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BS에서 방송한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를 봤는데요. 제가 학창 시절 유행했던 가수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출연자 조합은 그야말로 이상적을 넘어 환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졸린 눈을 비비며 끝까지 봤습니다.
이문세, 조성모, 임창정, 백지영, 성시경, 변진섭, 김종국, 이수영에 폴 킴까지. 특별 출연한 폴 킴을 빼면 이제 다들 ‘연식’ 있는 가수가 되었지만, 그 시절 그때는 ‘잘 나가는’ 가인들이었죠.
그들을 보며 잠시 지난날의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조성모의 ‘To Heaven’, ‘가시나무’, 이수영의 ‘I Believe’. 한때 제 횡격막을 후벼 팠던 노래들입니다.
저도 ‘사랑’이 뭔지도 모르며 가슴앓이하던 시절이 있었더랬죠. 온전히 스며들지 못하고 그냥 스쳐만 갔던 몇 안 되는(정말 손으로 꼽을 정도로) 여인들이 하나둘 멜로디에 실려 음표처럼 떠오르더라고요.
세월은 흘러도 기억은 오래 남습니다. 전성기를 저와 함께 보냈던 가수와 노래는 당시의 기억과 추억을 소환해 마음 한구석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흩뿌려 놓았습니다. 그 감정은 겨울 한파보다 시리고 추운 게 아니라요. 따듯하고, 애틋한, 어린 날의 발라드 같았습니다.
저는 임창정과 정우성이 주연한 영화 <비트>를 어찌어찌하다 4번이나 봤습니다. 그때부터 좋아했던 배우가 부른 <그때 또다시>는 20년이 넘어 들어도 그전에 기분을 느끼게 했고요.
폴 킴이 부른 윤종신의 <오래전 그날>은 오래전 짝사랑했던 그녀가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며, 살고 있는지. 좋은 사람 만나서 아이 낳고 알콩달콩 잘살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과거의 애잔한 추억을 한 겹 한 겹 고스란히 꺼내 회상할 수 있다는 건 노래가 가진 마력인가 봅니다.
90년대 발라드의 신화 박주연 작사가 사연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노랫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써온 일기가 주옥같은 가사의 밑바탕이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손글씨로 작업한다는 그녀에게서 장인 정신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변진섭-너에게로 또다시, 김민우-사랑일뿐야, 김장훈-나와 같다면, 임창정-그때 또다시, 윤종신-너의 결혼식, 조장혁-체인지 등등. 저도 한때는 시를 쓰던 문학청년이었는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