않은 허접한 편집과 구성은 저 자신도 부끄럽습니다. 하루하루 쓰는 글 잘 봐주시고, 오랫동안 응원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선배가 책 냈다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결제한 첫 구매자 S후배를 비롯해 구매 대열에 동참한(동참 예정자 포함) 분들, 응원과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 준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복 받을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