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망할것이 뻔했던 메타버스에서 무얼 배웠는가?
글쓴이: 케이트 와그너(Kate Wagner)
* 이 글은 The Nation지에 2023년 7월 3일 자로 게재된 기사를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 링크: https://www.thenation.com/article/culture/metaverse-zuckerberg-pr-hype/)
불과 얼마 전인 2022년, 전 세계 많은 주요 건축가들이 마크 주커버그의 메타버스에서 '건축'을 하겠다던 시절이 있었다.
자하 하디드(Zaha Hadid), 그림쇼(Grimshaw), 파시드 무사비(Farshid Moussavi), 그리고 비야르케 잉겔스(Bjarke Ingels) 그룹 같은 엄청난 이름들이 ‘가상 도시’와 ‘가상 사무실’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들은 암호화폐로 재원을 조달하고 예술품(NFT)으로 채워진 ‘소셜 공간’을 만들겠다고 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 CitizenM 같은 실제 부동산 개발자와 (테킬라를 만드는) 호세 쿠에르보 같은 브랜드도 이 사업에 참여해서 (실제 돈으로 추정되는) 거액을 쏟아부었다.
가상 부동산에 대한 투자 열기는 그야말로 광풍이었다. 기술 업계는 (사업의) 실패율이 높아지면서 점차 절박해지고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계속 ‘새로운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 ‘최신 드렌드’에 뒤지지 않으려는 세계적 기업들의 열망을 비난만 할 수 있을까?
2021년에 가상현실 서비스가 출시된 이후, 소위 '모바일 인터넷의 후계자'로 불리던 ‘가상현실’에 대한 과대광고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인사이더(Insider)에 따르면, 맥킨지(McKinsey)는 메타버스가 5조 달러(6,500조 원)의 가치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씨티은행은 메타버스의 가치를 13조 달러(1경 7천조 원) 이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 모든 게 헛소리였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수조 달러의 가치와는 거리가 먼, 완전 엉터리였다. 플랫폼이 기대에 못 미쳤다거나 대중화가 느린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메타버스를 방문하는 사람 자체가 없었다.
메타버스에 대한 과대광고가 얼마나 컸던지는 2023년 5월에 밝혀졌다.
인사이더(Insder)는 기사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의 일일 사용자 수가 38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가디언(Guardian)은 메타의 주력 메타버스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s)가 사용자에게 보상을 주도록 설계한 유료 기능 중 하나가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고작 470달러 밖에 안된다고 보도했다.
사용자 수 38명과 수익 470달러.
수치를 잘못 읽은 게 아니다.
메타버스가 죽었다고 말하는 것조차 과대평가다.
메타버스는 살아있었던 적 자체가 없었다.
대체 메타버스라는 게 무엇인가?
다리도 없는 아바타 캐릭터로 비즈니스 미팅이나 파티를 하고, (9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세컨드 라이프의 환상을 실현하는 것, 그런 것인가?
사실 주커버그 자신조차도 잘 모르고 있었다. 메타버스란 ‘인터넷의 미래’ 일 것이고 (여전히 모호한 개념의) ‘사람들과 어울리기’라는 것 외에, 대체 요점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딜레마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 종사자들은 자신들이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드러낼 보도자료나 홍보문구 작성에만 열을 올렸다.
결국 2023년 5월에 주커버그가 나서서 메타의 실패를 정리했다.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투자자들은 돈을 잃었고, 사람들은 시간을 잃었다.
맥킨지, 시티, 메타, 그리고 시류에 편승하고자 했던 건축업계 종사자들은 명성도 잃었다.
암호화폐와 NFT, 그리고 메타버스가 실패하고 나서도 별로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지금은 생성형 AI에 대한 과대광고가 대신 그 자리에 있다.
현실 세계의 공간에 뿌리를 두고 있는 건축 분야는 늘 최신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최신 기술 트렌드를 따라잡고자 하는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가상공간과 아이디어에 적용되는 최신 기술은 전혀 다르게 작동 한다는 점을 유의했어야 했다.
물론 가상공간 자체가 건축에서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대학원에서 음향을 공부하던 시절에, 음향 디자이너들은 어떤 특정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인 ‘공간화된 사운드’를 개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박물관은 이제 교육 도구로 '가상현실의 요소'를 추가하고 있다.
가상공간은 결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미 오래전, 공상 과학 소설이나 또는 인터넷 태동기에 무한하고 평등하며 자유로운 공유지라고 유토피아적으로 상상했던 것에서 비롯한 것이다.
수익 창출이 가능한 현재의 인터넷 환경에서 주커버그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사람들은 가상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고, 가상공간은 사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게 주커버그가 만든 가상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한테 가상공간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호라이즌 월드'라고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라고 대답할 것이다.
브랜드들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 구찌나 나이키 같은 여러 브랜드들은 그런 가상공간에서 제품 출시와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젊은 층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잉겔스(Ingles)는 “건축은 마인크래프트처럼 재밌어야 한다”라고 말했지만, 정작 아이들은 잉겔스와 그의 건축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고도화된 자본주의 기업이 음악이나 패션 같은 다른 문화적 세계의 수면 아래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쉽게 보지 못한다. 대신 홍보 대행사가 ‘요즘 이런 게 유행한다’고 보낸 보도자료만 본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건축 업계는 PR에 점점 끌려다니고 있다. 그리고 PR 시대에 건축가들이나 회사들이 단기간에 쉽게 명성을 얻는 방법은 바로 콘텐츠로 건축물을 제작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컨설팅) 회사가 인용했던 수치와 현실의 괴리는 극단적인 수준이었고, 그렇게 메타버스는 실패했고, 사람들의 조롱도 계속되었다. 실제로 투입했던 손실 금액이 엄청난 것도 굴욕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것이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여겼을 허황된 유행에 스스로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거품 낀 과대광고가 난무하고 최악의 금융 사기가 벌어지는 요즘, 첨단 기술산업은 건축업계의 친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건축은 사회에 어떤 지속적인 가치나 혁신적인 생산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호황과 불황의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고, 건축자재 시장은 점점 더 금융화되고 있고 불안정해지고 있다.
그리고 기술 산업은 건축이나 예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로부터 이익을 얻긴 하지만, AI 기술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보듯이 기술은 ‘창의적인 과정’에 대해서 공공연하게 적대적이다.
컨셉 아트와 영화 시나리오부터 택시 운행과 건축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노동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것들이 기술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그 순간까지, 기술 산업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건축업계가 이 사실을 빨리 깨달을수록 업계 사람들은 좀 더 일찍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