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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Jul 03. 2024

의식주에서 '주'는 주식

   의식주

   옷, 먹을 것 그리고 주식ㅋㅋ 나에게 의식주란 이렇다.


   옷과 먹을 것은 있지만, 소유한 집은 없다.

   집은 빌려서 살고 있다. 지금 집에서는 벌써 3년째 살고 있는데 집주인도 뭐 젠틀하고, 층간소음도 크지 않고, (7XX호를 제외하고) 대부분 상식선의 주민들이라서 딱히 불만이 없다. (밑에 집 개는 무슨 일인지 요즘 조용하다.)


   불편한 것은 신축 아파트임에도 해결이 안 되는 누수와, 매월 월세를 내야 한다는 거 정도? 그 정도다. 월세야 뭐 매월 자동이체를 걸어놓았기에 신경 쓰지 않아도 매달 알아서 빠져나간다. (공휴일에 이체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하여 약속일보다 4일 먼저 입금되게 설정해 두었다.)


   이보다 불편한 게 있는데, 그건 바로 쓰레기다.

   

   원인은 7층 과외방이다.

   과외 장사가 잘 되는지 외부 중고생들 출입이 잦다. 그러다 보니 엘리베이터나 층계 그리고 공동현관에 쓰레기가 자주 떨어져 있다. (아들은 1층 공동현관에서 서로 껴안거나 키스하는 학생들도 봤다고 한다.)


   주로 아이스크림 포장지나 막대는 기본이고, 층계에 일회용 떡볶이 그릇이 엎어져 있는 경우도 있고, 먹다만 아이스크림을 엘리베이터 바닥에 버리고 가서 바닥이 끈적이고 냄새가 나기도 한다.


   예전에 살던 자가 아파트에서는 엘리베이터에 음식물 쓰레기 액체를 자주 흘리던 11층 여자와 수시로 다툴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다르다.


   그때만큼 화가 안 난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불쾌하긴 하지만 화까지는 나지 않는달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그때처럼 자가였다면, 관리실에 문의하여 CCTV로 범인의 이동경로(1층-7층) 확인 후 아파트 커뮤니티에 모은 증거를 가지고 공론화하여 문제제기를 했을 것이다.


너의 성적이 엉망이면 좋겠어. 그래야 너가 여길 그만 둘거 아니냐.


   그때와 다르게 지금 크게 화가 나지 않는 이유는 내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긴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가는 그 녀석도 이곳이 자기 집이 아니라서 그렇겠지만)


   사람은 '소유의 대상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자신을 침범했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 하지만 나는 임차인이기에 소유자만큼은 연연하지 않게 된다.


   누수도 그렇다.

   외벽 어딘가에서 스며드는 누수라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된다. 자가였다면, 하자에 대한 길고 긴 소송으로 꽤 스트레스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소유라는 것도 웃긴다.

   내가 손대고 있는 모든 게 잠깐 곁에 있을 뿐인 것인데 정말 소유라는 걸 할 수나 있긴 한 걸까? 손에 꽉 쥐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도 잠시다. 인생 공수래공수거다.


   언젠가는 집을 사긴 할 것 같다.

   그 집이 이런 공동주택이라면 이런저런 빌런들과 함께 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저런 사람들은 개망신이나 금융치료 빼고는 답이 없어서, 있다면 견디며 살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장자의 빈배이야기가 생각난다.

   

"배를 붙여서 황하를 건너가고 있는데

빈 배가 떠내려와 부딪힌다면

아무리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 해도

화를 내지는 않는다.


그런데 만약 그 배에 누군가 타고 있다면,

그에게 저리 비키라고 소리치게 될 것이다.


처음 소리를 질렀는데도 듣지 못하고

두 번째 소리를 질러도 듣지 못한다면

세 번째 소리를 지를 때는

틀림없이 험악한 소리가 뒤따르게 될 것이다.


전에는 화를 내지 않았는데

지금은 화를 내고 있는 것은,


전에는 배가 비어 있었고

지금은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신을 비우고

세상에 노닐 수 있다면

그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는가!"


- 산목, 강신주의 장자수업 -


   모두들 각자 배를 타고 시간의 강을 따라 흘러간다.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잡음도 생긴다. 그런데 그럴 때도 험악한 소리를 내며 감정에 휩싸이지 않는 빈배의 의식 수준이 되고 싶다.


  그렇다고 가진 게 없어야 된다는 수도승 같은 삶 까지는 지향하지 않지만, 소유에 대한 착각은 세상을 노니며 사는데 방해가 되는 건 맞는 것 같다.


   나는 이것을 자본주의 버전으로 각색한다.

   더 멋있는 옷, 더 많은 음식을 쟁여두기보다 그걸 언제든 살 수 있는 선택권인 돈이 더 좋다. 그리고 이 돈은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계속 하락하기 때문에 자산으로 바꾼다.


   그리고 앞으로는 주택보다 주식의 자산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제든 집을 살 수 있고 빌릴 수도 있는 옵션인 주식투자를 선호한다.


   그래서 나에겐 의식주에서 주는 주식이다.


테슬라 급반등 기념 삼계탕 13,000원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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