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영어는 어떻게 다를까?
저는 영어를 십 년 동안(중고 6년 제외) 배웠어요. 한국인도 없는 곳에서 어렵게 배웠습니다. 영어를 배우면서 우리말 사고와 말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 지를 몸소 체험했습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말과 영어가 어떻게 다른 지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곧바로 시작해 볼까요?
첫째, 사고방식 (framework)의 차이
우리말에는 ‘눈치’라는 표현이 있어요. 영어에는 ‘눈치’에 대응되는 단어가 없습니다. 저는 이 차이가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온다고 생각해요. 영어와 비교했을 때 우리말은 text (화자의 말)보다 context (화자가 처한 상황, 심정, 환경 등등)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같은 context에 있는 사람들은 text를 이해하기 쉽겠지만 같은 context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화자의 text를 이해하기 위해서 ‘눈치’가 필요합니다.
영어는 우리말과 비교했을 때 context보다 text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청자가 정확하게 알아들었는지 재차 묻는 경우가 많아요. 재차 묻게 될 때 제 경험상, ‘어? 내가 잘못 말했나? 이 사람이 왜 못 알아듣지?’, ‘내가 영어를 못해서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런 사고방식 차이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우리말을 할 때는 다르죠. ‘척’하면 ‘딱’하고 알아들어야지 자꾸 물어봐... 눈치가 필요하잖아요.
둘째, 듣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했을 때 듣는 사람 책임인가? 아니면 말하는 사람에게 책임이 있는가?
이 차이는 한국에서 오래 생활한 미국 친구가 알려준 겁니다. 보통 우리말을 할 때는 듣는 사람에게 이해해야 할 책임(responsibility)이 있는 것 같아요. 듣는 사람이 잘 못 알아들으면 말하는 사람이 격앙되거나 왜 이해를 못하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곤 해요. 반면에 영어는 말하는 사람에게 의사소통에 대한 책임(responsibility)을 묻는 것 같아요. 듣는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질문을 다시 하는 것이 큰 실례가 아닙니다. 오히려 다시 묻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말하는 사람도 좋게 평가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셋째, ‘우리’ or ‘We’?
우리말은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을 많이 하죠 (‘우리말’입니다). 우리 집, 우리 누나, 우리 엄마, 우리... 하자 등 (심지어 우리 남편!!!) 영어는 다르게 사용하는 편입니다. 보통 my house (home에는 my가 없죠. 어차피 내 거니까), my mom, my sister, my... whatever...
특정한 상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지시라든지 방향을 알려줄 때에 불특정 you(복수)를 사용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클라이언트와 대화를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센터에는 개인 심리상담, 커플, 그룹 상담이 있어요. 어떤 상담을 하고 싶으신가요?”
그럼 다음과 같이 번역해서 말합니다.
“You (복수) have individual therapy, couple therapy, and group therapy. Which therapy would you prefer?”
제 클라이언트 하고 대화를 할 때 “We/our/us”라고 말하면 저는 보통 “Who are ‘we’?”라고 묻습니다. we가 대화 내용에 등장하는 (본인을 포함한) 자기 여자/남자 친구일 수도 있고, 아니면 대화를 하는 상대(여기서는 제가 되겠죠) 일수도 있잖아요.
넷째, 주어의 생략
우리말을 할 때에는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영어로 이메일이나 가벼운 글에서는 ‘I’를 생략할 때도 있습니다만 (i.e will reach you out soon, will contact you) 우리말만큼 생략하지는 않아요.
가끔은 저도 우리말을 할 때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있을 때에 누가 그랬다는 건지 파악이 잘 안 될 때가 있어요. 눈치껏 알아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반면에 영어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주어+동사+목적어(절)/부사(절) 형태로 사용하셔야 해요. 제가 영어를 배우면서, ‘이 정도쯤이야’라고 생각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자연스럽게 말하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렸어요. 이것만 확실하게 익히면, 어디 가서 대화하고 말할 때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어요.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 운동/악기를 배우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악기와 운동을 배울 때 중요한 것은 기본자세입니다. 기본자세가 익숙해지지 않으면 진전이 어려워요. 피아노 배울 때 한 번 생각해보세요. 손가락 달걀 모양 얼마나 연습하셨더랬습니까? 저는 위에서 말한 주어+동사+목적어(절)/부사(절) 형태가 영어의 기본자세라고 생각해요.
언어는 운동/악기 배우는 것이랑 비슷해서 오랜 시간 연습했는데도 ‘많이 늘었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언어의 근육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죠.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꾸준한 연습을 했는데 잘 늘은 것 같지 않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계속 연습하세요.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난 후에는 분명히 자신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이건 악기 연주해본 사람들도 운동해본 사람들도 알게 되는 과정이잖아요?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