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코니, 크라이스트처치, 남섬

내 마음에 별이 된 도시

by 돌밭

나의 Language exchange 친구 “콘스탄스 제이니 오브라이언” 애칭 코니는 고향도 지금 사는 곳도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다. 영국에 살던 부모님은 그녀가 태어나기 전 뉴질랜드로 이주했고, 이후 코니는 1968년에 태어났다. 코니의 형제는 원래 넷인데 고교생이던 오빠가 교통사고로 그만 유명을 달리하면서 지금은 막내인 코니를 포함해 자매 3명이다. 언니 둘도 모두 크라이스트처치에 산다. 고교 친구 쉐인과 결혼한 그녀는 올해 대학교 3학년인 20살 쌍둥이 딸을 두고 있다. 뉴질랜드는 만 5세에 초등학교를 입학해 고등학교(Secondary School)를 졸업하면 만 18세가 된다. 우리의 건강보험공단 같은 조직에서 근무했던 코니는 종합병원 원무과를 거쳐 현재는 “Strawberry Sound”라는 시청각장비 회사에서 경리 겸 총무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코니를 채팅으로 만나기 전 내가 뉴질랜드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호주 옆에 있는 영연방, 북섬과 남섬으로 이루어진 섬나라, 수도는 웰링턴, 가장 큰 도시는 오클랜드 그리고 청정한 자연환경 정도였다. 해외여행 국가 별 선호도, 방문빈도 조사에서 뉴질랜드는 뒤에 놓인다. 거리가 구미(歐美)와 비슷하게 멀고 대중교통이 부실한 탓에 웬만해서는 다른 나라들을 돌아본 후에야 대부분 패키지 여행으로 간다.


코니가 사는 크라이스트처치는 뉴질랜드에서 오클랜드에 이어 두 번째 큰 도시이자 남섬에서 가장 큰 도시이지만 인구는 약 40만 명 정도된다. 우리 기준으로 중소 규모도시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도시였으나 2011년 2월 대지진으로 - 매우 큰 지진이었으나 전대미문의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후 전 세계적으로 잊혀졌다 - 크게 파괴되어 복구가 많이 진행되었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도시 곳곳에 지진의 상흔이 남아 있다. 코니도 이 지진으로 살던 집이 두 동강으로 부서져 시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여름 별장까지 팔아 크라이스트처치 동북쪽 교외 해안지대인 와이마리비치에 현재의 집을 장만해 이사했다고 한다.


채팅 초기에 집 위치를 묻자 코니는 선뜻 내게 자신의 집 주소를 알려주었다. 이런 그녀의 열린 태도가 우리의 대화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구글지도의 거리뷰로 찾아보니 정원수가 어우러진 정감 넘치는 2층집이다. 코니는 집과 정원 관리에 관심이 많아 계절별 집수리, 정원의 장미 손질, 살구 수확 등은 항상 우리의 화제였다.

구글지도 거리뷰로 본 코니 집 전경

서로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자 코니는 친구 바바라와 함께 3주간 한국 여행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며 내게 가이드를 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1~2일은 해줄 수 있지"

"2~3일 해주면 안 될까?"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그녀의 한국 방문 시 2주 동안 내가 안내해 준다고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코니는 내게 뉴질랜드로 여행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여기에 오면 우리 집에서 묵으면서 차를 써도 되니까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거야" 정말 따뜻한 제안이다.

"유럽 어디까지 가봤니?” 한때 유행했던 어떤 항공사 광고 카피다. 내게는 사치스러운 이야기다. 유럽은 고사하고 아시아도 벗어나 보지 못했으니까. 나는 해외로 향한 갈증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가고자 했다. 남들처럼 넓게 못 하더라도 깊게 팔 수는 있지 않을까?




나처럼 해외에 별다른 네트워크가 없는 일반인에게 해외여행은 다음 3단계로 나뉘어 전개되는 것 같다.

첫 번째는 그저 이국적 풍광에 매료되는 시기다. 우리나라에서 멀면서 스케일 크면 더욱 좋다. 뉴욕, 런던, 파리, 그랜드캐년, 황산, 만리장성 등이 그것이다. 한번 여행에 가급적 많은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길 원한다. 여권에 찍힌 출입국 도장들을 보면서 뿌듯해하는 것도 이 단계다. 물론 현재는 전자 여권인지라 이마저도 옛날 얘기다. 여행사의 유럽 3개국 6밧7일 같은 패키지 상품이 그 예다. 그냥나가기만 해도 좋다.


두 번째는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전통 등에 관심을 갖는 단계다. 박물관, 미술관, 도시의 평범한 뒷골목이 관심사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나만의 색깔을 찾아가며 해외여행이 주는 매력에 빠져든다. 이때부터 자유 여행이 선호된다. 예전에는 엄두를 내기 힘들었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이제 어려울 것도 없다. 패키지여행은 해외여행이지만 어찌 보면 해외여행이 아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이고 가이드라는 완충지대가 있기에 물리적으로는 해외에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국내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세 번째는 현지인이 열어준 세계로 들어가 그들과 교감하는 단계다. 여행지에서 단순히 스쳐가는 인연이 아니라 현지인과 어울리는 단계다. 현지인 친구와 함께 하는 여행이나 그들의 가족, 친구들과 만남이다. 1단계와 2단계 사이에는 숨은 계단이 두세 개 있다면 2단계와 3단계 사이에는 이삼십 개 정도 있는 것 같다. 2단계까지는 여행자 본인에게 주도권이 있지만 3단계는 현지인 친구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며 최종 열쇠는 내가 아닌 상대방이 쥐고 있다. 1단계와 2단계는 여정을 직접 짜느냐 마느냐 정도의 차이지만 3단계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1단계에서 2단계로는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대부분의 여행자는 2단계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사실 2단계에서 더 나아가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명소, 맛집 찾는 과정이 아니며,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친분을 다소 쌓더라도 자신의 세계를 이방인에게 선뜻 보여줄 먼 나라 친구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유학, 어학 연수, 해외 근무 같은 경험이 없다면 더욱 어렵다. 이런 점에서 현지인의 집에서 머물며 그들 가족과 어울리는 여행은 3단계 플러스 알파라고 말하고 싶다.


코니와 나의 Language exchange는 상호 방문이라는 이정표와 깊은 신뢰가 있어 흔들리지 않고 전진할 수 있었다.

코니, 고마워요!

작가의 이전글02. Language Exchange 하실래요?