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타고 정인이한테 미안함을 표시하는 마음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16개월이란 짧은 생을 살다 간 아이. 친부모에 버려지고, 양부모를 만나 8개월 만에 숨진 아이. 모진 학대를 받으면서도 말 못하고 스러진 아이. 경찰도, 지자체도, 아동보호기관도 지켜주지 못한 아이. 바로, 정인이 입니다.
정인이 사건에 국회는 여야 할 것 없이 입에 거품을 물고 법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정인이 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 범죄 처벌 특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은 지자체나 수사기관이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부터 신고를 받으면 즉각 조사나 수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경찰관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현장 조사나 피해 아동 격리조치를 위해 출입할 수 있는 장소도 확대했습니다.
전담 공무원이 진술이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면 1천만원 이하 과태료, 업무수행을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법은 과연 ‘제2의 정인이’를 막을 수 있을까요?
출처: SBS <그것이 알고싶다>
2008년 계모 폭행으로 숨진 여섯 살, 2013년 아빠의 동거녀에게 폭행당해 세상을 떠난 여덟 살, 2014년 입양모 폭행으로 사망한 25개월, 지난해 계모에 의해 여행 가방에 갇혔다 질식사한 아홉 살까지.
그동안 정인이처럼 비참하게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차고 넘칩니다. 그때마다 정치권은 재발 방지 목소리를 높였고,경쟁하듯 법안을 쏟아냈습니다.
1월 5일자 경향신문 만평.
며칠 전 신문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인이에게 미안하다면서 뒤로는 아동학대 방지 예방·법안만 90여 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만평이 씁쓸한 현실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사건과 사고가 터지면 우르르 몰려들어 마치 자신들이 모든 걸 다 책임지겠다는 듯이 떠들지만, 얼마 못 가 유사한 사건·사고가 벌어지는, 21세기 법치국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용균아 미안하다
출처: 김용균 재단
오늘, 정인이 법과 함께 통과한 법이 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인데요. 말 그대로 중대한 재해를 일으킨 기업과 사주를 처벌하는 법입니다. 하지만 누가 책임을 질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의무 위반과 중대 재해 사이의 인과성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느냐도 애매합니다.
법을 바꿔가면서까지 공수처를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 입니다. 그런데 이 법만큼은 재벌과 기업 입장을 봐준 겁니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입니다.
‘법다운 법’ 통과를 외치며 한 달 가까이 곡기를 끊고 농성했던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쏟았습니다. 50년 전 전태일과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처절했던 절규. 반세기가 지나도 변하지 않은 대한민국 노동 헌장의 현실입니다.
우리는 언제쯤 매 맞아 죽는 아이가 없고,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에서 살 수 있을까요? 정인이와 용균이 죽음에 국회도 공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