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번 기자, 가로림만에서 대통령을 만나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서산에서 신년 기자회견 뒷이야기

by 류재민

오늘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사상 첫 비대면 방식을 도입했는데요. 현장 20명과 온라인 100명을 합해 120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참여했습니다. 저도 온라인 참여자로 참석했는데요.


기자실이나 집에서 연결하는 것보다 의미 있는 장소에서 참여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충남 서해안, 그중에도 가로림만을 떠올렸습니다. 가로림만이 뭐냐고요?


설명 들어갑니다. 가로림만은 세계 5대 갯벌로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개념의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점박이물범, 큰 집게발을 가진 흰발농게 등 해양생물의 보고(寶庫)로, 159㎢ 면적에 오는 2025년까지 2400억 원을 투입해 생태관광 거점인 국가해양정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추진 중입니다.


특히 이 사업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 공약입니다. 당초 지난해 연말로 예정됐던 국가해양정원 조성 사업의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가 코로나19에 따른 현지 실사 지연으로 올해 상반기로 연기된 상태인데요. 저는 대선 공약 이행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곳은 지금 국가해양정원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인데요. 이 사업은 대통령 대선 공약사항이기도 합니다.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공약 이행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대통령 의견은 어떤지 여쭙겠습니다” 이렇게 해야지.

어제와 오늘 가로림만이 위치한 서산에는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현장에서 1박을 하고 아침 7시부터 회견이 끝난 정오까지 5시간 동안 북풍한설 맞아가며 번호판을 수십 번 들고 내렸지만, 성과는 없었습니다. 86번 기자의 120분간 격한 도전은 무위에 그쳤습니다.


아쉽고, 서운했습니다. 천막 치고, 난로 때고, 인터넷 연결하고, 눈까지 치워 준 마을 주민들과 서산시 관계 공무원들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래도 그분들은 오히려 저를 위로하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박대기 기자 같어. 정말 수고했어. 질문은 못 허면 어뗘. 우리 가로림만이 전국 방송에 나가게 노력한 자네가 참말 기자네.”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고맙고 미안하고 뿌듯하면서도 내내 아쉬운, 감정과 감정이 교차하며 기분이 참 ‘거시기(뭐라고 설명하기 힘들다는 뜻의 충청도 사투리입니다)’했습니다.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이 조속히 만들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코로나가 사라지고 가족들과 손잡고 놀러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서산에는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폭설로 인한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충남 서산 가로림만 앞에서 86번 기자 류재민이었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노래는 <트로트의 민족>에 출연한 조소연 씨가 부른 ‘서산 갯마을’입니다.

*영상출처: 조소연 서산 갯마을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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